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3兆’ HD현대마린솔루션, IPO로 AM·친환경·디지털 전환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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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최대 8만3,400원으로 상장시 시총 3조원대 기대
확보 자금은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R&D에 투자할 계획
최종목표는 '디지털 솔루션 기반 해양 플랫폼 기업'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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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설립 후 매년 급성장을 이뤄온 HD현대마린솔루션이 기업공개(IPO)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룹 내 조선 3사의 AS 조직을 모태로 출범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그동안 AM 시장의 선도기업으로 친환경 개조, 디지털 전환 등 신성장 기반 구축에 주력해 왔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번 IPO를 계기로 선박 AS부터 AI 운항솔루션까지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반기 IPO 최대어’ HD현대마린솔루션, 5월 상장 목표로 절차 돌입

올해 상반기 IPO 최대어로 손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달 25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에는 한국거래소의 신규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5월 상장을 목표로 오는 16~22일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수요예측을 받은 뒤 오는 25일부터 이틀에 걸쳐 일반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상장 대표주관사는 KB증권, UBS, JP모건이며 공동주관사에는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이 참여한다. 또한 인수단에는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이 포함됐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번 상장을 통해 890만 주를 공모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지분의 50%에 해당하는 신주 445만주를 발행하고 2대 주주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보유한 1,520만 주 중 445만 주를 구주 매출로 내놓는 방식이다. 2,480만 주를 보유한 최대주주 HD현대는 구주 매출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주당 희망공모가액 범위는 7만3,300원부터 8만3,400원으로 총 예상 공모금액은 6,524억원에서 7,423억원이다. 공모 희망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3조2,582억원에서 3조7,071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번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와 연구개발(R&D) 등 중장기 성장을 위해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선박 애프터마켓(AM) 시장 내 브랜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친환경 개조사업의 역량 확대와 선박 디지털 사업의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 이기동 대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올해 조선해양산업 글로벌 AM시장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해 지속적인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해 왔다”며 “IPO를 통해 AM, 친환경, 디지털 등 전 사업영역에서 독보적인 해양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사명 변경, 계열사 선박 AS에서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

앞서 지난해 11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HD현대글로벌서비스’를 ‘HD현대마린솔루션’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사명 변경과 더불어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와 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당시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사장은 임시 주주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새로운 사명 ‘HD현대마린솔루션’은 해양 산업에 필요한 솔루션을 모두 제공함으로써 친환경 기술과 디지털 전환을 통해 해양 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며 “HD현대의 50년간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해양 산업을 위한 구심체 역할을 함으로써 더 큰 도약을 이뤄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16년 12월 HD현대는 최대주주인 정몽준 회장의 아들 정기선 부회장의 주도하에 선박 AM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독립법인으로 HD현대마린솔루션을 설립했다. 당시 사명은 ‘HD현대글로벌서비스’로 HD현대의 조선 3사인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전문 AS 사업을 위해 조선사업부, 엔진기계사업부, 전기전자사업부 등 그룹 내 선박 관련 유무상 서비스 담당조직을 일원화해 하나로 통합한 것을 모태로 한다. 이후 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현대의 조선 3사가 건조해 인도한 5,000척 이상의 선박 등을 기반으로 선박 AM 사업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이후에는 선박의 탈탄소와 디지털화 등 글로벌 친환경 기조에 발맞춰 기존의 선박 AM 사업뿐만 아니라 친환경 개조, 벙커링, 디지털 솔루션 등으로 사업영역을 점차 확장해 왔다. 회사의 엔지니어링 기반의 친환경 개조 사업은 운항 중인 선박에 해양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한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선박 배기가스 중 황산화물 감축을 위한 스크러버 등을 개조 설치에서부터 입항 시 육상 전원 사용을 위한 AMP(Alternative Marine Power) 시스템, LNG 운반선의 자연 기화가스를 액화해 운송 효율을 높이는 재액화 시스템 개조 등으로 확장됐다. 디지털 솔루션 사업은 선박의 각종 운항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운항 경로는 물론 선박 운항과 유지보수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십 솔루션(ISS, Integrated Smartship Solution)과 선박의 엔진, 보일러, 펌프 등 주요 기관 장비를 제어·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그 결과 HD현대마린솔루션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출범 첫해인 2017년 2,403억원과 546억원에서 2023년 각각 1조4,305억원, 2,015억원으로 증가했다. 7년 새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95%, 369% 증가한 것이다. 사업 영역이 확장되고 매출 규모가 커지자 회사 내부에서는 조선 3사의 전문 AS 업무로 한정된 기존 사명이 기업의 미래가치를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인 설립 약 7년 만에 친환경·디지털 솔루션 사업 확대를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 의지를 담아 사명을 기존 HD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으로 변경하고 ‘해양 분야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배경이다.

친환경 선박 개조, AI 기반 디지털 전환 등 미래 사업으로 ‘영토 확장’

사명 변경 이후 HD현대마린솔루션은 해양 산업의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영토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먼저 ‘선박 엔진 최적화 기술’을 통해 친환경 선박 개조시장 개척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그리스 넵튠(Neptune)사와 ‘엔진 부분 부하 최적화(EPLO) 서비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엔진 터보차저 분야 글로벌 리더인 엑셀러론(Acelleron)과 함께 EPLO 서비스를 론칭해 2022년 10월 자동차운반선 1척을 첫 수주한 데 이어 2023년 4척을 추가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EPLO는 엔진 출력에 맞춰 터보차저를 교체·개조하거나 연료 분사량, 분사 시기, 연료-공기 혼합비 등을 조절해 연소 효율을 높이는 친환경 솔루션이다. 최대 kWh당 6g의 연비 개선과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으며, 탄화 침전물 발생을 억제해 엔진 수명 연장과 함께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400톤 이상 선박 60% 이상이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가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제시한 선박에너지효율지수(Energy Efficiency Existing Index, EEXI), 선박탄소집약도지수(Carbon Intensity Index, CII)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선사들이 기존 출력 대비 70% 수준까지 엔진 출력을 제한해 저속 운항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엔진 출력 제한’에 맞춰 연소를 최적화할 수 있는 EPLO에 대한 수요는 향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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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D현대마린솔루션

디지털 솔루션에 AI 기술을 접목한 오션와이즈(OceanWise)의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션와이즈는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예측하고 최적의 운항 지침을 제공해 탄소 배출 저감을 돕는 기술로, 지난해 12월 포스코와 오션와이즈의 첫 상업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에는 팀 네이버와 ‘클라우드 전환 및 AI 사업화 추진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해 ‘메타오션데이터 클라우드’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메타오션데이터 클라우드를 통해 오션와이즈의 사업화를 추진, 선박 탄소집약도(CII) 관리부터 항해 중인 선박들의 운영·관리 전반을 클라우드상에서 구현하고 솔루션과 컨설팅까지 통합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세계 1~4위는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으로 국내 기업들이 정상을 이끄는 유일한 산업이다. 조선업은 선박, 해양플랜트, 선박기자재의 건조와 생산을 통해 성과가 나타나는 복합 엔지니어링 산업으로 대형 구조물인 선반의 건조과정이 다양하고 복잡해 자동화에 한계가 있는 데다 넓은 공장 부지와 기반 시설이 필요하고 건조기간도 길어 노동집약적이고 자본집약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고객의 요구에 따라 설계가 달라지고 수만 개의 기자재와 부품을 적시에 관리·탑재·조립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집약적인 측면도 강하다.

한동안 한국의 조선업계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근 선가 상승, 시장 점유율 제고, 중국의 인건비 급증 등에 따라 재도약이 기대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은 기업의 최종 목표를 ‘디지털 솔루션 기반의 해양 플랫폼 기업’에 두고 있다. 특히 HD현대마린솔루션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친환경 개조와 디지털 솔루션은 고부가 사업으로 향후 서비스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나아가 향후 무인 자율 운항 선박 시대가 도래하면 선박 디지털 기술 분야는 무궁무진한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