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고강도 긴축에 우량 계열사 매각 가능성, ‘SK發 매물’ 관망하는 투자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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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등 경영진 30여 명, AI·반도체 투자재원 확보 전략 등 논의
업계 1위 SK스페셜티 비롯해 SK엔텀에 대한 투자자들 관심 높아
경영전략회의 후 매각 대상 가닥, 투자업계 SK發 매물 출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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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그룹의 구체적인 구조조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SK그룹은 연초부터 진행해 온 ‘리밸런싱(재구조화)’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자금 확보, 비주력 투자자산 처분, 강도 높은 인적 쇄신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성장 가능성이 낮은 계열사나 투자 자산이 대부분이라 목표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핵심 계열사 및 우량 투자자산의 매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박 2일 경영전략회의 열어 리밸런싱 방향 ‘끝장 토론’

2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부터 29일까지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24년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를 열어 그룹의 리밸런싱 방향과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한다. 올해 경영전략회의에는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30여 명이 참석한다.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회장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한다.

SK는 올해 초부터 219개에 달하는 계열사 간 중복사업을 조정하고 비핵심 사업 정리에 나선 상태다. 무분별한 중복투자와 신사업 진출 등으로 그룹 내 비효율이 발생하면서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최태원 회장은 “사업 확장과 투자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하고 투자 완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된 투자 기능을 SK㈜로 이관해 일원화했다.

이런 가운데 SK그룹은 고강도 인적 쇄신 작업에도 착수했다. SK스퀘어의 박성하 대표이사, SK온의 성민석 최고사업책임자(CCO), SK에코플랜트의 박경일 사장 등이 실적 부진 등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내 최대 정유기업 SK이노베이션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업 SK E&S 간 합병설도 급부상했다. SK온의 재무구조 정상화 및 에너지 사업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구상으로, 실제로 합병이 성사되면 매출 90조원, 자산총액 105조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군살 빼기 속도전, 비주력 투자자산에 전용기까지 처분

베트남 투자 지분 매각을 통한 실탄 확보에도 나섰다. SK는 최근 베트남 마산그룹(유통대기업)에 지분 9%를 처분하는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현재 매각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베트남 빈그룹과도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의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 현금 1조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 SK네트웍스는 전날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 SK렌터카의 지분 100%를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양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인수 금액은 8,2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SK의 ‘군살 빼기’는 금액대를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SK그룹이 보유한 전용기 3대 중 1대에 대한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매각을 추진 중인 전용기는 ‘걸프스트림 G550’ 기종으로 중고 항공기 거래 사이트 기준 1,300만~1,800만 달러(약 180억~250억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이 공시한 ‘업무용 항공기 공동관리 계약’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3사가 전용기 3대의 관리·운영비로 연간 330억원을 분담하고 있는 만큼 이번 매각으로 300억원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위기의 진원지로 지목된 SK스퀘어는 자체적으로 2조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해 반도체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SK스퀘어는 현재 SK하이닉스, 11번가, 콘텐츠웨이브, 티맵모빌리티 등 20곳이 넘는 투자 기업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 대부분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해당 자산의 장부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6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원가량 감소했다. 기업가치 상승에는 득이 되지 않으면서 재무·평판의 위험을 불러온 사업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SK스퀘어 내부적으로도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모든 자산을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염가에라도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해당 기업들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 평가가 어려운 기업이 대부분이란 지적이 나온다.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 없다 보니 사모펀드 등 투자자의 관심도 시들한 상황이다. 더욱이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투자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목표한 2조원에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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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페셜티의 산불화질소 번들과 컨테이너/사진=SK스페셜티

자금 확보 위해선 핵심 계열사 매각 가능성 배제 못해

이에 투자시장과 은행권에서는 SK그룹의 ‘위기’에 대해 경각심을 드러내고 있다. SK온에 필요한 추가 투자금의 규모,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받은 자금의 수익 보장, 투자 회사의 적자 누적에 따른 추가 증자 등을 고려할 때 SK그룹의 자금 소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계열사는 극히 손에 꼽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그룹 내 핵심 계열사나 우량 자산이 매물로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지난해 딜 기근에 시달렸던 금융사, 자문사, 사모펀드 등은 SK발 매물 출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SK스페셜티다. SK스페셜티는 삼불화질소(NF3)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40%를 점유하고 있는 독보적인 1위 업체다. 최근 이 분야 세계 3위인 효성화학이 특수가스사업부의 경영권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데, 본입찰에 10여 곳의 후보가 도전장을 낼 정도로 관심이 높다. 일각에서는 SK스페셜티가 최근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투자업계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상품성 있는 계열사라 결국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이다. 업계는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 매각 가능성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탱크 터미널 사업을 영위하는 SK엔텀도 나쁘지 않은 매물이란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 100% 자회사인 SK에너지의 탱크 터미널을 인적 분할해 SK엔텀을 출범시켰다. 현재 SK엔텀의 주 거래처는 SK에너지로, 매각이 되더라도 양사의 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투자업계에서는 SK앤텀의 매각을 예정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반면 매각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SKIET의 경우 분리막 생산 효율성과 경쟁력이 떨어져 인수하더라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매력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