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TSMC’ 불 붙은 ‘나노 경쟁’, 퀄컴 사업 수주가 ‘최전선’
2나노 사업에도 한 걸음 나선 삼성전자, TSMC 앞설 수 있을까 2세대 3나노 공정 두고 '격돌', 시장선 "아직 삼성전자가 뒤처져" 2나노 경쟁 최전선은 '퀄컴', 수율 문제 개선 여부가 관건
삼성전자가 2나노(㎚) 파운드리 사업에 또 한 걸음 내디뎠다. 세계 최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업체인 퀄컴이 삼성전자에 2나노 AP 개발을 의뢰하면서다. 본격적인 양산까지는 아직 일정한 절차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차후 성능과 수율에서 우위가 확인된다면 최종 수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이 부쩍 커지는 모양새다.
퀄컴, 삼성에 ‘2나노 AP 시제품’ 개발 주문
12일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2나노 AP 시제품 개발을 삼성전자에 주문했다. 업계는 “퀄컴은 삼성전자 2나노 공정으로 퀄컴의 최상위 AP(스냅드래곤 8 시리즈 차차기 모델로 예상) 시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시제품 개발은 반도체 성능과 수율을 파악하는 절차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통상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라고 부르는데, 한 장의 웨이퍼에 여러 반도체 시제품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반도체 설계 업체는 이를 토대로 양산 여부, 제조사, 물량 등을 최종 결정한다. 샘플 제작의 일종이지만 반도체 양산을 위한 첫 출발이자 양산을 위한 핵심 절차인 셈이다.
퀄컴은 삼성 외 TSMC에도 2나노 시제품 생산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후 삼성전자와 TSMC 양사에서 나온 결과물을 비교한 뒤 대량 양산을 맡길 업체를 최종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시제품 개발은 통상 6개월에서 길면 1년이 걸린다. 퀄컴의 2나노 AP 주문을 수주하는, 즉 최종 양산 업체 선정은 연내 결론 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2나노를 차세대 파운드리 기술로 주목하고 2025년 2나노 반도체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 업계 최대 고객 중 하나인 퀄컴 수주에 총력전이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수주 여부가 관건이다. 퀄컴은 2022년 상반기까지 퀄컴 스냅드래곤 8 1세대를 삼성전자에 위탁생산했지만, 성능 개선 제품인 8 플러스(+)부터는 TSMC로 거점을 옮겼다. 당시 삼성전자 4나노 공정 수율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것이 이유로 지목됐다. 삼성전자는 이후 2세대, 3세대 양산 사업까지 TSMC에 우선권을 빼앗겼다. 파운드리 사업을 육성한 삼성전자 입장에서 이번 생산 수주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나노 경쟁’ 본격화, 승리의 향방은
시장에선 이번 수주 경쟁으로 인해 삼성전자와 TSMC 사이의 ‘나노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사 간 2세대 3나노 양산 경쟁은 이미 올해 초부터 예견돼 있던 바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SF3E) 공정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 2세대 3나노(SF3) 공정 양산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5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글로벌 반도체 학회 ‘VLSI 심포지엄’에서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2세대 3나노 공정은 1세대(SF3E)보다 향상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적용했다. 그 결과 2세대 3나노 공정은 삼성전자의 이전 4나노 핀펫(FinFET) 공정 대비 성능이 22% 빨라지고 전력 효율은 34% 향상됐으며 로직 면적은 21% 더 작아졌다. 삼성전자는 2세대 3나노 공정에서 글로벌 서버향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 또한 2022년 12월 3나노(N3) 공정 양산에 이어 올해 상반기 2세대 3나노(N3E) 공정을, 하반기엔 고급 공정인 3나노(N3P)에서 칩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TSMC에 따르면 1세대 3나노(N3) 공정이 5나노 공정(N5)보다 성능이 10~15% 증가하고 전력소비가 25~30% 감소했다면, 2세대 3나노 공정은 성능이 18% 증가하고 전력소비 32% 감소하며 업그레이드됐다. 또 N3P 공정은 N3E보다 성능이 5% 향상, 전력소비가 5~10% 감소, 칩 밀도가 1.04배 증가했다. TSMC는 2세대 3나노 공정 고객사로 애플, 미디어텍, AMD, 엔비디아, 퀄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N3E 공정에서 생산되는 칩은 하반기에 출시되는 아이폰16용 모바일 프로세서 ‘A18 프로’가 대표적이다.
특히 이번 수주 경쟁 하에선 기존 2세대 3나노 양산에 치중돼 있던 경쟁 양상이 2나노까지 확장되는 모양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TSMC는 이미 2나노 시제품 공정 테스트 결과를 애플과 엔비디아 등 일부 대형 고객에 선보였으며, 2025년 2나노 반도체 양산을 본격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서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2나노 시제품 가격 인하 버전을 거듭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양상을 보면 TSMC가 삼성전자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헤지펀드 돌턴 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림 애널리스트는 “삼성은 2나노를 게임 체인저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사람들은 삼성이 TSMC보다 더 잘할지에 관해 회의적”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현재 고급 파운드리 시장에서 TSCM의 점유율은 66%에 달하는 반면, 삼성은 25%에 불과하다. 삼성이 먼저 출시한 3나노 반도체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강하다. 수율이 60% 수준에 그쳐 고객 기대치에 한참 미달한다는 것이다. 승리의 여신이 누구에게 미소 지을 것인가는 두고 봐야 알 일이겠지만, 현시점에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산은 높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