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혁신펀드 4호, ‘1조원 규모’로 자금난 처한 기업에 전폭적 지원 나선다
기업구조혁신펀드 4호, 대규모 투자금으로 자금난 처한 피투자기업 지원 나선다 상대적으로 투자 유치 어려운 중소기업에도 충분한 투자금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투자금 고갈 속도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본질적으로 경제 상황 회복돼야 한다는 지적도
기업구조혁신펀드 4호가 2일 자펀드 운용사 모집공고를 시작으로 금년 중 1조원 규모의 자펀드 조성 절차를 개시했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정책자금을 마중물로 민간자금을 유치하고, 이 재원으로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하는 정책펀드다. 최근 지속적으로 경기 사이클이 악화됨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난 문제가 연달아 터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의식한 정부가 당국 차원에서 5천억 규모의 모펀드를 조성해 효과적인 자펀드 운용으로 투자기업들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구조혁신펀드 4호, 투자의 사각지대에 있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 유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기업구조혁신펀드 4호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가 모펀드 운용 역할을 맡는다. 캠코는 기업구조혁신펀드의 투자와 자산매각 후 재임대, 회생·워크아웃기업 자금 지원 등 자체적인 기업 지원프로그램을 연계하여 피투자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입체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기업구조혁신펀드가 기존에 조성된 펀드와 차별화되는 점은 정책 투자 강화와 제고를 위해 프로젝트 펀드 재원 비중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펀드란 투자 대상에 대한 단건 투자로 자금을 조성한 뒤 즉시 소진되는 펀드를 의미한다. 즉 정부 차원에서 최근의 경기 하방 사이클을 고려해 구조조정 기업이 자금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기업구조혁신펀드가 “상대적으로 투자가 어려운 중소기업과 사후적 구조조정기업에 대해 투자할 경우 지급되는 보수를 강화하는 한편, 블라인드 펀드를 투자 규모에 따라 중형·소형으로 구분하고, 소형 펀드의 경우 중소기업 위주로 투자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펀드를 통해 민간인들의 중소기업 및 사후적 구조조정기업에 대한 투자 유도를 심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사이클 악화로 인해 영향받는 구조조정 기업들, 숨통 트이나
벤처캐피털 업계의 경우 최근 정부가 자금 지출을 줄이면서 스타트업 투자 시장 위축이 진행됨에 따라 조직 내 구조조정 및 지배구조 개편을 피할 수 없었다. 예컨대 카카오는 악화되고 있는 경기 사이클을 염두에 두고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본사로 흡수, 카카오벤처스는 CVC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사실상 조직 규모를 축소한 바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하우스인 KB인베스트먼트도 4개로 세분돼 있던 투자조직을 2개로 통합하는 형태로 투자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스타트업 업계의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벤처캐피털 업계의 전반적인 위축과 경기 하방 압력이 맞물리면서 스타트업 업계의 구직자들의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돈줄이 막히면서 직원들에게 퇴사를 알리는 스타트업들은 점차 많아지고 있다. 국내 애그테크(Agtech, 농업 IT) 스타트업 그린랩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업 종사자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농업 사업전략과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의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그린랩스는 최근 60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을 구조조정한다는 소식과 함께 추가 자금 유치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그린랩스의 난항이 국내 유통업계 시장에 철저한 준비 없이 섣불리 뛰어들어 리스크를 키웠다는 점과 경기 사이클의 악화로 인한 자금난이 맞물린 결과인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돈맥경화’ 현상이 이어지면서 자체적으로 문제 상황을 타개하기 어려운 국내 벤처 업계 전반에 이번 기업구조혁신 펀드가 사막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대형 VC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자금 유동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자본시장 주심의 구조조정 활성화를 통해 피투자기업의 경영정상화를 효과적으로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더욱 직접적 지원 의사 보이는 한편, 작년부터 펀드 유치금 고갈 속도는 가속화돼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등 금융 공기업들의 재원을 출자해 올해 1조원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5년간 총 4조원의 기업구조혁신펀드 조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약속대로라면, 구조조정기업의 관점에서 앞으로 약 3조원의 펀드 투자금을 더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그간 기업구조혁신펀드는 한국성장금융에서 담당해왔지만, 이번에는 캠코가 운용을 맡는다. 이는 캠코의 기업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 기업 정상화 극대화를 도모하는 것과 더불어 극심한 재무 리스크에 처한 기업들을 당국 차원에서 더욱 직접적으로 지원해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국성장금융은 남는 리소스를 기술혁신전문펀드와 중견기업이 협력하여 조성하는 중견기업혁신펀드에 쏟는 등 국내 산업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부터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세 차례에 걸쳐 각각 1차는 1조6,400억원, 2차는 1조5,300억원, 3차는 1조1,000억원 가량이 조성된 바 있다. 작년 7월 말 기준 1차 펀드는 진행률 80%를 넘어섰고, 2차는 70%대, 3차는 50% 이상이 소진됐다. 작년 초 1·2차 펀드의 진행률이 70% 수준이었고, 3차 펀드는 거의 집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2년 들어 자금 소진의 속도가 상당히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거시 경제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구조조정 기업들의 유동성 문제가 극심해지면서 자금에 대한 수요가 작년 들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에 곤란을 겪고 있는 국내 잠재 ‘유니콘’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고민은 늘어가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