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가 논란 중심에 있던 ‘이차전지주’, 공매도 금지 조치에 힘입어 시장 급등 이끌었다
6일 급등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상승 폭 역대 최대 얼마 전까지 매도 보고서 나오던 ‘국내 이차전지 관련주’가 상승주도 하루만의 급등에 이차전지 비중 낮췄던 운용 업계는 ‘당혹’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첫날, 이차전지 관련주 상승세에 힘입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급등했다. 이날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던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주들의 주가는 상한가 또는 20% 이상 상승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조치로 인해 외국계 자금이 국내 시장을 빠져나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공매도 전략을 구사하는 일부 해외 헤지펀드는 한국 사무소를 폐쇄하는 등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매도 전면 금지에 들썩이는 한국 증시
6일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34.03포인트(5.66%), 57.40포인트(7.34%) 오르며 2502.37, 839.45로 마감했다. 두 지수 상승 폭은 역대 최대로 이차전지 관련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날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 금양은 상한가에 진입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22.76%), 포스코홀딩스(19.18%), SK이노베이션(13.42%), 에코프로에이치엔(28.73%) 엘엔에프(25.30%)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주말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공매도 물량이 집중된 종목 위주로 주가 폭등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렸다.
다만 시장에서는 공매도 금지 조치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관계자는 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공매도 금지에 따라 한국이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선진국지수로 이동할 가능성이 더 낮아진 것 같다”며 “공매도 금지가 개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일부 종목 주가의 거품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공매도 전략을 구사하는 글로벌 금융기관은 주로 헤지펀드나 글로벌 펀드의 일부 대체투자 부서에 해당한다. 외국계 기관 대부분이 공매도에 집중한다는 국내 인식과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국내 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최근 약세로 돌아선 달러화 가치에 더불어 한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개선된 실적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으로 외국계 자금이 다수 유입됐다”면서도 “그러나 이들 자금이 공매도라는 제도 자체를 임의로 없애는 시장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공매도 잔액 상위 종목이었던 이차전지주들
한편 이날 급등을 주도한 이차전지주들이 그간 고평가 논란 중심에 있었다는 점에서 증권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부 종목은 ‘매도’ 추천 보고서가 주를 이뤘다. 또한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움직이는 경향이 커지면서 최근 몇 개월간 분석 보고서가 나오지 않는 종목도 있었다.
특히 올해 국내 이차전지주 가운데 양극재 분야 지주회사 에코프로는 주가가 가장 크게 상승한 종목으로 꼽힌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에코프로가 지주사라는 점에서 향후 주가 전망을 부정적으로 점쳐왔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에코프로 주가가 증권업계의 예상치를 크게 넘어가자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5월을 끝으로 나오지 않았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에코프로와 같은) 지주회사는 배당의 변화 같은 변수가 없으면 주가 방향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시장에선 지주사를 사업회사처럼 평가하려는 시도가 나타나면서 시장과 애널리스트 전망 간 괴리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대체로 부정적이었던 만큼 그간 이차전지주들에 대한 공매도 잔고도 높았다. 일례로 지난 1일 기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에코프로비엠은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이 6.35%로 코스닥 종목 가운데 3번째로 많았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고 규모는 1조97억으로 코스닥 시장 가운데 가장 높았다. 공매도 잔고 주식수는 169만1316주, 전체 상장 주식수의 6.35%에 달했다.
공매도 상위 종목들의 폭등이 재개되자 증권가는 비상에 걸렸다. 특히 고평가 논란으로 이차전지주의 보유 비중을 낮췄던 펀드 매니저와 운용 업계는 오전부터 적극 매수에 나서기도 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매니저 대부분 올해 하반기 이후 미래 가치보다 주가 거품이 컸던 이차전지주에 대한 비중을 낮춰왔지만, 공매도 금지령이 떨어진 이날만큼은 투자자들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 관련 주식을 허겁지겁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