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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안뽑] ⑨워드프레스가 쓸만해진 것이지 '만능' 솔루션이 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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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onths
Real name
Keith Lee
Bio
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워드프레스가 쓸만해진 것이지, 마치 '만능' 해결사가 된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웹페이지 제작 요청을 대부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고급 개발이 필요하거나, 반대로 단순한 1장짜리 웹페이지에 워드프레스는 억지 붙여넣기가 된다

비단 개발자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이 자주 저지르는 문제인데, 뭐가 좋다고 그러면 우르르 몰려들고, 무조건, 언제, 어디에서건, 사정도 고려하지 않고, 너도 나도 따라한다. 고환암 위기에 놓인 60대 남성에게만 좋은 제품을 20대 여성이 썼다가 자칫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가장 좋은 예시가, 딥러닝이라고 알려진 Neural Network가 마치 만능 계산이라 모든 곳에 다 쓰면 되고, 이제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왔으니까 수리통계학 고급 지식 따위는 필요없다고 주장하던 개발자들이다. 그런 개발자들 때문에 'AI/DataScience' 주제로 교육도 시작했고, 심지어 스위스에 SIAI라는 대학까지 만들어야 했다. 여전히 한국 땅의 수 많은 인력들이 그런 잘못된 정보에 현혹된 상태로 있는 것 정도는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일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워드프레스 찬양론, 개발자 필요없다는 비관론을 연재 중이지만, 그렇다고 워드프레스가 '만능' 솔루션이고, 개발자가 단 1명도, 아예 필요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자-안-뽑음_202312
개발자-안-뽑음_202312

'만능' 솔루션이라고 그런 적 없는데?

오히려 난 계속 워드프레스를 써야 하는지에 대해 비관론을 갖고 웹사이트 리뉴얼 관련 고민을 시작했었다. 그간 총 3번의 해킹을 당했는데, 그 중 1번은 타블로(Tableau)로 만든 빅데이터 대시보드가 해외 모 기관의 전문 해커에게 해킹을 당했고, 나머지 2번은 워드프레스로 만든 우리 회사 서비스 웹사이트들이었기 때문이다.

Tableau로 만들었던 페이지는 이미 Julia와 Genie Framework로 다시 제작 중이고, 2월말~3월초 일반 공개를 목표로 열심히 작업 중이다. 다시는 해킹을 당하지 않도록 서버 방화벽 설계부터 비전문가 치고는 상당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이미 공유한 바 있다.

같은 서버 네트워크 안에 회사 서비스 웹사이트들을 새로 만든다고 했을 때, 해킹, 속도 저하, 관리 이슈 등등의 수 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장본인인 워드프레스를 다시 집어드는 선택을 하는 것은 절대로 간단한 선택이 아니었다.

Wix 같은 솔루션으로 웹페이지를 만들 수도 있고,

20년 이상 웹사이트 개발 및 디자인 에이전시를 운영해 왔다는 윗 글의 노르웨이인 전문가는 단순한 웹페이지를 만들거라면 굳이 워드프레스를 쓸 것 없이 Webflow를 쓰는 편이 훨씬 더 낫다는 주장을 기반으로 읽는데 20분도 넘게 걸리는 초장문의 글을 써 놨다.

사람들이 덜 쓰는 솔루션일수록 해킹 시도가 없고, 내가 목숨걸고 반드시 워드프레스를 써야 할 이유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형 서비스를 위해 만들어진 Joomla를 써 볼까는 생각도 해봤고, 위의 글에 언급된 Webflow를 실제로 검토해 본 적도 있다.

아래 비교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만, 워드프레스로 성능에서 73점 받을 때 Webflow를 쓰면 95점을 받는다. 흔히 나타나는 일로, 지금처럼 서버 성능 업그레이드 하려고 아무것도 모르는 비전문가 주제에 이것저것 찾아볼 필요없이 단번에 쉽게 성능 95점짜리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 조금만 손을 대면 100점 만드는게 아무것도 아닌데, 나는 워드프레스를 선택한 탓에 100점 근처로 끌어올리려고 많은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이다.

Wordpress_vs_Webflow
Wordpress_vs_Webflow / 출처=Do NOT Use WordPress For Your Business Website In 2023 — Represent Web Agency

워드프레스의 흑과 백

위의 웹 에이전시 전문가의 글을 여러 차례 읽으면서 내가 했던 생각은 두 가지다.

  • 한국 웹 에이전시처럼 그저 웹사이트 찍어내기만 하는 곳과는 질적으로 생각의 깊이가 다르구나
  • 영어권에는 끊임없이 좋은 솔루션이 쏟아지는구나

사실 내가 워드프레스를 고른 것은 나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Nginx로 서버를 새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1주일 남짓을 공부했었는데, 워드프레스 웹사이트 1개에 맞춘 서버 셋팅에도 하루 이상 시간을 허비했었고, 여러 웹사이트를 묶은 워드프레스 멀티사이트 (현재 우리 웹사이트 구성 방식이다)은 셋팅이 더 복잡해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했었다. 10월 9일 하루 만에 끝내고 10일부터는 바뀐 서비스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호언 장담을 했다가, 실제로 우리 직원들에게 바뀐 서비스를 처음 보여준 것이 10월 17일 늦은 밤이었던 사례를 이미 공유한 바 있다.([개안뽑] ④죄송합니다, 오늘은 출근 안 해도 됩니다. 제가 서버를 망쳐놨습니다)

서버 공부라고 하는데, 내가 컴퓨터 공학 전공자 출신도 아니고, 이게 대학 학부 이상 전공 지식이 필요없는 기능직 업무라고 해도 한번 제대로 해 본 적도 없는 일이라 모든 구간에 장벽을 만나기 투성이다.

그런 비전문가 주제에 구글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없는 소수만 알고 있는 플랫폼에 도전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수학 모델링 기반으로 데이터 사이언스 프로젝트라면 남들이 뭐라고 하건 내가 하고 싶은 언어와 프레임을 고르고 내 마음대로 진행해도 겁이 안 나겠지만, 웹 서버 지식조차 제대로 안 갖추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돈을 좀 쓰더라도 모르면 물어보기 편한 곳을 고를 수밖에 없겠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WebFlow를 고르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달 지난 시점에 다시 생각해보면 WebFlow를 고르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저기는 정말 No-code고, 속도도 빠르고, 워드프레스에서 중구난방으로 공급되고 있는 플러그인들이 낳는 각종 호환성 이슈들이 거의 없는 굉장히 깔끔한 서비스더라. 마치 고교시절 몇 번 써 봤던 나모 웹 에디터의 2023년 판 업그레이드를 보는 느낌인게, 웹페이지 만들기가 이렇게 쉬운데 굳이 블록 테마 좋다면서 블록을 하나하나 다 엮어야 하는 귀찮은 워드프레스를 써야했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다만 단순한 html 한 장짜리 웹페이지를 만들고 끝내려 했던 것이 아니라, 최소한 CMS 이상의 도전을 하고, 금융-데이터 과학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고급 지식의 보고(寶庫)를 만들려고 했던만큼, 좀 힘들어도 워드프레스가 맞는 선택이었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중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Joomla 같은 더 대형 웹사이트 전용 플랫폼들을 써야하지 않았나는 아쉬움도 있다. 당장 파비리서치에 Paywall을 세워서 유료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니

  • 가입자 관리
  • 가입자들 권한 분리
  • 권한에 기간 설정

같은 문제들이 생기고, 유료 구독자들 중 상위 Tier에 있는 분들에게만 댓글 권한을 줄려고 하니 또 설정이 복잡해진다. 이런 식으로 구독자 그룹을 세분화하고, 각각의 그룹들에게 다른 Cache를 제공해 주려고 봤더니, 대부분의 워드프레스 Cache 플러그인들이 로그인 사용자들 전용으로 만든 Cache는 아예 사람 1명, 1명에 대해서 따로 Cache를 만드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보기도 했다. 아직 서비스 초창기인 지금도 캐시 파일들을 보면 5GB가 넘게 쌓여있는데, 그럼 사용자가 수만 명으로 늘어나면 하드 디스크 사이즈가 얼마나 커져야 하는거야?

모든 것을 다 내가 직접 만들면 당연히 마음에 드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겠지만, 위에 쓴대로 한 장짜리 html 페이지도 만들 줄 모르는 html 무지랭이 입장에서 결국 플랫폼이 제공해주는 것에 만족하고 타협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워드프레스가 CMS에서 FSE로 구조가 한 차례 변경된 덕분에 더 많은 것들을 내 손으로 조작할 수 있을 뿐이다.

OTT_Ranking_Google_Page_Speed_20231208
OTT_Ranking_Google_Page_Speed_20231208

닭 잡는데 소 잡는 칼, 닭 잡는데 고려시대 직지심체요절

농담처럼 하는 말로, 닭 잡는데 소 잡는 칼 쓰면 안 된다, 소 잡는데도 닭 잡는 칼 쓰면 안 된다고 한다.

어느 미국 명문대에서 정수론으로 수학 박사 과정을 밟은 천재 소녀를 국내 모 대기업이 이미지 인식 팀에 배정하는 걸 보고 닭 잡는데 소 잡는 칼도 아니고 박물관에 모셔놓고 인류 문화 유산으로 봐야 할 고려시대 직지심체요절을 쓰는 걸 보는 기분이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위의 워드프레스 논의도 비슷한 관점에서 보면 될 것 같다.

구글 페이지 스피드에서 100점 만점을 받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서비스들이 있고,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서비스들도 있다. 나는 구글 검색에 잘 나오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고급 콘텐츠 사업을 한다. 달리 홍보 비용을 쓰지 않는 만큼, 검색이 잘 되어야 내가 만든 콘텐츠를 쉽게 외부에 알릴 수 있다. 잘 만들어 놓은 덕분에 PDSI 한 곳에만 한 달 기준 최소한 1만건 이상의 클릭이 들어온다. 콘텐츠의 제한성을 감안하면 구글 클릭만으로 한국에서 월 1만건 이상의 클릭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전문 콘텐츠 웹사이트가 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막대한 홍보비를 쓸 각오를 하신 분이라면, 특히 클릭을 유도하기 쉬운 여성 옷, 화장품 서비스들은 웹사이트가 구글의 SEO 기준을 굳이 따르도록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네이버, 다음 같은 주요 포털에 매일 천만원씩의 광고비를 쓰면 국내에서 엄청난 숫자의 방문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데, 옷, 화장품 같은 상품을 파는 분들은 그런 정보를 검색하는 분들이 구글 대신 네이버, 다음을 주요 검색 채널로 쓰고 있는 만큼, 굳이 구글 SEO에 목숨을 걸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냥 웹페이지 1장으로 회사 소개만 하는 경우도 위의 WebFlow를 쓰는 편이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웹사이트 최적화 따위는 고민하지 않고, 그냥 사진 몇 장과 텍스트 몇 문단만 치면 웹사이트 구성이 끝나고, 관리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왜 굳이 해킹 많이 당하니까 항상 관리에 신경을 바짝 세워야 하는 워드프레스로 웹사이트를 만들어야 하나?

더 대형 플랫폼을 만들어야하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컴공과 출신의 한 SIAI 학생이 말했던

한국에서는 네이버/카카오 같은 회사들 말고는 대학 교육 받은 개발자 필요없어요. 그냥 베끼는 코더만 있으면 돼요

에는 네이버/카카오 같은 회사들은 실력파 고급 개발자가 필요하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런 분들이 물론 구글SEO를 바짝 신경 쓴 웹페이지를 만들어주시면 좋겠지만, 자기 회사의 서비스가 탄탄하고, 그들 내부적인 구조가 있는데, 굳이 구글이 만들고 있는 문법에 의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서버사고로 먹통되어서 서비스 중단 되는 일이 없도록 서버 분산하고 복제 서버 같은 걸 관리하는데 더 신경을 쓰셔야지.

단지 내 현실에 가장 적합한 도구였기 때문에 골랐을 뿐이다. 그리고, 실력 없는 개발자들에게 당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역시 워드프레스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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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