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문제다” 美 스몰컷에도 한은 11월 금리 인하는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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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11월 FOMC에서도 스몰컷 단행
"금리 격차 줄어들었는데" 트럼프 당선 후 원·달러 환율 치솟아
환율에 주목하는 한은, 11월 금융통화위원회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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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좁혀짐에 따라 한국은행의 운신 폭이 넓어진 가운데,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사실상 작다는 평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가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은 영향이다.

연준, 2회 연속 금리 인하

연준은 7일(현지시각) FOMC 정례회의 직후 낸 성명에서 기존 연 4.75~5.00%이었던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연 4.50~4.75%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에 이어 2회 연속 금리를 내린 것이다. 파월 의장은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건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회의 전까지의 경제활동 데이터를 보면 기대보다 상당히 강력했다”면서 “고용 보고서도 상당히 좋았고, 소매판매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경제 활동의 하방 리스크가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시각도 드러냈다. 그는 “비주택 서비스와 상품이 근원 PCE의 80%를 차지하는데, 그 수준이 인플레이션이 2%대를 기록했던 2000년대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면서 “노동 시장도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해외 기관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예상에 부합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한은 뉴욕 사무소가 주요 투자은행(IB)의 반응을 취합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JP모건은 “이번 25bp 인하 결정이 지난 회의와 달리 만장일치로 결정된 만큼 특별한 이변은 없었다”면서 “정책 결정문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회의는 시장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만큼 역시나 새로운 정보가 없었다”면서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조해 보이고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경제 판단에 크게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파월 의장도 시장에 새로운 정보를 주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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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에 발목 잡힌 한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함에 따라 한·미 금리차를 주시하던 한은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작년 7월부터 지난 8월까지 역대 최대 수준인 2%p로 유지되던 한·미 금리차는 이번 연준의 결정으로 1.5%p까지 줄어들게 됐다. 원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질 경우,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이탈하며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금리차가 좁혀지면서 금통위의 운신 폭이 넓어졌지만,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28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사실상 작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45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으로 강(强)달러 현상이 본격화한 탓이다. 관세 인상,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실행되며 인건비와 물가가 높아질 경우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원화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미국 대선 결과가 공개된 7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8원 오른 1,402원에 개장했다. 시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것은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장중에는 달러 강세가 한층 두드러지며 환율이 1,404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다만 8일 환율은 FOMC 결과가 반영된 영향으로 장 마감 시점 기준 1,385.70원까지 하락했다.

이창용 총재 “환율, 금리 인하 시 고려 요인”

한은은 미국 대선 결과 발표 이전부터 원·달러 환율 변동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내 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 D.C.에서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높게 올라가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발언했다.

그는 미국 대선, 견고한 미국 경제 지표 등의 영향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했고, 이로 인해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가 환율 정책을 할 때는 특정한 수준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칙적인 얘기지만, 레벨보다는 스피드라든지,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서 변화할 때 생길 수 있는 시장 기능(Function)이 잘 작동하는지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달 개최 예정인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해선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는 것이 내년 경제성장률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지금 우리가 하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금융 안정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지, 미국 대선이 끝난 뒤에도 달러 강세가 계속 지속될지, 이런 것들을 데이터를 보며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