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중심적인 미국 반도체지원법, 삼성전자 수혜 순서 밀리나
시동 걸린 미국 반도체지원법, 3번째 수혜 대상은 글로벌파운드리스 자국 안보·경제 중심 지원 이어가는 미국, 해외 기업은 뒷전인가 표심 사기용 보조금 지급될 가능성도, 삼성전자 설 자리는 어디에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에 반도체 보조금 15억 달러(약 2조원)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반도체 지원 및 과학법(CHIPS Act, 이하 반도체지원법)’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린 것이다. 삼성전자,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이 보조금 추가 수혜 대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차후 자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우선시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멈춰 섰던 반도체지원법 움직인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은 향후 5년간 미국 시장에 진출한 반도체 기업에 총 527억 달러(약 70조3,861억원)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으로, 2022년 8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하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실제 지급받은 기업은 단 두 곳에 불과하다. 보조금 지급이 지연되며 대다수 반도체 기업은 미국 내 투자의 불확실성 리스크를 떠안은 채 불안에 떨어야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예비 협약 체결이 반도체지원법 지원금 지급 본격화의 ‘신호’라고 본다.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지원법 제정 이후 최초로 1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19일(현지시간) 미국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의 뉴욕주·버몬트주 신규 반도체 설비 투자 및 증설을 위해 15억 달러를 지원하는 예비 협약을 체결했으며, 글로벌파운드리스에 16억 달러의 대출을 추가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TSMC와 삼성전자의 뒤를 잇는 세계 3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으로, 자동차와 통신용 반도체를 주력 생산하고 있다.
단 예비 협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바로 현금을 지급받을 수는 없다. 보조금 최종 지급 계약은 이후 실사를 거쳐 체결되며, 실제 보조금은 반도체 공장 프로젝트의 진행 단계에 따라 순차적으로 지급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반도체 보조금 지급이 ‘바이드노믹스(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의 성과를 입증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라고 분석한다. 오는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활용한 표심 모으기에 나섰다는 의미다.
반도체지원법, 그저 정치적 수단인가
문제는 반도체지원법이 자국 및 바이든 행정부의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지원법의 첫 지원 대상은 전투기용 반도체 제조사인 BAE시스템스(BAE systems)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반도체지원법이 ‘국가 안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상업용 반도체기업이 아닌 BAE시스템스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국 BAE시스템스는 세계 최대 항공 방위산업 기업 중 하나로, 미국 뉴햄프셔 공장을 통해 전투기용 전자 시스템, 상업 위성용 반도체 칩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차후 미국 경제·안보에 대한 기여도를 고려해 지원금 지급 대상을 선정할 경우, 미국 정부의 지원을 믿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국내 기업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 인텔 △인공지능(AI) 등 주요 산업에서 다수의 미국 고객사를 확보한 TSMC 등과 비교하면 국내 기업의 미국 경제·안보 기여도는 크지 않은 편이다. 언제든 미국 정부 지원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인텔과 TSMC가 반도체 공장을 짓는 애리조나, 오하이오 등이 미국의 전통적인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라는 점도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11월 대선을 앞둔 현재, 경합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낮은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최우선으로 공략해야 하는 지역이다. 업계에서는 차후 바이든 대통령이 적극적인 반도체 지원을 통해 경제 성장 효과를 창출, 경합주의 표심을 공략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미국 공화당의 ‘안방’으로 불리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사실상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