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계열사 인적 쇄신 앞둔 카카오, 직원들도 ‘자리 지키기’ 눈치 싸움 불가피
3월 이사회에서 정신아 신임 대표 취임
계열사 경영진 리더십 부재 비판 잇따라
“고용 안정” 요구에는 “경영효율화가 우선”
카카오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앞둔 모습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의 취임이 다가오는 가운데 핵심 계열사 대표들까지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면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경영진 교체를 시작으로 그룹 전반을 재정비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대규모 정리 해고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 등 경영진 교체 유력
1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는 3월로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핵심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진행할 방침이다.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역임한 정신아 내정자가 카카오 대표 선임을 앞두고 있으며, 기존 김성수·이진수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해 오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권기수·장윤중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또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가 물러나고 그 자리에 한상우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오르게 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본사와 독립된 계열사가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교체가 거론되는 경영진으로는 카카오페이의 신원근 대표를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 대표, 카카오브레인 김일두 대표, 카카오 VX 문태식 대표 등이 꼽힌다. 현재 임성욱 대표 체제로 운영 중인 카카오스페이스는 오는 5월 카카오로 흡수 합병을 앞두고 있어 자연스럽게 대표직이 없어진다.
이와 같은 대대적 인적 쇄신 추진 배경에는 카카오 노동조합의 문제 제기와 개선 요구가 짙게 작용했다. 카카오 노조인 크루유니언(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이 계열사 경영진의 리더십 부재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8일 카카오 그룹 내 준법·윤리경영 지원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 2차 회의에 참석한 크루유니언은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진에 대한 자체 조사와 직무 배제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점에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카카오엔터 김성수 공동대표와 이준호 투자전략부문장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공모 혐의와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보상이나 징계 등에 있어 경영진과 직원의 차별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법인카드를 이용해 1억원 상당의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전 카카오 재무그룹장이 정직 3개월의 징계에 그친 반면, 게임 업데이트 계획을 외부 이용자에게 유출한 직원은 즉시 해고되는 등 위법 행위에 대한 징계 수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날 카카오 노조는 내부 직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서 기존 경영진 교체에 대한 요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며 소통 강화 등 조직문화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이자, 외부 비판이 끊이지 않은 경영진 인적 쇄신에 대해 그룹 차원의 입장 표명이 시급하다”고 역설하며 “현재 경영진 교체가 가장 시급한 계열사는 카카오엔터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그룹 재정비 시사, 대규모 인력 감축 가능성↑
전문가 사이에서는 정보기술(IT) 업계 내 대부분 기업이 수익성 개선과 적자 폭 축소를 과제로 떠안고 있는 만큼 카카오가 이번 경영진 교체를 시작으로 그룹 전반을 재정비할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앞서 언급한 카카오스페이스의 사례처럼 수익성이 떨어지는 분야에 대한 사업 축소 및 철수가 줄을 잇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사업을 정리하며 문제가 된 부문의 인력을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는 ‘공동체 이동 지원 프로그램’을 기획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은 카카오의 자금 사정 악화로 미실현에 그치며 인력 감축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 결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만 약 30%의 직원이 자리를 정리했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엘스엘게임즈 등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고용 안정이 위협받는다고 판단한 노조의 강력 비판에도 카카오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도 대규모 정리해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요소다. 노조를 중심으로 강도를 높이고 있는 고용 안정 방안 마련 촉구 목소리에 카카오는 “인력 감원은 경영효율화를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대표 역시 “(계열사 전체적으로) 수익성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사업은 정리를 계획 중”이라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남아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