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급증한 가계부채, 민간소비 회복흐름에 걸림돌 “결국 성장률마저 갉아먹을 것”
한은, 2분기 민간소비 전기 대비 0.1% 감소 그 와중에 ‘청년층’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급증 늘어난 가계부채에 하반기 민간소비 및 경기회복 더욱 ‘불투명’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적으로 완화된 이후 회복흐름을 이어왔던 민간소비가 올해 2분기 들어 감소하고 있다. 펜트업 수요 둔화 외에 날씨 등 일시적인 요인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가계부채가 재차 급증하면서 향후 회복흐름이 더욱 둔화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급증한 가계부채가 경제성장과 경기 회복흐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분기 이후 위축 흐름 계속되는 ‘민간소비’
한국은행이 28일 발간한 ‘민간소비 회복 모멘텀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민간소비는 회복흐름이 둔화하고 있다. 올해 2분기는 전기 대비 0.1% 감소했으며, 지난 7월에도 감소 흐름이 나타났다.
소비형태별로 보면 2분기 대면활동과 관련이 깊은 재화 및 서비스 소비가 전기대비 큰 폭 감소한 반면, 여타소비는 대체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재화소비(소매판매 기준)는 의복·신발 등 준내구재 지출이 큰 폭 감소했으나 승용차, 음식료품 등 내구재와 비내구재는 증가했다. 또 서비스소비(서비스업 생산 기준)는 음식·숙박, 육상 여객이 감소 전환했지만 보건복지 등은 증가했다.
한은은 소비가 부진한 배경을 두고 “펜트업 수요 둔화 외에 날씨 등 일시적인 요인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높았던 올해 1분기에는 봄철 의류 선구매가 증가하면서 의복 등 준내구재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 특히 7월에는 평년 수준을 상회하는 강우로 인해 의복, 음식·숙박, 레저, 여행 등 대외활동과 관련된 품목을 중심으로 재화 및 서비스 소비가 위축됐다.
‘부동산 저점이다’, 청년층 중심으로 재확산된 ‘영끌’
민간소비가 회복 모멘텀이 크게 둔화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빚은 재차 급증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27일 5대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2조8,867억원을 기록했다. 전월 8,657억원보다 무려 2조210억원이나 늘어난 셈이다.
마찬가지 전체 가계대출 잔액도 늘었다. 24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79조4,612억원으로 지난 달(679조2,208억원)에 비해 2,403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주담대는 같은 기간 512조8,875억원에서 513조3,716억원으로 4,840억원이나 늘었다.
가계 빚이 재차 늘어나자 정부도 경고에 나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비용(금리)이 지난 10년처럼 1∼2%로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며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계대출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은 최근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부동산 상승기에서 소외됐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출자가 늘고 있다.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입자 가운데 20~30대가 36%를 차지했다. 이 총재는 대출을 서두르는 청년층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그는 “지금 젊은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했다”며 “다시 낮은 금리로 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집을 샀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민간소비 향방은?
한은은 향후 민간소비가 날씨 등 일시적 요인이 사라지면서 회복흐름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양호한 고용 상황, 물가 상승세 둔화 등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점차 개선되면서 그간 축적된 가계 초과저축이 소비 여력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가계부채가 늘어난 만큼 향후 민간소비 회복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고금리 여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출을 동반한 주택 구입에 따라 소비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규 가계대출 금리와 달리, 기존 대출까지 고려한 잔액기준 금리의 경우 아직 고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가계의 높은 이자 비용 부담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지난 1분기 국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5%다. 우리나라처럼 가계부채가 GDP보다 많은 국가는 3곳에 불과하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다른 국가들은 부채 축소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늘어난 가계부채가 민간소비 위축은 물론, 향후 경제 전반의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지금 수준보다 더 올라갈 경우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을 크게 저해할 가능성이 있고 이미 그 수준은 넘었다고 본다”며 “부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자율이 지금처럼 조금만 올라가도 쓸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고 그것이 성장률을 낮추는 영향으로 크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