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 개편 추진, “탕감만 반복되는 실패 막을 수 있을까?”

160X600_GIAI_AIDSNote
해외자원개발 사업 실패 시 상환 감면비율 ‘최대 100%까지’ 확대키로
민간에 맡긴 자원개발 시도, 세밀한 역할 분담 필요하다
민간 협력 통해 안정적 자원 공급망 구축 성공한 ‘일본’ 사례 참고해야
해외자원개발_해외자원개바협회_20240102
사진=해외자원개발협회 홈페이지

‘자원안보’를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로 자국 또는 동맹국 중심으로 자원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해외자원개발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를 받아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기업들이 갚아야 할 융자금을 감면해 주는 지원책이 유력한 방안을 지목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기업들의 성공적인 자원개발을 위해선 정부가 단기적인 정책 대응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를 뒷받침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원안보’ 강조한 윤 정권, 과거 성공불융자 부활시키나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사업 지원으로 실시한 탐사가 최종 실패할 경우 융자금 감면비율을 최대 10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융자 원리금 상환부담을 크게 낮춰 해외자원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현행 제도상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를 받아 사업에 성공한 기업들은 원리금 외에 특별부담금을 성공보수 명목으로 정부에 내야 한다. 반면 사업 실패 시에는 심사를 통해 남은 원리금의 70%까지 상환 면제를 받을 수 있는데, 제도 개편을 통해 이 원리금을 전면 감면해 주겠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회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에 자원 탐사에 실패할 경우 융자금 감면비율 상향에 대해 검토하라는 부대의견이 포함됐다”며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융자금 감면비율을 어느 정도로 올릴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성공불융자는 2015년을 끝으로 사실상 사라졌었다. 역대 정부 가운데 자원개발을 적극 지원했던 이명박 정권의 임기 첫해인 2008년 4,260억원으로 시작했던 정책 자금이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에는 2,000억원으로 줄었고, 이후 박근혜 정부 들어 1,300억원으로 대폭 축소된 뒤 2016년에는 아예 제도가 폐지됐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해당 제도가 특별융자로 개편되면서 예산 1,000억원이 배정됐지만, 실패 사례가 늘자 이후 4년간 300억대로 예산이 다시 축소됐다.

이에 대해 이원복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해외자원개발 사업 생태계가 지난 수년간 완전히 무너져 일부 대기업 외에는 실제로 사업을 하는 곳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특별융자 예산도 과거보다는 턱없이 적은 수준이지만 성공불융자에 준해서 실패해도 융자금 상환을 면제해 주면 생태계 복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자원개발2_해외자원개바협회_20240102
사진=해외자원개발협회 홈페이지

정부차원의 장기간 꾸준한 지원 필요

성공불융자 재도입은 윤석열 정부 들어 발표한 ‘핵심광물 확보전략’의 일환이다. 윤 정부는 이 밖에도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재도입과 해외 자회사 배당금 세 부담 완화 등의 정책을 추진해 공급망 안정화를 꾀할 계획이다.

다만 ‘자원안보’라는 구호 아래 민간 위주로 자원개발을 추진하려는 시도에는 세밀한 역할 분담이 필요해 보인다. 과거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시절 충분한 준비 없이 공기업들을 동원해 해외자원개발에 나섰다가 대다수 사업이 실패하고 대규모 부채가 남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우리보다 일찍이 해외자원 개발에 성공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자원개발 관련 한일 비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2021년 석유·천연가스 자원개발률(자국 기업이 국내외에서 개발·생산해 확보한 물량이 전체 자원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1%로, 우리나라(10.7%)의 4배에 달한다. 2020년 기준 유연탄·우라늄·철·동·아연·니켈 등 6대 전략 광종의 자원개발률도 76%로 우리(28%)보다 3배 이상 높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민관이 협력해 해외자원개발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다. 2004년 출범한 자원개발 전문 독립행정법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와 미쓰이 물산, 이토추 상사 등의 종합상사들이 협력해 신규 시장을 개척해 왔다. 2019년 미쓰이 물산이 참여한 모잠비크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을 위해 JOGMEC가 1,250억 엔(약 1조1,488억원)을 출자한 것이 민관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JOGMEC는 해당 개발 사업에 2020년 14억4,000만 달러(약 1조8,799억원)를 추가로 보증한 바 있으며, 2011년에는 소지츠 상사와 함께 호주 희토류 업체에 대한 투자 계약금 2억5,000만 달러(약 3,264억원)를 지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자원개발을 위해선 정부가 민간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한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우리나라 주력인 이차전지 산업은 원재료 확보가 중요한데 자원보유국이 자원 안보를 이유로 반출을 제한하기도 해서 민간기업만의 힘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일본 사례처럼 자금·기술개발 지원 등 정부의 꾸준한 지원 속에 민간과 협력해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 구축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