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금리 9%” 고금리 특판 경쟁 불붙은 새마을금고, 수익성 악화 우려
천안 A새마을금고, 9% 고금리 특판 적금 상품 출시
"금리 인하 코앞인데" 특판 상품으로 수익성 악화 가능성↑
미끄러지는 새마을금고 건전성 지표, 제도 손질 의지 내비친 당국
지역 새마을금고의 고금리 특판 경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급증한 예·적금의 만기 시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자금 확보를 위해 높은 이자율을 앞세우며 고객 유치에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가뜩이나 위태로운 새마을금고의 실적이 고금리 특판으로 인해 한층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새마을금고, 특판 경쟁 본격화 조짐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충남 천안의 A새마을금고는 매월 출자 금액에 따라 연 7~9% 수준의 이자 수익을 보장하는 적금 특판 상품을 다음 달 25일까지 판매한다. 매월 5만원을 출자할 경우 연 7%, 10만원을 출자하면 연 9%까지 이자를 제공하는 식이다. 가입 금액은 월 10만~50만원이다. 금고에 출자하는 상품이라 영업점을 방문해야 가입할 수 있다.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A금고는 적자 누적과 자본금 감소 등으로 인해 건전성이 꾸준히 악화되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A금고는 올해 상반기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았다. 새마을금고 경영실태 평가는 1등급(우수)과 2등급(양호)까지는 통상 우량 금고로, 3등급(보통)과 4등급(취약), 5등급(위험)은 부실이 있거나 부실이 우려되는 금고로 분류된다. A금고는 올해 상반기 7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43억원 순손실) 대비 적자 폭을 키웠다. 지난 6월 말 기준 자본금은 3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4억원가량 줄었다.
새마을금고가 다시 고금리 특판을 내놓는 배경엔 만기가 돌아오는 100조원 규모의 예·적금이 있다.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시장이 경색됐을 당시, 각 금융사는 수신 금리를 올려 자금을 조달했다. 그해 9~11월 불어난 금융사 정기예금은 116조4,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당시 예치했던 예·적금의 만기가 1년 단위로 도래하며 은행권에서는 매년 9~11월마다 자금 유치를 위한 경쟁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불어나는 적자·연체율, 건전성 부담 가중
문제는 이 같은 고금리 특판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차후 기준금리가 인하돼 대출 금리가 미끄러진 뒤에도 고객에게는 연 5~9%의 이자를 지속적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의 적자 규모와 연체율은 계속해서 뛰어오르고 있는데 무리한 고금리 특판으로 수익성이 더 악화하면 자산 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새마을금고 관리·감독 기관인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전국 1,284곳의 새마을금고 ‘2024년 상반기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전체 연체율은 지난해 연말(5.07%) 대비 2.17%p(포인트) 상승한 7.24%로 집계됐다. 이는 뱅크런 사태가 일었던 지난해 하반기 당시 연체율(6%대)을 넘어선 수치다.
같은 기간 새마을금고의 당기순손실도 1조2,019억원으로 전년 동기(1,236억원) 대비 1조원 가까이 확대됐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손실 흡수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과정에서 손실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대손충당금은 금융사가 대출채권 회수가 어려울 것을 대비해 미리 쌓는 일종의 준비금으로, 회계상 손실로 집계된다.
금융당국, 제도 개선 의지 피력
새마을금고의 재정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는 가운데, 금융 당국은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상호금융권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나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열린 상호금융권 간담회에서 “‘동일업무-동일규제’라는 대원칙 아래 다른 금융기관에 준하는 수준으로 (상호금융권) 규제 체계를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제도 개선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상호금융은 주관 부처와 국회 상임위원회가 제각각이어서 규제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 위원장은 “지배구조, 영업 행위, 부실 정리 등 분야별 규제 체계 개편 방향을 순차적으로 관계 부처·유관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며 “이런 노력을 통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건전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최근 상호금융권이 외형 성장에만 치중해 본연의 역할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충분한 자산 운용 역량과 자금 운용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로 비과세 혜택에 기반한 수신 경쟁에 집중한 결과, 자산 규모가 관리 역량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까지 확대됐다”고 짚었다. 상호금융권의 무분별한 자산 규모 확대가 무리한 투자와 특정 분야 쏠림 등 시장 왜곡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상호금융권 총자산은 6월 말 기준 1,033조원으로 10년 만에 두 배 이상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