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부실채권 ‘급증’에 금융권·정부 모두 ‘허둥지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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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하나·우리은행 고정이하여신 3분기 들어 2조원 넘게 증가
은행권, 가계 부실채권 빠르게 털어내고 있으나 캠코도 물량 소화하기 쉽지 않아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 위해 금융권 및 국회선 '기촉법' 되살리기 추진 중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부실채권이 3분기 들어 2조원 넘게 증가했다. 이는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늘면서 은행 빚을 제때 갚지 못한 가계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이에 자산 건전성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우려한 은행권은 부실채권을 털어내고 있으나, 쏟아지는 부실채권을 사 줄 민간 기업이 사실상 없는 데다, 그간 매물을 매입해 왔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마저 최근 급증하는 부실채권 물량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업 부문의 부실 채권 및 연체율이 크게 증가하면서 한계기업들의 줄도산까지 우려되는 형국이다.

이에 금융 업계에선 지난달 말 ‘채권금융기관의 기업구조조정 업무 운영협약’을 맺으며 일몰된 기업구조촉진법(기촉법)을 대신해 기업들이 신속한 기업구조조정을 받을 수 있게끔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최근 국회에서도 기촉법 재입법 추진을 위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고정이하여신 크게 늘고 있는 금융권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총액은 7조4,394억원으로 지난해 말(5조3,987억원) 대비 2조407억원(37.7%)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이란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은행이 원리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여신을 의미하는 말로, 통상 부실여신으로도 여겨진다.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하나금융의 고정이하여신이 지난해 말 대비 46%(5,790억원) 상승해 4대 금융지주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여기에 KB금융이 43.9%(6,397억원), 우리금융이 36.9%(3,990억원), 신한금융이 26.5%(4,230억원)로 뒤를 이었다. 한편 총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3분기 말 기준 KB금융이 0.14%포인트 증가(0.34%→0.48%)로 3개 분기 동안 가장 많이 뛰어오른 모습이다. 하나금융과 신한금융, 우리금융은 각각 0.12%포인트, 0.11%포인트, 0.10%포인트 뛰어올랐다.

이는 금리 상승으로 인해 은행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가계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말 평균 0.19%였던 4대 금융지주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3분기 말 0.27%로 0.08%포인트 뛰었다.

자산 건전성에 금이 가기 시작하자 은행권은 대손충당금을 빠르게 쌓았다.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말 대손충당금은 5조5,4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94.1%) 가까이 불어났다. 특히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그 증가율이 모두 100%를 상회했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여신 부실 비중이 커지면서 충당금도 크게 불고 있다”며 “금융당국도 향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을 전망하고 보수적 관점에서 금융권에 충당금 확보를 요구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권이 털어내는 가계 부실채권 규모도↑

또한 은행권은 자산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부실채권을 대량으로 털어내고 있다. 지난 9월까지 4대 은행과 NH농협은행이 지워버리거나(상각) 캠코와 같은 자산유동화 전문회사에 헐값에 매각한 고정이하여신은 총 3조2,201억원 규모로, 이는 전년 동기(1조5,406억원)는 물론 연간 규모(2조2,711억원)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특히 부실을 털어내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총 9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부실채권 정리 규모는 2분기 들어 14조4,000억원으로 53.2% 급증했다. 이 중 상호금융권의 연체 채권 정리 규모는 1분기 2조1,000억원에서 2분기 3조5,000억원으로 66.7%나 불어났다. 저축은행 또한 연체 채권 정리 규모가 1분기 2조2,000억원에서 2분기 3조5,000억원으로 59.1% 증가했다. 동기간 캐피털은 1조3,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53.8% 늘어났고, 은행의 경우 3조8,000억원에서 5조4,000억원으로 42.1% 상승했다.

문제는 은행권이 시장에 쏟아내는 부실채권 물량이 커지면서, 해당 물량을 사실상 혼자 받아내고 있던 캠코의 재정적 부담도 덩달아 커지게 됐다는 점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5월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을 캠코 외 민간 유동화전문회사에 매각할 수 있게 하는 등 연체채권 매각 채널 다원화에 나선 바 있으나, 해당 조치에 대한 실효성에 대해선 업계 대부분이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매입 주체로 지정된 회사들이 정작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을 사들인 경험도, 사들일 의향도 없어 부실 채권 매입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부실채권 물량이 전부 쏠린 캠코는 올해 가계 부실채권 인수 예산을 지난해 사업 계획(1,274억원)보다 31.9% 증액했음에도 불구, 불과 6개월 만에 인수액 총 1,680억원을 전부 소진했다.

“일몰된 기촉법 메꿀 조치 필요하다” 의견 합치

설상가상으로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 부문의 상황도 좋지 않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부채가 크게 증가하자, 문제의식을 느낀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가계 대출 영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한 바 있다. 이에 은행은 기업 대출로 눈을 돌려 공격적으로 해당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는데, 연체율도 덩달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중 기업 대출을 가장 많이 늘린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0.23%의 기업 연체율에서 3분기 말 0.32%로 0.09% 뛰었다. 우리·신한·KB국민은행도 기업 연체율이 각각 0.32%, 0.31%, 0.23%를 기록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기촉법까지 일몰됐다. 이에 일각에선 한계기업의 줄도산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실기업이 선제적이고 신속한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장려하는 차원에서 2001년 한시법으로 처음 도입된 기촉법은 그간 하이닉스, 현대건설 등 주요 기업 정상화 과정에 기여하는 등 유용성을 인정받아 6차에 걸친 제·재정을 걸쳐 유지돼 왔으나 지난 10월 15일 일몰돼 최종 효력이 상실됐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가 예정되는 현시점에서, 기업 연체율 상승 등으로 인한 기업 줄도산 위험신호도 이미 커진 만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일몰된 기촉법을 대신해 부실 채권자를 신속하게 구조조정해 줄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서도 기촉법 일몰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체계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 조치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협회와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는 ‘채권금융기관의 기업구조조정 업무 운영협약’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협약은 기존 기촉법상의 구조조정 체계를 기본으로 하고, 협약 시행 이후에도 협약에 미처 가입하지 못한 금융기관 및 비금융 채권기관 등에도 언제든 협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가 가입의 문을 열어둘 예정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협약 가입률은 지난달 31일 기준 98.0%로, 협약 대상 금융기관 총 300개 중 297개 기관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도 기촉법 재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19일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3년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를 근근이 버텨오던 기업들마저 유동성 위기로 쓰러지고 있다”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3년간 이어지면서 소위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도 이미 3,900곳을 넘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벼랑 끝에 내몰린 한계기업의 줄도산은 막아야 한다며 기촉법 재입법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더불어민주당의 대승적 협조를 부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