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손실충당금 2년 만에 11배” 시장 압박에 손실 인식한 삼성증권, 4분기 실적 ‘뚝’ 떨어졌다
4분기 손실분 선제 적립한 삼성증권, 2023년 신용손실충당금 3,250억원
손실 인식 추세 확산, "해외 부동상 위기 심화 영향인 듯"
금융당국 언급에 시장 압박 '가중', 증권업계도 '눈치' 봤나
삼성증권 신용손실충당금 3,250억원에 작년 4분기 실적 악화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및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신용손실충당금은 2023년 말 기준 3,2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2023년 3분기 말 1,416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후 삼성증권은 4분기에 72억원 상당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신용손실충당금을 반영한 상품운용손익 및 금융수지에서 44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국내외 순수탁수수료, 금융상품 판매수익 등에서 직전 3분기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쉬운 실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지난 3분기엔 1,510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바 있다. 특히 삼성증권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7,000억원에 육박했다.
1조원 클럽 가입을 목전에 둔 상황이었지만, 4분기 실적 탓에 영업이익은 6,000억원에서 멈춰섰다. 대신 4분기에 손실분을 선제 적립한 만큼 올해 실적은 안정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이에 대해 김예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삼성증권의 대출채권 관련 손실이 일부 발생했으나 IB를 제외한 전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부동산 위기 심화, 충당금 쌓기 나선 증권업계
손실을 인식한 건 삼성증권만이 아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4,300억원 규모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을 반영했다. 전년 대비 5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부동산 PF 및 해외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규모 손실을 인식하면서 전체 순익을 깎아 먹은 셈이다.
신한투자증권도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신용손실충당금환입액이 5억원 들어왔지만, 지난해엔 1,500억원의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나갔다. 이외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으로 1년 전보다 3배 넘게 늘어난 1,100억원을 인식했고, 하나증권의 지난해 충당금전입액 역시 1년 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2,45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지난해 충당금 규모를 대폭 늘린 건 올해까지도 부동산 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고 예상해 보수적으로 쌓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올해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 한 추가 충당금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충당금뿐만 아니라 평가손실도 크게 반영했다”며 “해외 대체투자 관련 부분은 작년 결산하면서 부실화 가능성 있는 자산들은 전수조사에 가깝게 살펴봐서 보수적으로 쌓아놓은 측면이 있어 추가적인 충당금이나 평가손익이 나올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심화하면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에서 2조원대의 잠재적 부실이 예고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의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56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금융권 총자산인 6,800조9,000억원의 0.8% 수준이다. 이에 금감원 측은 “금융사들의 자산에서 해외부동산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0.8%에 그치는 만큼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시장에선 손실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면서 불안정성이 높아졌다. 올해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점쳐진 탓이다.
손실 인식 않던 증권사들, 정치적 부담 영향 받은 듯
해외 부동산 대규모 손실이 점쳐지는 와중에도 부실 투자를 숨기려 한다는 의혹이 나왔던 것도 업계 입장에선 큰 부담이었다. 앞서 지난 2월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액 약 20조3,868억원 중 1조원 이상의 금액이 손실처리됐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한 곳인 나이스신용평가의 ‘증권사 해외부동산 익스포저 현황 및 관련 손실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체 해외부동산펀드 8조3,000억원 중 3조6,000억원에 대해선 증권사가 아직 손실을 한 번도 인식하지 않았다. 이에 시장에선 차후 손실액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불안과 함께 증권사에 대한 탐탁잖은 시선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쐐기를 박은 건 금융당국이었다. 당시 김병칠 금감원 전략감독 부원장보는 “5대 시중은행들의 평가손실액이 1조1,002억원이라고 해도 전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액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56조4,000억원에 달하는 점, 금융권 총자산인 6,800조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손실이라는 점을 보면 현 상황이 금융 시장 불안으로 확산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증권사가 손실을 인식하지 않았단 점을 들어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 폭락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금감원의 발표보다 더 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당시는 총선을 앞둔 시점이었던 만큼 관련 이슈에 더욱 민감한 반응이 쏟아졌다. 결국 금융당국에 의해 시장에서 증권업계의 손실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