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 그만” 가계부채 관리 시작한 정부, 강남불패 끝났다
강남 집값 상승세 멈췄다, 셋째 주 매매가 0.02% 빠지며 하락 전환 정부의 가계부채 조이기에 시장 '흠칫', 내년부터는 정책 모기지 대폭 축소 집값은 떨어지고 보유세는 오른다, 강남 집주인 한숨 깊어져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이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국 아파트 가격도 19주 만에 상승을 멈췄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방관하며 부동산 완화 정책을 시행하던 정부가 태세를 전환하면서다. 지난 10월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을 중단한 정부는 내년부터 정책 모기지 공급 규모를 축소, 본격적인 ‘대출 조이기’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책 의존도가 높은 강남권 아파트 시장이 휘청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한 셈이다.
치솟던 강남구 집값, 결국 미끄러졌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지난 20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보합(0%)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셋째 주 이후 19주 만에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서울은 0.03%로 소폭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상승폭은 한 주 전(0.05%) 대비 줄어들었다.
올해 집값 상승을 주도한 강남구는 -0.02%로 하락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차후 재건축 단지 및 급격하게 가격이 뛴 매물 위주로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강남 대치동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달 24억3,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올해 최고가를 썼으나, 지난 9일에는 이보다 6,000만원 내린 2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주 0.02% 상승한 서초구도 이번 주는 보합에 머물렀다. 청년층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 수요가 집중됐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의 상승세 역시 멈췄다. 수도권의 상승폭은 0.03%에서 0.01%까지 줄었고, 지방(0.02%→0%)은 보합 전환했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서 시장 전반의 열기가 본격적으로 식어가는 양상이다.
강남 하락세 원인은 정부의 ‘가계부채 브레이크’
집값 하락세의 주요 원인으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노선 전환이 지목된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부동산 및 경기 부양에 중점을 두고 경제를 운용해 왔다. 특례보금자리론을 40조원 이상 공급하는가 하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오히려 대출을 ‘장려’하기도 했다. 그 결과 가계부채 규모는 순식간에 불어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7~9월)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에 달했다. 사상 최대치다.
위기를 감지한 정부는 가계 부채에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했다. 지난 10월부터 매매가 9억원까지 허용되던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주택가격이 6억원을 초과하거나 부부 합산 소득이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 4월 이후 매달 3,000건을 웃돌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정부의 본격적인 대출 규제가 시작된 10월 들어 2,262건까지 줄었다. 특히 정책 의존도가 높은 강남 아파트 시장의 경우 정부의 ‘태세 전환’에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의 진리처럼 여겨지던 ‘강남불패’ 기조가 순식간에 무너진 이유다.
정부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책 모기지 공급 규모를 줄여나갈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내년도 정책 모기지 공급을 21조원 수준까지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정책 모기지 공급 규모(약 50조원) 대비 60%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각종 정책금융 상품이 대출을 부추기며 가계부채 부실 우려를 키웠다는 시장의 지적이 당국의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보유세까지 뛴다, 강남 위 ‘먹구름’
강남권 고가 아파트 보유자의 한숨은 한동안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부터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국토교통부는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수립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공시가격에 적용되는 현실화율은 올해와 동일하게 2020년 수준으로 동결된다.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 만큼, 부동산 보유세는 전반적으로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4.98% 미끄러진 바 있다. 중저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에는 큰 편차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보유세가 오르는 일부 주택의 상승폭도 4~5% 선에서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난해 대비 매매가가 크게 오른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공시가격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보유세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의하면 올해 11월 둘째 주까지 매매가 상승폭은 강남 0.73%, 서초 0.88%, 송파 3.58% 수준이다.
일례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올해 시세 상승분이 공시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경우, 은마아파트 보유자는 내년 올해보다 약 130만원 많은 보유세를 납부해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완화 정책으로 찾아왔던 ‘강남의 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본격적인 찬바람이 불어닥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