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 3사 중 아우디만 판매 90% 급감, 딜러 중심 판매망인데 딜러가 고객 케어 안 하는 것이 문제
독3사 중 한 곳인 아우디만 판매량 급감 중 신차 출시 지연, 딜러 중심 판매망의 고객 관리 부실 논란 수요 감소에 주요 딜러사 압박, 서비스 센터 폐점도 잇따라
‘독일차 3사’ 중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아우디가 미국차 브랜드에까지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BMW, 메르세데스벤츠와 더불어 독일차 3사로 꼽혔으나, 최근 들어 신차 출시 부진과 서비스센터 불만까지 겹쳐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아우디의 국내 판매량은 268대로 집계됐다. 수입차 판매 순위 11위로, 2개월 연속 10위권 밖에 머무르게 됐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각각 6,089대와 3,592대를 판매한 것과는 크게 상반된다. 아우디의 판매량은 볼보(961대)와 렉서스(919대)는 물론 미국차 브랜드인 포드(306대)에도 뒤처진 것이다. 올해 판매량도 447대로 전년 대비 90% 넘게 떨어진 상황이다.
독일 아우디, 판매량 90% 급감, 중고차 시장서도 외면
올해 포드(535대), 포드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링컨(509대)보다 적은 447대를 판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아우디에 대한 수요가 낮다는 사실이 언급됐다. 실제로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고차 모델별 거래량 상위 10위 안에 A6(7세대)만이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차 출시 부족을 판매량 급감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지난해 ‘Q8 e트론’, ‘Q8 스포트백 e-트론’과 고성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SQ7’ 등 7개 신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SQ7은 1년 이후인 올 1월 선보였고 Q8 e-트론과 Q8 스포트백 e-트론의 출시 일정은 올해 말로 밀렸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신차 출시 계획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판매량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2020년까지 아우디의 서울 용산 전시장으로 쓰이던 곳은 최근 볼보 전시장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전체 수입차 판매 3위는 17,868대를 팔았던 아우디, 4위는 17,018대를 팔았던 볼보다. 볼보가 아우디의 위상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볼보가 3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올해 2월까지 수입차 판매 시장 점유율은 BMW가 35.5%로 1위, 메르세데스벤츠가 22.3%로 2위, 3위는 6.6%의 점유율을 기록한 볼보가 차지했다. 아우디는 지난해 12.3%에서 올해 1.5%로 10.8% 추락한 상황이다.
서비스센터도 수도 감소하고 있다. 아우디코리아 서비스센터는 2016년 33개에서 2021년 40개까지 늘어났다가 올해 들어 서울 서초지역 센터 2곳이 문을 닫았다. 반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각각 77개의 서비스센터를 운영 중이다.
딜러 중심 국내 판매망, 고객 관리 실패의 주원인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딜러 중심의 국내 판매망 관리 실패를 주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수입차들이 대부분 딜러 중심으로 국내 판매망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우디코리아가 특히 더 딜러 의존적이라는 것이다. 딜러가 고객 불만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사 차원에서 이에 대응하지 않고 딜러 탓으로 넘겨버린 사례가 주요 차량 동호회에서 알려지면서 소비자 불만 악화가 판매 감소로 직결됐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금융사 간부는 아우디 차량을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고장이 잦아 교체를 요구했으나, 딜러 측에서 무반응으로 일관해 해당 금융사의 출입 언론사 기자에게 이 사실을 제보한 바 있다고 밝혔다. 기자는 아우디코리아 마케팅 팀장에게 보도가 나갈 경우 아우디 차량 판매에 악영향이 있지 않겠느냐고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담당자는 딜러가 모든 책임을 지는 시스템인 만큼 아우디코리아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아우디 차량 판매가 부진하자 주요 딜러사들에 대한 압박도 심해지는 모습이다. 이에 아우디딜러사 10곳 중 8곳은 지난해 11월 아우디코리아로부터 실적 확대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법무법인 의견서를 아우디코리아에 제출하기도 했다. 아우디코리아의 주요 딜러사인 고진모터스의 경우 경영난 탓에 지난달 청주, 순천에 위치한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폐쇄하는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과거 딜러 위주로 진행됐던 판매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직접판매(직판) 체제 도입을 추진하거나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는 데다, 대기업들이 중고차 사업에 진출하면서 딜러 존재감이 더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