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부실’에 대형 저축은행도 NPL 비율 20% 육박, 금융당국 압박 직면
저축銀 상위 10개사, 고정이하여신 비율 19.76%
'유의·부실우려' 부동산 PF 사업장 21조원 규모
'PF 부실' 저축은행, 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받나
10대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중 부실채권(NPL) 비율이 2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부실대출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6,700억원
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자산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페퍼·다올·신한·상상인·OSB)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3조3,9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고정 이하 판정을 받은 대출은 6,710억원에 육박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9.76%를 기록했으며 같은 시기 10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4.17%다. 고정이하여신은 보통 부실채권으로 불린다. 일반 대출에선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가 어려운 채권을 고정이하여신으로 판단하지만, 부동산 PF 관련해선 연체가 없더라도 사업성 측면에서 나쁜 평가를 받아 대출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정된 채권도 고정이하여신에 속한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 PF 대출에선 연체액보다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더 크게 집계될 수 있다.
불과 3개월 전인 올해 1분기 말과 비교하면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줄었으나 고정이하여신은 증가했다. 10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4조1,838억원에서 3조3,949억원으로 8,000억원 가까이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은 5,540억원에서 6,710억원으로 1,000억원 넘게 늘어났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을 계산하는 분모(전체 부동산 PF 대출잔액)는 줄고 분자(고정이하여신)는 커지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분기 말 13.24%에서 2분기 말 19.76%로 치솟았다. 회사별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비교하면 상상인저축은행의 수치가 32.39%로 가장 높았고 페퍼저축은행이 31.26%로 뒤를 이었다. SBI저축은행과 다올저축은행을 제외한 8개 저축은행은 모두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웃돌았다.
부동산 PF 재평가에 업계 ‘폭풍전야’
10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취급 규모가 줄었는데도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부동산 PF 사업성 재평가가 이뤄진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연착륙 정책’을 발표하면서 사업장 평가등급을 세분화하고 평가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이에 따라 기존 3단계던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은 4단계로 강화됐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최근 긴급 경영실태평가에 나서면서 업계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수도권 소재 대형사 두 곳을 포함한 저축은행 최소 4곳에 대해 실태 평가를 시행했는데, 평가 대상은 올 1분기와 2분기 연속으로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저축은행이다.
경영실태평가는 금융기관의 전반적인 경영 현황을 점검하는 감독 절차로, 평가 후에는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 경영관리 능력 등을 기준으로 1등급(우수)부터 5등급(위험)까지 구분한다. 경영실태평가는 평가 결과에서 건전성이 4등급(취약) 이하를 받을 경우 적기시정조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검사와는 다르다. 적기시정조치는 권고, 요구, 명령으로 구분돼 있으며, 조치 대상 저축은행은 부실채권 처분과 자본금 증액, 배당 제한 등의 조처를 받을 수 있다.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이행하지 않거나 종합평가에서 취약 이하 등급을 받은 경우에는 경영개선요구 조치로 이어진다. 경영개선요구 시 해당 저축은행에는 예금금리 수준 제한, 임원진 교체 요구, 영업 일부 정지 등이 이뤄지며, 나아가 경영개선명령에선 영업 정지 또는 합병·매각이 이뤄질 수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6월에도 저축은행 세 곳을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에 착수한 바 있다. 6월 실시한 경영실태평가 작업은 이달 내로 마무리해 평가 등급을 확정할 계획이다. 평가를 통해 취약 등급을 받은 저축은행은 부실채권 매각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계획을 의무로 제출해야 한다.
전체 9.7%가 유의·부실우려, 금융당국 “신속히 정리”
현재 금융당국은 전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중 경·공매에 넘겨야 하거나 재구조화가 필요한 부실 사업의 규모가 1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구조조정 대상에 해당하는 유의(C등급), 부실우려(D등급) 여신은 21조원으로 전체 금융권의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216조5,000억원 중 9.7% 수준으로 집계됐다.
본 PF까지 진전된 경우는 4조1,000억원 수준이며, 브리지론이 4조원, 토지담보대출이 12조9,000억원에 육박했다. 업권별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은 상호금융 등이 9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저축은행 4조5,000억원 △증권 3조2,000억원 △여신전문금융업권 2조4,000억원 △보험 5,000억원 △은행 4,000억원 순이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오는 6일까지 재구조화·경공매 계획을 확정하면, 이를 신속하게 정리해 PF 시장을 연착륙시킨다는 방침이다. 금융투자협회도 2년간 약 3조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에 동참한다. 증권사 자체자금 6,000억원이 투입되며, 기관투자자 등이 출자자(LP)로 참여한다. 개별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펀드를 조성·운용하는 형태로, 자금은 PF 사업장 대출채권 매입, 신규사업장 PF 대출, 부실채권 투자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