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확보 취지라는 알리바바의 ‘자사주 매입’ 결정, 숨겨진 의도는?
지난해만 95억 달러어치 샀다, 알리바바의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 소프트뱅크, 알리바바와 손절 치나, 선불 선도계약 옵션 걸린 약 4억 주 거래 임박 거래 당시보다 턱없이 낮은 現 알리바바 주가, 자사주 매입 통한 주가 부양 목적인가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홀딩스(이하 알리바바)가 지난해 95억 달러(약 12조4,82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재상장 추진에 앞서 매입한 자사주를 스톡옵션으로 제공해 우수 인력을 확보하겠단 의도다. 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 결정이 흔한 일이 아닌 만큼 숨겨진 의도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의 자사주 매입, 실패했던 IPO 재추진하나
2일(현지 시각) 미국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지난 2023년 4분기 총 29억 달러(약 3조8,109억원) 규모의 자사주 9억9,790만 주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지난 한 해 동안 알리바바가 매입한 자사주 금액은 총 95억 달러로 한 해 평균 주당 85달러를 지불하고 매입한 셈이다.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으로 인해 알리바바의 총발행 주식 수는 3.3% 감소했다. 통상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 개선을 견인하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곧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알리바바의 주가 흐름은 내림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2일 종가 기준 알리바바의 주가는 전일 대비 3%가량 하락한 74.75달러에 거래됐으며,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침체 및 테크 기업에 대한 미 당국의 규제 리스크에 지난해 대비 12% 하락했다.
알리바바의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은 오는 2025년 3월까지 진행될 알리바바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중 일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난해 중국 정부의 이른바 ‘알리바바 때리기’가 마무리된 이후,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상장 재추진을 위한 행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앤트그룹 관계자는 “앤트그룹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시장의 원칙에 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이라며 “매입한 주식은 인재 확보를 위한 지원 스톡옵션 제공, 연구·개발(R&D) 강화 등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상장 재추진에 앞서 우수 인력 확보를 통해 기업가치를 재고하겠단 설명이다.
진짜 이유는 ‘주가 부양’?
그러나 IB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이들은 지난 2022년 알리바바의 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알리바바 주식 보유분의 3분의 1가량을 처분한 점에 주목한다. 당시 소프트뱅크그룹은 연이은 투자 실패로 자금난에 빠져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금 341억 달러(약 44조8,006억원) 규모의 ‘선불 선도계약(prepaid forward contracts) 판매’를 진행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듬해인 2023년 4월에도 같은 방법으로 72억 달러(약 9조4,593억원) 규모의 알리바바 주식을 매각했다.
문제는 선불 선도계약 자체가 주식 가치를 담보로 현금을 받고, 미래 지정된 시기에 거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계약 당시보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담보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판매한 알리바바 주식 3억9,800만 주의 주당 평균가는 92달러로 현재가보다 20달러가량 높은 상황이다. 해당 계약의 거래일은 올해 하반기에 예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한 IB 업계 전문가는 “자사주 매입 결정은 흔한 일도, 쉬운 일도 아니다”라며 “알리바바의 자사주 매입 목적이 표면적으로는 앤트그룹 재상장 추진에 있지만, 진짜는 소프트뱅크와 관련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여전히 소프트뱅크의 자금난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을 통해서라도 주가 부양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