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시 유가 쇼크 올 것” 세계은행, 1배럴에 102달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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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중동 분쟁 시 ‘에너지 쇼크’, 세계은행의 경고
주요 에너지 충격 인플레이션 더욱 부추길 수도
지정학적 갈등, 글로벌 경제의 또 다른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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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내 갈등이 확대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에너지 쇼크’가 촉발될 수 있다는 세계은행(WB)의 경고가 나왔다. 에너지 쇼크는 인플레이션을 촉진해 고금리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 “배럴당 102달러 치솟을 수도” 경고

2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산유국이 몰려있는 중동에서 한 개 국가 이상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하면 유가는 배럴당 평균 102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이 정도 규모의 유가 충격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도 타격을 준다고 세계은행은 분석했다.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해버리면 인플레이션 제어를 위한 각국의 다양한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디스인플레이션의 핵심 요인인 원자재 가격 하락은 사실상 한계를 맞닥뜨렸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격을 시작으로 이스라엘과 이란은 양국 본토 공격을 감행했다.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하면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예상에 국제 유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다만 최근에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 우려가 완화되면서 유가는 고점 대비 4%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세계은행은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경고했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는 취약한 순간에 있다”며 “주요 에너지 충격은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각국 정부가 노력했던 많은 노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세계은행의 최신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에서 하나 이상의 산유국과 관련된 분쟁으로 인해 하루 300만 배럴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유가는 배럴당 평균 102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런 수준의 가격 충격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을 무력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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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토이미지

향후 유가 전망도 ‘먹구름’

향후 유가 전망 역시 좋지 않다. 지난해 10월 세계은행은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첫 번째 ‘작은 혼란’ 시나리오에서는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50만~200만 배럴 줄어들어 배럴당 93~102달러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시나리오에서의 석유 공급량 감소는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와 비슷하다. 두 번째 ‘중간 정도의 혼란’ 시나리오에서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때처럼 석유 공급량이 하루 300만~50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가정했다. 이 경우 유가는 배럴당 109~121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지막 ‘대규모 혼란’ 시나리오는 1973년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욤 키푸르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미국 등 국가에 석유 수출을 금지했던 제1차 석유파동과 비슷한 상황을 가정했는데, 이 경우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600만~800만 배럴 줄면서 유가가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갈 것으로 봤다. 이는 곧 이란과 이스라엘 간 군사공격이 본격화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이어질 경우, 유가 상승폭이 매우 가파를 것이란 전망과 괘를 같이한다.

세계 경제 위협하는 지정학적 갈등

올해 세계 각국의 고금리가 경제에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지정학적 갈등은 글로벌 경제의 또 다른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및 곡물 가격을 끌어올린 데 이어, 최근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글로벌 물류의 동맥’ 홍해로까지 퍼져나가 물류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가 전쟁으로 무너질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한다. 전쟁으로 수출 경로가 막히면서 역내 무역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하기 전에는 이스라엘의 첨단 기술 제품(이스라엘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과 걸프만의 석유 등 중동 국가들의 전체 수출량의 5분의 1은 역내 무역이 차지했다.

하지만 친이란의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선박들을 공격하면서 역내 무역 하락이 심각해졌다. 세계 무역량의 10%를 담당하던 홍해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기존의 30% 정도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에 북아프리카 에리트레아는 어업·농업·광업 생산물 수출길이 막혔고, 내전 중인 수단은 국민 약 2,480만 명이 해외 원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경제 활동이 막히면서 재정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이집트는 지난 한 해만 102억5,000만 달러(약 14조1,20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처럼 홍해는 외환위기를 겪는 이집트의 주수입원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올해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통항료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0% 감소했다. 요르단의 관광 산업(GDP의 15%)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관광객 수는 54% 줄었으며, 관광업 수입 감소로 요르단도 이집트와 마찬가지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