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美 나스닥 시장, 다만 과도한 변동성으로 인한 개인투자자들 손실 주의해야

최근 ‘핫’한 미국 IPO 시장 다만 美 기술주 고평가 논란, 상장 직후 주가 하락은 유의해야 불확실성 큰 주식 대비 안정성 높은 美 채권시장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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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PO(기업공개)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고 스티브 잡스가 애용했던 신발 브랜드 버켄스탁을 비롯해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나스닥 상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다만 미국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가 빈번한 한 데다 최근 미국 기술주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투자에 대한 유의를 당부하는 분위기다. 한편 이같은 주식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차라리 현재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채권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 신발 명가 버켄스탁도 나스닥 상장, ‘IPO 시장 러시’ 돌아오나

12일(현지 시간) 외신보도에 따르면 버켄스탁이 오는 10월부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주식을 상장할 예정이다. 아울러 버켄스탁의 최대 주주인 가터튼 파트너스도 10월 9일부터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겠다고 도전 의사를 밝혔다고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1774년 설립돼 2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신발 제조업체 버켄스탁은 최근 명품 브랜드인 셀린, 지방시 등과 공동 제품을 내는 등 고급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힘쓰고 있다. 시장에선 나스닥 상장을 통한 버켄스탁의 기업가치가 80억 달러(약 10조6,208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그간 주춤했던 미국 IPO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미 연준(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스타트업을 비롯한 기업들이 근 18개월 동안 IPO를 미루거나 취소한 바 있다. 그러나 올 들어 주식 시장이 활황의 움직임을 보이자 세계 각지의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미국 증시에 앞다퉈 도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상장을 앞두고 있는 기업으로는 영국 반도체 기업 ARM, 미국 식료품 배달 스타트업 인스타카트, 마케팅 자동화 플랫폼 클라비요 등이 있다.

IPO 시장이 다시 되살아는 건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미 연준의 긴축 행보가 끝나가고 있다는 기대와 더불어 상반기 기술주를 중심으로 뉴욕 증시가 랠리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등 주요 빅테크는 올 2분기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표를 발표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 개선을 도왔다.

미국 증시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 ‘거품’ 조심해야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버켄스탁을 포함한 거대 상장주들의 미국 상장 직후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ARM은 공모 물량의 10배 이상으로 청약 주문이 몰리면서 지난 11일 기관투자자들의 청약 접수 마감일을 기존 13일에서 12일로 하루 앞당긴 바 있다. 이로 인해 ARM의 최종 공모가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커진 상태다. ARM은 지난 5일 IPO를 신청하면서 9,550만 주(전체 발행 주식의 9.4%)에 대한 공모가 희망 범위를 주당 47~51달러로 제시했는데, 이에 FT는 “ARM이 청약 조기 마감을 달성하면서 공모가가 주당 47~51달러의 상단에서 결정될 수 있다”며 “희망 공모가 상단을 적용 시 ARM의 기업가치는 545억 달러(72조2,828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기관의 청약 열기가 상장 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은 만큼 공모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다. ARM 상장 직후 기관들이 공모주를 일제히 내다 팔면서 단기 차익을 얻고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주가가 상장 직후 급락하면서 ARM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런던증권거래소 그룹(LSEG)이 지난 4년간 미국 증시에서 이뤄진 상위 규모 10개 IPO를 분석한 결과, 상장 첫날 평균 47% 주가가 하락했으며 개장 직후 매수한 기관의 손실률도 평균 18%였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형 기술주가 대체로 거품이 껴 있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증시에 대한 손실 위험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기업가치가 실적 전망치와 비교해 높은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올 3분기 실적발표 뒤 기술주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는 ‘어닝쇼크’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물론 올 2분기 실적에서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미국 기업들이 ‘예상외’ 호실적을 기록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글로벌 거시 경제 하방 압력에 미국 경제 또한 악영향을 피할 수 없는 현 시점에서 최근 미국 기술주의 가격은 본질 가치 대비 고평가됐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섬 남쪽 끝에 위치한 월스트리트/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평가된 주식보다는 높은 금리 수준 유지하는 채권에 발 들이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아

여기에 미국 장기채 금리도 최근 연이어 치솟으면서, 투자자들의 채권 시장에 대한 매력이 커지고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3일(현지 시간) 기준 4.234%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일 4.247% 대비 0.013%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미 연준이 9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8월 근원 CPI도 시장 컨센서스인 전년 동월 대비 4.3% 상승하면서 국채 금리의 하락세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2%대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하는 미 연준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여전히 높게 점쳐지는 만큼, 이를 반영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8월 약 9개월 만에 4.1%를 돌파한 뒤 현재까지도 4.2%선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미정부가 공격적으로 국채 발행량을 올린 점도 채권 금리 상승 압력을 유지하는 데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미 재무부는 지난 8월 초 31조3,810억 달러(약 4경2,000조원)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장기채 발행 규모를 960억 달러(약 126조원)에서 1,030억 달러(약 135조원)으로 확대하기로 공언한 바 있다. 공급량이 늘면 채권의 가격은 줄게 되는 만큼, 미 재무부의 예정된 채권 발행 소식에 최소 올 하반기까지는 채권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예측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선 굳이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는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보다는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채권에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투자 심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전직 IB 업계 관계자 A씨는 “미국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자국 주식 시장이 올 하반기 랠리를 이어갈 유인이 불확실한 만큼, 현재 채권 과잉 공급과 미국 신용 등급 하락으로 인해 금리가 높아진 채권에 베팅하는 것이 주식보다 리스크 대비 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