[딥파이낸셜] ‘해외 원조’가 ‘불법 이민’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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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원조, 불법 이민 축소 위한 정책으로 활용
단기적 효과 불구 장기적으로는 합법 이민 증가로 연결
“합법 이민 정착이 궁극적 해결책”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해외 원조는 대상 국가의 빈곤이나 갈등, 일자리 부족 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 불법 이민을 줄이는 수단으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선진국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들이 상당 규모의 예산을 해당 목적에 쏟아 왔음에도 그 효과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연구는 이러한 원조가 단기적으로는 불법 이민을 줄여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생활 수준이 개선된 주민들의 합법 이민 증가로 연결된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이민 정책 수립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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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선진국들, 불법 이민 막기 위해 해외 원조 활용

고소득국과 저소득국 간 사회경제적 격차가 저소득국 국민들의 이민 동기를 북돋우는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심화하는 글로벌 경제 양극화는 주민들의 이주 열망을 더욱 키우고 있다. 올해 실시된 아프리카 청소년 설문조사(African Youth Survey)는 아프리카 청년층의 58%가 향후 3년 이내 해외 이주 의사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민 열망을 다스리기 위해 선진국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해외 원조다. 유럽연합(EU)이 아프리카 주민들의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50억 유로(약 7조5,000억원) 규모의 ‘아프리카 긴급 신탁 기금’(Emergency Trust Fund for Africa)을 도입한 것을 비롯해 미국과 영국도 중미, 아프리카, 중동을 겨냥해 비슷한 해결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선진국들의 원조가 단기적으로는 해당국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 이민 의사를 경감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원조를 통한 생활 수준 개선이 더 나은 이민을 위한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 분쟁이나 경제 상황 변화 등의 외부 변수들이 원조 규모나 이민율에 영향을 미치면서 인과 관계 규명을 더욱 어렵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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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역별 영구 이민 희망자 비율(2008~2019)/출처=CEPR

원조 효과, ‘단기적 불법 이민 감소, 장기적 합법 이민 증가’

이에 안드레 그로거(Andre Gröger) 바르셀로나 경제대학원(Barcelona School Of Economics) 수석 연구원, 토비아스 하이들랜드(Tobias Heidland) 킬 대학교(Kiel University) 교수, 루카스 웰너(Lukas Wellner) 모나쉬 대학교(Monash University) 연구 펠로우로 구성된 연구진은 2008~2019년간 106개국에 걸친 설문 조사 기록과 세계은행(World Bank)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별 시간 경과에 따른 해외 원조와 이민 의향 간 관계를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먼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와 중동 및 남미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매우 높은 이민 의사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해외 원조 발표 이후 원조 대상국 주민들의 반응과 원조 실행 이후 장기적인 효과를 비교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정확한 인과 관계 규명을 위해 자연재해, 지역 분쟁 등을 포함한 기타 원인들을 변수에서 제외했다.

연구 결과는 원조 발표와 초기 예산 집행에 따라 대상국의 불법 이민이 줄어드는 현상을 입증했다. 청년층을 비롯한 모바일 사용 인구가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정부 및 공공 기관에 대한 신뢰를 표출하는 가운데 단기적 이민 의향도 감소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원조국 주민들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으로의 불법 이민은 수혜국당 연평균 1억3,000만 달러(약 1,820억원)에 달하는 세계은행 원조 실행 3년 동안 8%가 감소했다.

다만 효과는 길지 않았다. 장기적으로는 세계은행 원조가 수혜국 주민들의 소득과 생활 수준을 높이면서 OECD 국가들로의 합법 이민이 6~7% 증가하는 한편 불법 이민은 줄지 않고 유지된 것이다. 이는 주민들의 경제적 안정성이 증가하면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이민 의향도 늘어난다는 ‘모빌리티 전환 이론’(mobility transition theory)과 일치하는 결과다.

‘국경 통제’, ‘합법 이민 축소’ 등 강경책은 ‘불법 이민 동기’만 키울 뿐

연구진은 또한 원조가 이민에 미치는 영향이 지역별로 다르다는 점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와 같이 정치, 경제적으로 안정된 국가들에서는 효과성이 어느 정도 입증됐지만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등의 취약 지역에서는 동일 수준의 효과를 얻기 위한 추가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난 것이다. 지역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원조로는 이민 의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연구진은 이민 정책 당국자들이 해외 원조의 상반되는 장단기 효과를 인식하고 불법 이민 감소와 합법 이민 증가 사이의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고소득 국가 국민과 정치인들은 반대하고 있지만, 결국 예측 가능하고 공식적으로 관리되며 이민자와 수용국 모두에 유익을 줄 수 있는 합법 이민 정착이 궁극적인 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해외 원조를 통한 불법 이민 제어는 보다 광범위한 이민 정책의 한 구성 요소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민 발생 국가들과의 협력 및 합법 이민 절차를 강화하는 가운데 해당 국가들의 ‘삶의 질’ 개선에 노력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국경 통제 강화 및 해양 구조 중단, 합법 이민 규제, 이민자 혜택 축소 등의 강경책은 불법 이민 동기만 강화해 합법 이민 정착의 가능성을 저해하는 결과로 귀결될 뿐이다.

원문의 저자는 안드레 그로거(Andre Gröger) 바르셀로나 경제대학원(Barcelona School Of Economics) 수석 연구원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Foreign aid and the ‘root causes’ of migratio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