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아세안 수출입 대금 ‘원화결제’ 위한 협상 막바지 돌입 “도입 1순위는 印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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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필리핀·태국 등이 대상, 1순위는 '인도네시아'가 가장 유력
무역대금 거래 시 달러 환전 불필요, 수출 기업엔 거래비용 감소 효과
최근 몇 년 새 국내 수출입 결제 통화 중 원화 비중 크게 줄어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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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dobe Stock

정부가 수출입 대금 원화결제 시스템 도입을 위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 수출입 결제 통화 가운데 달러화 비중은 늘고 원화 비중은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국내 기업이 아세안 일부 국가와의 무역거래에서 수출입 대금을 원화로 결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원화결제 시스템 도입 시 국내 기업들은 환전 시 발생하는 거래비용 절감과 환 손실 리스크 완화 등의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원화 유출 막는 외국환거래규정 개정하며 시스템 도입에 박차

8일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국제금융국 아세안 국가들과 수출입 대금 원화 결제 시스템 도입을 위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올 하반기 아세안 일부 국가에 시범 도입할 계획인 가운데 현재 인도네시아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아세안 국가들과 원화 결제 시스템 도입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 왔다.

우선 원화결제 시스템 도입하기 위해선 외국환거래규정(제7-9조)에 명시된 원화의 이체 및 처분 규제부터 개정해야 한다. 현재 규정에는 외국에 있는 개인·법인 등 비거주자가 국내 금융회사에 예치한 원화를 해외로 송금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지난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 1분기 중으로 외국환 거래규정 등 관련 법령을 우선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원화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면 우리 기업들은 국내 금융기관에 개설된 아세안 은행의 원화 계좌(자유원 계정)를 통해 수출입 대금을 결제할 수 있다. 거래 과정에서 원화를 달러 등의 외화로 환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환전 시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환율변동에 따른 환 손실 리스크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원화결제 시스템 도입은 2010년 이란과의 수출입 대금을 원화 결제 사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2010년 5월 미국이 ‘포괄적 이란 제재법’을 시행하면서 이란과의 무역에서 달러 거래를 금지하자, 그해 10월 우리 정부는 달러 대신 원화를 이용해 무역대금을 결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러한 원화결제시스템 도입으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히지 않게 됐고, 2009년 39억9,190만 달러(약 5조2,685억원)였던 한국의 이란 수출액은 2012년 62억5,653만 달러(약 8조2,574억원)까지 150%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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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결제 시스템 도입 배경

정부가 적극 원화결제 시스템 도입하려는 이유는 최근 몇 년 새 우리나라 수출입 결제 통화 중 원화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결제통화별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수출입에서 미국 달러화의 비중은 커진 반면 원화, 유로화, 엔화 비중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항목별로 보면 2022년 수출에선 미 달러화 결제가 85.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유로화 5.8%, 엔화 2.3%, 원화 2.3%, 위안화 1.6% 등으로 5개 통화의 결제 비중이 전체의 97.1%를 차지했다. 증감폭으로 보면 달러화 비중은 전년 대비 1.2%p 증가했지만, 원화 비중은 0.2%p줄면서 5년 연속 감소세가 나타났다. 같은 기간 수입 결제 대금 역시 달러화 비중은 82.8%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원화 6.1%, 유로화 4.8%, 엔화 3.9%, 위안화 1.7% 순이었다. 증감폭의 경우 달러화는 전년 대비 2.7%p나 증가했지만, 원화는 0.5%p 줄었다.

원화 결제 수출이 5년 연속 하락세를 보인 이유로는 반도체, 자동차 등 국내 주요 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대중국 수출이 부진한 영향이 꼽힌다. 김화용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원유와 가스 등은 100% 달러화로 결제되는데, 2022년에는 달러화로 결제되는 에너지류 수입이 크게 확대되면서 달러화 결제 비중이 증가했다”며 “여기에 대중국 수입이 증가한 반면, 반도체 장비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원화 결제 수입은 전체 수입 증가율을 밑돌면서 원화 결제 비중이 줄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