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2.0% 상승, 안정된 지표에도 기준금리 인하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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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0%에 그쳐
"물가 안정에 美 피벗까지" 거세지는 기준금리 인하 압박
급증하는 부채와 부동산 시장 과열 기조는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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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물가 측면에서의 피벗(통화 정책 전환) 위험이 눈에 띄게 낮아진 것이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한국은행의 금리 조정 시기에 집중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세 ‘안정’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54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0%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2.9%) 3%대 밑으로 떨어진 이후 꾸준히 둔화하다 지난 7월 2.6%로 한 차례 오른 바 있다.

품목별로 보면 공업 제품 물가가 1.4% 상승해 전체 물가를 0.47%포인트(p)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농·축·수산물 물가는 2.4% 상승했다. 물가 기여도는 0.19%p였다. 석유류 물가는 0.1% 오르며 전월(8.4%) 대비 상승폭을 크게 줄였고, 서비스물가는 2.3% 올라 전월(2.3%)과 동일한 상승폭을 유지했다. 이 중 공공 서비스와 개인 서비스 물가는 각각 1.4%, 3.0% 올랐고, 외식 물가는 2.8% 상승하며 전체 물가 오름폭을 웃돌았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 전월 대비 0.5% 상승했다. 밥상 물가를 결정짓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오르며 지난 7월(7.7%) 대비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7월 21.3%를 기록했던 신선과실 상승률 역시 지난달 9.6%로 눈에 띄게 둔화했다. 다만 배(120.3%), 사과(17.0%) 등 공급이 불안정한 특정 품목은 여전히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금리 인하 기대 확산

국내 물가 상황이 눈에 띄게 안정된 가운데, 시장 곳곳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세가 한은의 목표치였던 2%에 부합했다”며 “미국 등 주요국의 피벗 움직임까지 본격화하지 않았나.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실제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때가 도래했다”며 9월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잭슨홀 미팅은 매년 8월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학자 등이 모여 정책을 논의하는 행사로, 통화정책 방향 변화를 알리는 자리로도 활용된다. 파월 의장은 또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에 매우 가까워졌다”며 “인플레이션이 2%로, 안정적으로 복귀할 것이란 확신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해선 향후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결정하겠다며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노동시장의 추가 냉각을 추구하거나 반기지 않는다”며 “물가 안정을 향한 추가 진전을 만들어 가는 동안 강한 노동 시장을 지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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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피벗 어려운 이유는

문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여타 주요국 대비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급증하는 부채와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이 금리 인하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정부와 가계의 부채 합은 최초로 3,0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인 2,401조원의 127%에 달하는 수치다. 감세 기조로 세수가 줄면서 국채 발행이 증가한 가운데,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가계대출이 급증한 결과다. 

한은은 이 같은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한은이 공개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 다수는 물가 안정세와 내수 부진에도 불구, 급등하는 집값과 가계 부채를 경계하며 금리 인하를 주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통위는 7월 11일 개최된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회 연속 만장일치 의견으로 3.5%로 동결한 바 있다.

한 금통위원은 “물가 측면에서의 피벗 위험은 상당폭 낮아진 것으로 평가하나, 주택 가격 상승 폭 확대로 인한 금융 안정 측면에서의 피벗 위험은 증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상승세, 주택 매매 거래량 증가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잔액 확대 등을 우려한 것이다. 이 위원은 “과거 경험상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규모와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주택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부채가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최근 여야 국회의원의 연구 모임 ‘대한민국 전환과 미래 포럼 창립총회’에 강연자로 나서 “여러 구조적 문제 때문에 집값이나 물가가 올라 이번(8월 금융통화위원회)에 금리를 인하하고 싶어도 못 했다”며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국내 증권가에서는 한은이 10월 금통위 회의에서 재차 금리 동결을 택하고, 11월에 접어들어서야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