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1위 노리는 BYD, 충북 신공장 설립으로 세계 제패 속도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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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 100㎞ 이내 음성·진천·증평 물망
조립 방식 전기차 생산으로 수출 확대 노려
中 기업과 안방 경쟁 앞두고 업계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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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에 위치한 BYD그룹 본사 전경/사진=BYD

전 세계 생산시설 확대에 한창인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가 충청북도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한국을 전략 생산 거점으로 삼아 전기차 생산과 글로벌 판매를 본격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과 KG모빌리티 등 국내 기업들은 시장 재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전기차 생산 시너지 발휘·유통경로 단축 요충지로 떠오른 충북

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BYD 본사와 충청북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과 국내를 오가며 여러 차례 만나 전기차 신공장 설립을 위한 세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충청북도 관계자들이 먼저 공장 건립을 비롯한 투자 유치를 위해 중국 선전에 위치한 BYD 본사를 찾았고, 이후 BYD는 충북에 관련 자료를 보내왔다. 특히 최근에는 BYD 고위 임원진이 한국을 찾는 등 신공장 건립 관련 협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익명의 내부 관계자는 “2월 설 명절께 한국을 방문한 BYD 임원진은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인 충북 주요 지역을 직접 답사했다”며 “현재 후보지로 꼽히는 곳은 음성군과 진천군, 증평군 등”이라고 전했다. 이들 지역은 충북 내 자동차 부품과 배터리 소재 업체를 비롯해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와 가까워 전기차 생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요충지역으로 평가받는다. 나아가 유통 경로를 단축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음성군과 진천군, 증평군은 모두 경기 평택항에서 직선거리 100㎞ 이내에 자리 잡고 있으며, 현재 BYD는 1톤 트럭 T4K를 평택항을 통해 한국 시장에 공급 중이다.

BYD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기차의 반조립(CKD)과 부분조립(SKD)을 위해 충북 신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인접한 한국에서 조립 방식으로 전기차를 생산하면 자국 내 수요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북미, 유럽 등으로 수출하는 데도 용이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CKD는 중국에서 생산된 주요 부품을 가져와 한국에서 조립 및 도장 공정을 거치는 방식이며, SKD는 차제 조립과 도장까지 마친 제품을 들여와 현지 공장에서 추가 부품을 장착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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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7일 BYD 직원들이 누적 생산량 600만 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BYD코리아

업계는 BYD의 적극적인 사업 확대가 충북 공장을 시작으로 국내에도 번질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2022년 장쑤성 창저우, 장시성 푸저우, 안후이성 허페이 등 자국 내에만 7개 공장을 신설하며 160만 대의 생산능력을 추가한 BYD는 지난해 4분기 52만5,409대의 글로벌 판매량을 기록하며 테슬라(48만4,507대)를 추월했다. 아직 연간 판매량에서는 2위에 그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BYD가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등극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BYD 역시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으며 현재 태국 신공장을 건립 중이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헝가리와 브라질에 현지 공장 건립을 선언했고, 최근에는 우즈베키스탄, 이탈리아 등에 신공장 건립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당초 포드의 독일 공장을 인수할 것이라는 외신의 보도가 있었지만, BYD는 유럽에 자체 공장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BYD가 충북 신공장 건립을 공식화하면 중국 기업이 국내에 세운 최초의 완성차 공장이 된다.

KG모빌리티, 현대차그룹 필두 韓 전기차 업계 이목 집중

BYD의 한국 진출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업체로는 KG모빌리티를 꼽을 수 있다. 쌍용자동차 인수 후 BYD와의 협약을 바탕으로 성장 활로를 찾고 있던 KG모빌리티 입장에서는 양사의 협약이 사실상 무의미한 상황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체결된 두 회사의 협약은 KG모빌리티가 핵심 성장 동력인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기차용 배터리 셀 및 팩 분야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BYD와의 기술협력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에서 추진됐다.

KG모빌리티의 주력 모델 토레스 기반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비롯해 다양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BYD의 손을 잡은 것이다. 당시 KG모빌리티는 BYD와의 협력을 통해 전기차 라인업 강화와 전용플랫폼 도입, 하이브리드 제품 출시 등 제품 라인업 확대와 재편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 바 있다. 하지만 BYD가 한국 신공장을 건립하게 되면 KG모빌리티와의 시너지보다 자사의 시장 영향력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BYD와 오랜 시간 경쟁해 온 현대차그룹도 BYD 충북 신공장 건립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업체들과 경쟁해 온 현대차그룹은 이제 국내에서도 전면전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현대차 그룹이 지켜온 ‘전기차 점유율 1위’ 타이틀을 중국 기업들이 위협하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대표적 사례로는 현대차그룹이 2022년 현지 공장 설립으로 시장 선도적 입지를 다진 인도네시아 시장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약 1만7,000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은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인도네시아 자동차공업협회(GAIKINDO)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7,465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약 44%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입지는 BYD의 등장과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1월 BYD는 소형 SUV 아토3와 소형 해치백 돌핀, 중형 세단 씰 등 전기차 3종의 출시 행사를 열고 인도네시아 승용차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와 함께 13억 달러(1조7,300억원)를 투입해 연간 15만 대 규모의 현지 완성차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주력 모델보다 낮은 가격대에 출시되는 BYD의 전기차 3종은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 1위 수성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게 현지 업계의 반응이다. 내수 시장을 넘어 전 세계로 세력을 확대 중인 BYD로부터 우리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을 지켜낼 수 있을지 많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