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황·라덕연 겪으며 몰락한 CFD 시장, 여전한 ‘주가조작’ 우려에 “큰 틀에서의 규제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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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D 활용해 주가조작 자행한 빌 황, 형사재판 본격 시작
국내판 빌 황은 라덕연, "한국 CFD 시장 몰락의 주범"
'큰 틀에서의 규제' 주장 확산, 금융당국의 신속한 움직임 주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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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황(Bill Hwang)의 모습/사진=Hawaiian Islands Ministries 유튜브 캡처

미국 월스트리트 내 유명인사였던 한국계 미국인 투자가 빌 황(한국명 황성국)이 사기 혐의 사건으로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 차액 거래(CFD)를 활용해 주가조작을 벌였는지 여부가 골자다.

‘주가조작’ 혐의 빌 황 형사재판 본격화

뉴욕 남부연방법원은 13일(현지 시각) 형사재판을 위한 본격적인 심리 재판에 들어갔다. 지난 2022년 4월 뉴욕남부지검이 아케고스캐피탈매니지먼트 설립자인 황씨를 사기 등 혐의로 기소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아케고스캐피탈은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와 차액 거래(CFD) 계약을 통해 보유자산 100억 달러의 5배가 넘는 500억 달러(약 67조원) 상당을 주식에 투자한 바 있는데, 이후 2021년 3월 23일 아케고스가 자금을 빌려 투자한 주식이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황씨에게 투자한 금융회사들은 현금을 추가로 요구하고 나섰다. 펀드의 투자 원금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될 경우 이를 보전할 수 있도록 증거금을 더 요구하는 이른바 ‘마진콜’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아케고스는 마진콜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디폴트를 선언, 투자은행들은 100억 달러의 손실을 봐야만 했다. 해당 사건의 여파로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는 55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본 뒤 파산 직전 자국의 경쟁사인 UBS에 인수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금융회사를 통해 자사가 보유한 주식에 투자하도록 하면서 주가가 하락할 땐 금융회사를 통해 추가 매입을 지시해 손실을 헷지(hedge)한 것으로 보고 있다. 쉽게 말해 금융회사들을 속여 거액을 차입한 뒤 이를 자신이 보유 중인 주식의 파생상품에 투자함으로써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재판을 맡은 알렉산드라 로스만 검사는 “아케고스가 스와프 거래를 통해 한 회사에 3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매도를 막기 위해 하루에 10억 달러의 매수가 이뤄졌다”며 “커튼이 걷혔을 때 황씨의 사업은 카드로 만든 집이자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언급했다.

CFD 활용한 주가조작, 국내 ‘라덕연 사태’와 닮은꼴?

국내에선 라덕연 사태가 빌 황 사태와 닮은꼴로 자주 언급된다. CFD가 활용됐단 점에서다. CFD는 주식 등 실제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기초자산의 진입 가격과 청산 가격 간 차액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으로,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할 수 있다. 과거엔 외국계 증권사가 끼는 계약 구조상 투자 주체가 노출되지 않아 사실상 익명으로 거래가 이뤄져 왔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해 4월 24일이었다. 당시 외국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G)을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집중되면서 최근 주가가 급락한 8개 종목에 대한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졌고, 결국 라덕연 일당이 붙잡혔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라덕연 일당은 CFD를 활용해 감시망을 피하면서 주가조작을 자행해 왔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금융위원회는 같은 해 9월 CFD 거래에 따른 주식 매매를 개인·기관·외국인 등 실제 투자자 유형에 따라 거래소 거래실적 정보에 반영하도록 하는 등 규제 방안을 내놨다. CFD 잔고 동향을 신용융자 거래와 마찬가지로 금투협에 공시하도록 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이후 CFD 거래가 재개됐어도 CFD 시장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라덕연 사태 이전 13곳에 달하던 CFD 증권사가 7곳으로 줄어든 데다 남은 증권사들마저 서비스를 보수적으로 운영하면서 눈치만 보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특히 하나증권의 경우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해 융자를 막아두기도 했다. 사실상 라덕연 사태가 CFD 시장의 동력 자체를 망가뜨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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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 목소리↑, “금융당국 각성해야”

빌 황 사태와 라덕연 사태 등 비슷한 상황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최근 시장에선 큰 틀에서 규제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적잖이 나오고 있다. CFD 등 장외파생상품을 활용한 조작 행위 등은 완벽한 규제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컨테이너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라덕연 사태 이전 빌 황 사태가 가시화했음에도 미진한 움직임을 보이다 피해를 키운 금융당국을 비판하며 신속한 움직임을 강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빌 황 사태 이후 CFD 거래의 위험성이 알려진 상황에서도 10%였던 증거금률을 40%로 상향하고 한국거래소 세칙 개정을 통해 실제 거래 주체 정보를 신고하도록 바꾸는 등 미약한 규제만 추가해 사실상 사태를 방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운용사 관계자도 “CFD 계약을 금융소득종합과세 영역에 포함시키기만 해도 조세 회피 목적의 CFD 거래 상당수가 사라질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아직도 불공정거래와 시세조종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2의 CFD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명확한 규제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