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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개발 인원을 10명 이상 데리고 IT사업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 시절 제게 가장 큰 불만을 한 줄로 요약하면 '왜 말 귀를 못 알아먹을까' 였던 것 같고,
저희 개발팀이 제게 가진 가장 큰 불만은 '왜 짜증나게 계속 바꾸냐' 였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도 몇 년간 개발자들에게 온갖 불만이 다 있었는데, 2023년에 개발팀을 완전히 해체하고 제가 직접 회사의 모든 시스템을 하나하나 만들면서 겪은 내용, 배운 내용들을 '개발자 안 뽑음(개안뽑)'에 담아 봤습니다.
2023년의 경험을 담은 1부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의 불만만 잔뜩 담겨 있습니다만, 그런 시절을 겪은 덕분에 이제는 정말로 개발자를 안 뽑고도 IT시스템을 혼자서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WordPress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Drupal, Moodle, NextCloud, Frappe 같은 오픈 소스 솔루션을 쓰게 되면서, 좀 귀찮아도 개발자 뽑지 말고 내가 직접 시스템을 관리하면서 중간중간에 필요한 일들이 있으면 UpWork.com 같은 곳에서 개발자, 디자이너 뽑아 쓰는게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서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런 제 깨달음의 과정을 최대한 여과없이 담았습니다.
혹시나 IT 시스템을 만들고 기업을 꾸리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저같은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이는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 2025년 2월 추가
이 책을 WordPress에서 Drupal의 Book 모듈을 이용해서 옮기고 다시 읽어보니 이불킥을 할 만한 내용들이 너무 많아서 비공개로 바꾸고 싶은 욕심이 불쑥 올라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누군가 저 같은 시행착오를 안 하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이런 부끄러운 사건들을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고민 끝에 공개로 두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습니다.
요즘 주변을 보면 다들 저처럼 개발 팀을 내보내고 외주 솔루션들을 씁니다. 특히 저처럼 영어에 장벽을 느끼지 않는 분들은 해외의 오픈 소스들을 쓰면서 인도, 동남아, 동유럽, 남유럽 같은, 인건지 저렴한 곳의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이용해서 시스템을 운영하더군요. 이제 굳이 제가 목소리 높여 '개발자 안 뽑음'을 외칠 것도 없고, 이게 당연한 선택이 됐지 않나 싶습니다.
회사의 많은 시스템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고, 이것저것 고쳐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만, 개발 팀을 몇 년 간 운영해보니 그들도 업무 시간에만 딱 일하고, 제대로 안 된 걸 책임감을 갖고 고치려고 하지도 않고, 월급 얼마주는지, 퇴직금은 얼마나 받는지나 검색해서 보는데 하루 종일을 쓰던데, 그런 인간들에게 급여를 주고 있느니 그냥 제가 직접 고치자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가끔은 모르는데 해결이 안 되니 답답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니 괴롭고, 밤을 새면서 회사 일에 방해가 되니 다른 직원들에게 미안한 일도 많습니다만, 그래도 제가 하는게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새벽에도 벌떡 일어나서 문제를 고치고,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며칠간 해결 못했던 걸 처리해놓고 직원들이 출근하는 걸 기다리는 짜릿한 마음으로 사는 편이, 개발자 뽑고 관리하려고 인사 관리에 막대한 에너지와 급여를 쏟는 것보다 비교 불가능하게 더 나은 선택이었습니다.
이 책은 앞으로 Drupal 이전 및 운영에 대한 내용을 담은 2부, Moodle과 NextCloud로 Microsoft Teams를 0원으로 대체하고, Frappe로 역시 비용 0원을 들여 대학과 교수진을 관리한 경험담을 담은 3부까지 계획이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연중' 상태입니다만, 아마 한글보다 영어 버전이 먼저 끝날 것 같습니다만, 글로벌 시장의 오픈 소스를 몰라서 못 쓰시던 분들께 새로운 정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싫어하는 개발자들, 실력은 없는데 월급 루팡인 개발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싹 퇴출되고, 해외 인력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최고급 개발자들만 남는 시장, 그 분들은 억대 연봉이 우스울 정도로 '청소된' 시장이 만들어지는데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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