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조이자 2금융권 ‘우르르’, 현장점검 나선 금융당국
현장점검 후 감축 계획 수립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 확인
카드론·대환대출도 증가세
금융당국이 새마을금고중앙회와 농협중앙회 등을 대상으로 대출 관련 현장점검에 나선다. 정부의 대출 규제 이후 가계대출이 2금융권, 특히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급증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급전 수요 폭증에 ‘풍선효과’ 발생한 2금융권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이번 주 새마을금고중앙회와 농협중앙회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에 돌입한다. 금감원은 대규모 입주 단지 집단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집중 점검하고 지도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급증 우려가 있는 금융기관에 나가서 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가계대출 중) 어디를 감축할 것인지 등을 확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가계대출을 줄이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난 데다 경기 악화 등이 겹치며 금융 취약계층의 급전 수요가 몰린 데 따른 조치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사 및 캐피탈사에서 가계대출은 9,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신용대출 등으로 구성되는 카드·캐피탈사의 가계대출은 7월 8,000억원, 8월 7,000억원 늘어난 데 이어 지난달 증가폭을 더욱 확대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저축은행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도 같은 기간 4,000억원 늘어나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보험약관대출은 3,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2금융권 신용대출과 카드대출, 약관대출 등 기타 대출이 1조5,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은 카카오뱅크의 공모주 청약이 진행된 2021년 7월 이후 3년 3개월 만의 일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금융권에서 공급된 신용대출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적정 규모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부동산 관련 대출은 좀 줄이더라도 서민취약계층의 긴급자금 등 대출은 소득 기준 내에서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민·취약계층의 급전 대출을 과도하게 조이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이날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고 2금융권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논의한 후 현장점검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2금융권 DSR 규제 강화는 아직
아울러 금융당국은 2금융권에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받아볼 방침이다. 매년 초 은행들은 연간 가계 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당국에 대출 증가 목표치를 제출한다. 그간 2금융권에서는 이같은 대출 증가 목표치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2금융권으로 점검 범위를 확대해 대출을 강하게 관리하겠다는 목표다. 이른바 ‘총량 규제’ 개념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간 목표치를 받아보는 것은 2금융권이 연간 업무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다는 의도”라며 “부동산이나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대출하는 것은 정부 정책상 협조해 달라는 것이고, 2금융권은 서민들 생계 자금이 많으니까 그런 자금은 공급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권 가계부채를 경상성장률 이내로 안정화하자는 취지기 때문에 경제가 4% 초반 정도 성장하면 대출도 그걸 넘지 않도록 관리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도 검토 단계에 있지만, 바로 시행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최근 금융권에선 2금융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도 2단계 스트레스 DSR 금리를 0.75%p에서 1.2%p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 당시 은행들의 수도권 주담대에만 더 높은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한 바 있는데, 이를 2금융권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국 관계자는 “2금융권에 대한 DSR 규제를 강화하자는 안이 논의 중이라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겠다”면서도 “다만 지금 당장 시행할 계획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금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어 조금 지켜봐야 되는 상황”이라며 “2금융권 DSR 규제 강화를 서두르는 건 너무 많이 나간 얘기”라고 부연했다. 은행권에 이어 2금융권까지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할 경우 취약차주를 비록한 실수요자들의 대출 절벽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불황형 대출 꾸준히 증가세
금융 소비자들이 2금융권을 비롯한 소위 ‘불황형 대출’로 몰리는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금리는 높지만 문턱은 낮은 대출 상품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의 7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2,266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역대 최고치였던 전월 말(40조6,059억원) 기록을 불과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신용카드만 있으면 별도의 심사 없이 최장 36개월까지 돈을 빌릴 수 있는 카드론은 돈줄이 막힌 중·저신용자가 찾는 급전 창구로 통한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다시 대출을 받는 대환대출 증가세도 매섭다. 6월 말 기준 대환대출 잔액은 1조7,8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61% 늘었다. 올해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 연체율은 1.69%로 지난해 말(1.63%) 대비 0.06%p 상승하며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또한 6월 말 기준 7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3,000억원 증가했다. 해당 상품은 은행 등에서 대출이 막힌 소비자가 보유 중인 자신의 보험을 담보로 별도의 심사 없이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약관대출과 함께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청약담보대출도 증가세다. 6월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청약담보대출은 3조1,714억원으로 3년 전인 2021년 6월 말(2조2,413억원)과 비교해 40% 넘게 증가했다. 이들 상품은 모두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급증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 불황형 대출의 문이 앞으로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보험사들은 약관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대출 한도를 축소하거나 일부 상품 대출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상해·질병 보험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나선 KB손해보험이 대표적 예다. 이와 관련해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나서 정책서민금융 재원을 늘리고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