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대로 떨어진 미 국채 10년물 금리, 제한된 추가 금리인상에 ‘모기지 금리’까지 하락 전환
10년 만기 국채 낙찰금리 4.519% 기록, 견고한 채권 시장 수요 재확인 S&P500 및 나스닥지수도 각각 8거래일, 9거래일 연속 상승 장기채 금리 하락세에 ‘미 모기지 금리’ 1년여 만에 최대 폭 하락
미국 채권시장의 금리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8일(현지 시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50%대로 떨어졌다. 금리 하락 여파로 뉴욕증시에서도 S&P500 및 나스닥지수가 각각 8거래일, 9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등 훈풍이 불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채금리와 동일한 흐름을 보이는 미국 모기지금리도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주간 하락폭을 나타냈다. 일각에선 모기지금리가 향후 2년 동안 꾸준히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 장중 4.50%선 밑으로 밀려
이날 재무부가 진행한 400억 달러(약 53조원) 규모 10년물 국채 입찰의 낙찰금리는 4.519%로 입찰 직전 수익률 4.511%보다 높았다. 10년물 입찰 규모는 2021년 8월 이후 최대 규모로, 해외투자 수요인 간접 낙찰률은 69.7%, 직접 낙찰률은 15.2%였다.
입찰 수요를 반영하는 발행금리와 입찰 전 금리와의 차이인 테일(Tail)은 0.8bp 수준이었다. 이전의 1.8bp보다 테일이 낮아진 것은 정부가 투자자들이 채권을 매수하도록 하기 위해 시장가 대비 프리미엄을 적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수요가 평소보다 덜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지만, 여전히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시장 참가자들에 안도감을 선사했다.
입찰 이후 10년물 금리는 4.5% 밑으로 더 하락했다. 이날 30년물 국채금리도 4.6% 초반까지 떨어졌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미국 증시에는 훈풍이 이어졌다. 다우는 0.12% 하락했지만,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0.10%, 0.08% 올랐다. 이로써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이날까지 각각 8거래일, 9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년여래 최장 상승 기록을 지속했다.
한편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경제 및 통화정책과 관련한 특별한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경제는 종종 세계적인 금융위기나 팬데믹과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충격에 노출된다”면서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존 모델 밖에서 유연하고 역동적인 사고로 경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국채 금리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주택 구매 수요 다시 꿈틀”, 미국 모기지 금리도 하락 전환
국채 금리 하락에 힘입어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같은 날 미국 모기지협회(MBA)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30년 모기지 평균 금리는 7.61%를 기록하며 한 달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주간 하락 폭(0.25%)이다.
모기지 수요도 다시 증가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주택 구입을 위한 모기지 신청 건수는 한 달 만에 처음 증가세로 돌아서 3% 늘었다. 다만 1년 전 같은 주보다는 20% 가량 낮다.
한때 8%에 육박했던 30년 모기지 금리가 하락 전환한 이유는 역시나 기존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약화한 영향이다. 연준은 사실상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여기에 미 재무부 역시 향후 채권 발행이 당초 예상보다 다소 적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채권 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MBA 관계자는 “모기지 금리는 국채금리에 맞춰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난주 채권 금리 하락은 재무부의 국채 발행 계획 수정, 이달 연준 FOMC 성명에서 나온 비둘기파적 어조 및 고용시장 둔화를 시사하는 데이터 등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향후 모기지 금리 하락이 기대보다 더딜 거란 전망도 나온다. 지금의 모기지 금리 수준이 여전히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으며, 훨씬 낮은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는 대다수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이사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부동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모기지 금리가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향후 2년 동안 꾸준히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수급의 영향으로 내년 연말 전까지 6.0%대로 떨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