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대신 ‘합병’ 택한 티빙·웨이브,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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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웨이브 합병 위해 맞손, 통합시 1위 토종 OTT로 등극
웨이브 CB 만기·추가 지분 매입 비용 등 자금 부담 등 난항 예상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지분율 요건·복잡한 지분 관계도 변수
티빙웨이브_파이낸셜

티빙과 웨이브가 전격 합병한다. 소문만 무성했던 양사의 합병이 드디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에 맞설 대항마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합병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티빙·웨이브MOU, 내년 초 본 계약 체결 전망

CJ ENM의 OTT 티빙과 SK스퀘어의 웨이브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이로써 국내 1, 2위 OTT 플랫폼이 하나가 돼 독주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다만 CJ E&M과 웨이브는 “양측이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의를 거쳐, 주주사간 합병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현재 상세 내용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티빙과 웨이브는 그간 꾸준히 합병설이 제기돼 왔다. 독자생존만으로는 OTT계의 공룡인 넷플릭스를 상대로 존립이 불가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적자 규모도 갈수록 커졌다. 티빙의 올해 3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312억원, 웨이브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216억원이다. 또한 올해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모기업인 SK스퀘어와 CJ ENM 역시 적자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에 OTT 사업은 이들 기업에 있어 아픈 손가락이었다.

합병 법인 설립 시 CJ ENM가 최대 주주에, SK스퀘어가 2대 주주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CJ ENM은 티빙 지분 48.85%, SK스퀘어는 웨이브 지분 40.5%를 각각 보유한 최대 주주다. 양측은 실사를 거쳐 내년 초 본 계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최대 930만 명(중복 가입자 포함)으로 쿠팡플레이를 제치고 국내 최대 토종 OTT로 올라서게 된다. 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OTT별 MAU는 넷플릭스가 약 1,137만 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그 뒤를 쿠팡플레이(527만 명), 티빙(510만 명), 웨이브(423만 명), 디즈니플러스(387만 명) 순으로 쫓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의 월 합산 사용 시간 역시 약 9,029만 시간으로 넷플릭스(1억 시간)에 육박한다

기업결합심사 및 복잡한 지분 관계는 풀어야 할 과제

하지만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에 이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웨이브는 지난 2019년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가 내년 11월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이는 합병법인이 떠안아야 하는 만큼, 합병비율 결정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 수년 전부터 합병설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실현되지 못한 배경에도 이 문제가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CJ ENM은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 올해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는 자회사(비상장)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 개정법 시행 전 자회사·손자회사는 이전 기준인 40%를 적용하므로, CJ ENM은 이 기준에 해당한다. 현재 CJ ENM의 티빙 지분율은 48.85%지만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법인이 되면 지분이 희석되는 만큼 지분율 40%를 맞추기 위한 추가 지분 매입을 준비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수천억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도 넘어야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OTT 시장 점유율은 넷플릭스 38%, 티빙 18%, 웨이브 14% 순으로, 티빙과 웨이브 합산 점유율이 32%로 높아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공정위는 티빙과 시즌의 기업결합심사 당시 양사 합산 점유율(18.05%)이 1위 넷플릭스(38.22%)에 절반에도 못미친다고 판단해 합병을 승인했지만 이번 합병은 그때와 체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양사의 복잡한 지분 구조도 문제다. 양사에 이해관계가 얽힌 주주들이 많아 기업가치나 합병비율을 산정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는 의미다. 현재 티빙의 2대 주주인 네이버, SLL중앙, KT스튜디오지니와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지상파 3사(SBS·MBC·KBS) 등은 합병 법인의 주주로 남을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기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티빙, 웨이브 모두 다양한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들이 존재해 모두를 충족하는 거래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