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점검 등 경·공매 활성화 압박 강화한 금감원, PF 부실 사업장 정리 본격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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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구조화 계획 제출받은 금감원, 이번엔 현장 점검 나섰다
현장선 여전히 회의적 여론, "금융사 손실 우려 여전히 커"
다대마린시티 대주단 브릿지론 만기 연장 불허 통보, 리스크 감수하고 회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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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에 대해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나섰다. 재구조화·정리 계획 실행 여부 등을 점검하고 계획이 미흡한 사업장에 대해선 수정을 지도하겠단 것이다. 당국 차원의 부실 사업장 경·공매 압박 강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금감원 부동산 PF 현장 점검 시행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현장 점검을 진행 중이다. 앞서 금감원은 전 금융권에 이달 9일까지 부동산 PF 평가대상 사업 중 ‘유의’ 또는 ‘부실 우려’ 등급으로 평가받은 사업장에 대해 재구조화·정리 계획을 제출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에서 부실 사업장 재구조화·정리 계획이 미흡한 것으로 판단되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관련 지침을 계획에 충실히 반영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금감원이 현장조사를 통해 ‘채찍’을 들고 나온 만큼, 업계에선 당장 내달부터 경·공매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이 나온다. 금융 당국은 230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사업장 중 약 2~3%가량이 경·공매 대상으로 보고 있다.

‘채찍’에도 반발 여전, 결국 재입찰 요건 완화 등 당근책 제시

다만 현장에선 실제 거래가 원활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적잖이 나온다. 애초 그간 금융사들이 경·공매보단 업계에서 조성한 펀드 등에 부실 사업장을 넘기는 방식으로 재구조화를 이뤄왔기 때문이다. 이는 급격한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수자와 매도자 간 매매가격에 이견이 커진 탓에 PF 사업장 매각 자체가 어려워진 영향이다.

충당금 부담도 경·공매 기피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부실 우려 평가를 받은 사업장은 경·공매를 통해 매각을 추진하고 대출액 75%를 충당금을 내야 하는데, 부실 사업장을 펀드가 매입할 경우 충당금을 확보하지 않아도 사업장을 우회적으로 보유할 수 있다.

금감원의 계획에 금융사들의 반발이 나오고 있단 점도 문제다.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 경공매 의무 사업장 기준을 은행 수준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2금융권은 현재 대출원리금이 6개월 이상 연체된 사업장이 경공매 의무 대상인데, 이 기준을 3개월로 단축하겠단 것이다. 경공매를 진행했지만 유찰이 되는 경우 3개월 단위로 재입찰하는 현행 규정도 1개월 주기로 강화한다.

가격도 더 낮춰 팔아야 한다. 3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돼 경공매에 나섰으나 유찰이 된 사업장이 1개월 뒤 재입찰에 나설 때는 최초 입찰가격을 지금보다 더 떨어뜨려야 한다. 종전에는 재입찰 시 직전 유찰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유찰가격의 10% 이하로 가격을 낮춰야 한단 것이다. 금감원의 계획을 그대로 따를 경우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게 금융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금감원은 경·공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 일부 지침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경·공매 기간을 탄력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유찰 시 재입찰 가격 10% 하향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당근책을 추가로 제시해 부실 사업장 정리를 독려하겠단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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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마린시티 투시도/사진=HSD

다대마린시티 PF 대주단 회수 작업 시작

이처럼 당국이 채찍과 당근을 거듭 내밀며 압박을 이어가면서 손실을 감수하고 회수 작업을 진행 중인 사업장이 속속 나오는 분위기다. 부산 사하구 다대동 옛 한진중공업 부지 개발 사업장(다대마린시티)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대마린시티는 부산 사하구 다대동 17만8,757㎡ 규모 옛 한진중공업 부지를 공동주택 및 복합문화시설 등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상 최고 48층 11개 동, 3,095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지상공원, 초등학교, 지하 주차장 등을 건립해 ‘미니 신도시급’ 사업을 진행하겠단 계획이었지만, 사업은 거듭 차질을 빚었다. 시행사인 HSD가 지난해 1월부터 줄곧 브릿지론 이자를 납부하지 못해서다. 대주단은 이자 비용 400억원 추가 조달을 조건으로 만기를 연장하는 등 여건 마련에 주력했지만, 시행사는 200억원가량을 조달한 뒤 재차 이자를 연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6월 다대마린시티의 PF 대주단은 시행사 측에 브릿지론 만기 연장 불허를 통보했다. 이 사업장의 브릿지론 규모는 총 3,700억원으로, 이 중 새마을금고가 2,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밖엔 하나증권·교보증권·BNK투자증권 등이 후순위로 1,700억원을 대출해 줬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선순위로 대출을 취급해 사업장이 경·공매로 넘어가더라도 손실을 보지 않을 전망이지만, 후순위 대주단은 경·공매 낙찰가에 따라 대출금의 일부를 잃을 수도 있다. 대주단 입장에서 리스크가 남아 있음에도 회수 작업을 시작했단 의미다. 다대마린시티를 시작으로 사업장 정리가 본격화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