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서프라이즈’ 달성한 엔비디아, AI 반도체 지배력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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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예상치 웃도는 실적 발표한 엔비디아, GPU 사업 호조
'압도적인 점유율' 효과인가, AI 반도체 부문이 상승세 견인
AI 반도체 시장 경쟁·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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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엔비디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 등이 급증하며 업계 예상을 뚫고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AI(인공지능) 반도체 부문 매출이 실적 성장세를 견인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차후 엔비디아의 실적 전반이 AI 반도체 시장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 기대 뚫고 깜짝 실적 발표, 주가 급상승

앞서 21일 국제금융센터(KCIF)는 엔비디아 4분기 매출이 204억 달러(약 27조2,340억원), 주당순이익(EPS)는 4.6달러(6,141원) 수준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40%, EPS는 70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이처럼 엔비디아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지만,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공급망 문제로 인해 컨센서스(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예측도 흘러나왔다. 어닝 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시장의 예상을 뒤집고 깜짝 실적을 공개했다. 21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5% 급증한 221억 달러(29조5,03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전반적인 전망치를 눈에 띄게 웃도는 수준이다. EPS 역시 5.15달러(6,875원)으로 시장 기대를 상회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날 뉴욕 증권시장 정규장에서 이전 거래일 대비 2.8% 하락 마감했지만, 장 종료 뒤 실적이 발표되며 시간 외 거래에서 8% 이상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매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호퍼(Hopper)’라고 불리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 모듈 H100이었다. 엔비디아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소비자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자동차, 금융 서비스, 의료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GPU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이터센터 사업 역시 409%에 달하는 폭발적인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데이터센터 매출 절반 이상은 대형 클라우드 제공 업체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타고 날아오른 엔비디아, 넘어야 할 장벽은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소위 ‘AI 특수’의 산물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부문 경쟁력을 필두로 AI 반도체 시장 내 막대한 영향력을 확보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자그마치 90%대에 달한다. 해당 조사가 이뤄진 이후로 엔비디아의 대표적인 경쟁사 AMD를 비롯한 기업들이 고성능 AI 반도체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엔비디아의 입지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AI 반도체’란 서버가 AI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고용량·고성능 데이터 처리 성능을 갖춘 반도체를 일컫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차후 AI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4분기 호실적이 ‘반짝 호재’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최근 오픈AI가 엔비디아에 대항하기 위한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추진 중이라는 점을 고려한 분석으로 풀이된다. 오픈AI는 엔비디아의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해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과 AI 반도체 분야 협력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수출 통제’ 역시 넘어야 할 벽으로 꼽힌다. 최근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AI 반도체 수출 규제에 따라 중국 시장에 성능을 낮춘 GPU 반도체 신제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등 현지 주요 고객사는 엔비디아의 신형 반도체를 외면하고 있다. 성능이 대폭 저하된 엔비디아의 반도체 대신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의 반도체를 구매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이다. 미국의 규제로 중국 수출 예정이었던 수조원 규모의 반도체 물량이 갈 곳을 잃은 가운데, 중국 고객사들의 잠재 수요마저 증발할 경우 엔비디아는 실적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