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후 등기 전 거래 취소 다수 적발, 제도적 허점에 ‘집값 띄우기’ 횡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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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후 미등기 전체 건수 486건, "허위 거래 활용한 '집값 띄우기' 자행한 것"
허위 거래 반복 시 부작용 우려 커, 실거래가에 대한 시장 불신 확산할 수도
여전한 솜방망이 처벌, 허위 거래 적발해도 '3,000만원 이하 과태료'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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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아파트를 매입한 후 등기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례가 191건으로 집계됐다. 서울시가 적발한 부동산 거래 관련 위법행위도 1,017건에 달했다.

아파트 매매 후 미등기에 따른 과태료 처분 191건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아파트 매매 후 미등기 행위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건수는 191건으로 집계됐다. 세무서 통보 등 과태료 이외 조치는 27건, 소송 진행·가압류·가처분 등 기타 191건, 조치 진행 중 77건 등이다. 미등기 문제로 행정처분을 받거나 받을 예정인 전체 건수는 최대 486건에 달하는 셈이다.

서울시의 부동산 동향분석 시스템에서도 위법행위가 다수 적발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지난 6월까지 1년간 부동산 거래에서 적발한 위법행위는 총 1,017건이다. 위법 유형으로는 ‘지연 신고’가 81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후로는 미신고·자료 미(거짓)제출 145건, 거래가격 거짓 신고 53건 등이 이어졌다. 이외 탈세가 의심되는 거래도 3,019건 발견됐다. 대부분이 특수관계인 간 편법 증여나 차입금 거래 등 양도세·증여세 탈루로 추정되는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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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위법행위, ‘집값 띄우기’ 위험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부동산 업계에선 “위법행위가 이어지는 건 결국 아파트 매매 후 미등기하는 방식으로 집값 띄우기와 허위 위장 거래를 하는 편법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방증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적발된 사안을 단순 실수나 변심에 따른 ‘헤프닝’이 아니라 집값을 띄우기 위한 ‘거짓 거래 및 범죄 행위’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집값 띄우기란 부동산 거래를 높은 가격으로 신고해 호가를 끌어올린 뒤 소유권 이전을 하지 않은 채 계약을 해제하는 시세 조작 수법을 의미한다.

문제는 지난해에도 집값 띄우기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해 2월 국토부는 “2021~2022년 전국에서 매매내역 신고 후 계약이 해제된 실거래는 4만1,020건이었으며, 이 중 거래 당시 신고가를 기록한 건 7,280건(18%)이었다”며 “거래 체결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없던 일이 되는 계약을 정상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허위 거래는 집값 거품과 시세 교란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집값 띄우기 문제가 해를 거듭하며 반복되고 있단 것이다.

“전수조사·제도 재정비 등 대책 마련해야”

집값 띄우기와 같은 허위 거래가 반복되면 집값 거품 및 시세 교란 문제가 파생될 가능성이 높다. 집주인의 희망 가격인 호가와 달리 실거래가는 시장에서 시세 판단의 기준점이 되는 만큼, 허위 거래를 보고 집값이 올랐다고 생각한 실수요자들이 불안한 마음에 추격 매수에 나서면 가짜 가격이 진짜 시세로 굳어질 수 있어서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 거짓 거래로 띄운 가격이 정상화되면 선량한 거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고, 나아가 실거래가에 대한 시장 불신이 확산하는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

이에 업계에선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전국 아파트 매매 내역을 조사해 위법의심거래를 걸러냄으로써 실거래가 시스템의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전수조사가 이뤄진 선례도 있다. 지난해 국토부는 기획조사를 진행해 2021년 1월~2022년 2월 사이 거래에 대한 계약서 존재 여부, 계약금 지급 및 반환 과정을 전수조사했다. 2022년 9월 이후에 체결된 아파트 직거래를 대상으로 특수관계자 간 편법 증여와 차입금 거래, 명의신탁, 대출용도 외 자금 유용 등 혐의를 살핀 뒤 형사처벌 등 강력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수조사를 반복해 허위 거래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된 시선이다.

한편으론 제도 재정비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허위 거래를 사전 차단할 만한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다. 그나마 사후에 적발된다고 하더라도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친다. 더군다나 소유권 이전 없이 계약서 작성만으로 실거래 등록이 되고, 이를 이유 없이 취소해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는 실정이다. 사실상 투기 세력의 범법 행위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일절 없다는 의미다. 이에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의심스러운 거래에 대해 철저하게 모니터링과 검증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적발되면 강하게 처벌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도 필수”라며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투기 세력의 범죄 행위를 엄단해야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