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캐리어’ 목전에 둔 에어부산, 분리매각 두고 여전히 시끌
부분자본잠식 상태 탈출한 에어부산 통합LCC 출범 앞두고 곳곳에 암초 부산 시민단체, 분리매각 요구↑
에어부산이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에어부산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인한 ‘메가 캐리어’에 흡수되면서 통합LCC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팬데믹 위기로 발생한 재무안정화를 완성 짓기도 전에 통합 전 ‘분리매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안팎으로 뒤숭숭한 상황이다.
자본잠식 위기 겨우 벗어난 에어부산
에어부산은 부분자본잠식에 빠졌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말 자본잠식률은 32.6%까지 상승했다. 통상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서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2년 연속 유지되면 상장폐지된다. 에어부산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20년 6월부터 2022년 7월까지 1,200억원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를 발행했다. 2020년 발행된 무보증 사모사채는 500억원으로 연이율은 초기 7.2%에서 12.4%까지 불어났다. 발행 2년 후부터는 연 2.5%에 조정금리까지 적용되기 때문이다.
2021년 3월과 6월 발행된 사모사채 역시 연이자율이 각각 12.1%, 12.2%까지 치솟았다. 2052년 만기가 돌아오는 100억원의 영구채(5.9%)를 제외하면 평균 연이율은 10.65%다. 이 중 300억원은 지난해 상환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3회차와 4회차 사모사채가 모두 300억원이지만 4회차 금리가 0.01% 높기에 먼저 상환했다”며 “남은 영구채들도 순차적 상환 계획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남은 영구채는 900억원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시 ‘메가 캐리어’에 흡수
에어부산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을 통해 ‘메가 캐리어’에 흡수되면서 통합LCC의 한 축을 담당할 예정이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이 마무리되면 산하 자회사인 LCC 3사에 대한 통합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KDB산업은행에 제출한 통합계획안(PMI)에서 LCC 3사 통합을 명시한 바 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진에어를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에어서울이 통합된다.
통합LCC 출범 후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당분간 별도법인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 후 2년간 별도의 독립회사(자회사)로 운영하다가 대한항공 브랜드로 합치기로 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통합LCC가 탄생하면 규모 면에서 현재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을 넘어서게 된다. 합병 후 통합회사가 보유하는 항공기는 단순합산 기준 총 54대로, 기존에 최다 항공기를 보유했던 제주항공의 37대를 넘어선다.
업계에서는 통합LCC가 국내 시장에서 5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에어아시아를 잇는 2위 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합LCC가 출범하면 제주항공, 티웨이와 함께 LCC업계는 ‘빅3’ 체제로 개편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9개의 LCC가 초특가항공권 마케팅 등을 펼치며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구조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구조개편으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전보다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 시민단체 “에어부산 분리 매각해 지역경제 살려야“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최근 부산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부산 거점화 요구와 에어부산 중심의 통합 혹은 에어부산의 별도 분리를 주장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에어부산의 경쟁력 강화와 지방공항 활성화, 국가균형발전 등을 이유로 들며 분리매각을 주장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2007년 부산시와 지역 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지금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분의 41.9%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부산시가 2.9%, 지역 7개 기업이 총 13.1%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지난해 에어부산의 김해공항 이용객 점유율은 전체 이용객 총 1,369만4,710명 가운데 489만여 명으로 점유율 1위(35.7%)를 달성했다. 10년 연속 1위다.
부산 시민들은 두 회사의 합병 여부와 관계없이 에어부산을 속히 분리 매각해 달라고 요구한다. 지역 시민단체는 “EU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아시아나 화물사업 부문을 따로 매각하기로 결정했는데, 이것이 가능하다면 에어부산 분리 매각도 충분히 가능한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또 이들은 “2029년 가덕도신공항의 성공을 위해 독자 운영될 지역 거점 항공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대한항공의 지배를 받아 부산에 투자하지 않는 에어부산보다는 분리 매각으로 독립해 지역을 위해서 일하는 에어부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