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근로자 임금 OECD 평균 91.6%, 대·중소기업 모두 日보다 높아
2022년 평균 4만8,922달러, OECD 회원국 중 19위
20년 새 대기업 임금 158%, 중소기업 111% 올라
日 같은 기간 대기업 임금 감소, 중소기업 7% 인상
한국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9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OECD 회원국 중 19위로 25위를 기록한 일본을 앞질렀다. 10년 전 한국이 일본을 추월한 이후 양국의 임금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대기업의 임금이 크게 올라 중소기업과의 격차가 두 배 이상으로 벌어진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국 근로자 평균임금, 일본의 1.2배 수준
23일 OECD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한국 근로자 평균임금은 4만8,922달러(약 6,700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의 91.6% 수준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의 평균임금은 1992년 2만6,000달러(약 3,600만원) 수준에서 시작해 2011년 4만252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4만 달러 선을 넘은 데 이어 최근에는 5만 달러에 근접하면서 OECD 평균과의 격차가 계속 줄고 있다.
순위로는 OECD 38개 회원국 중 19위를 기록했다. 아이슬란드가 7만9,473달러(약 1억1,000만원)로 1위에 올랐고 룩셈부르크 7만8,310달러, 미국 7만7,463달러, 스위스 7만2,993달러, 벨기에 6만4,848달러, 덴마크 6만4,127달러(약 8,800만원)의 순으로 나타났다.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튀르키예 등은 한국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4만1,509달러(약 5,700만원)로 한국보다 여섯 계단 낮은 25위에 올랐다. 지난 2014년 한국의 평균임금은 4만746달러로 4만 257달러를 기록한 일본을 처음으로 역전했다. 이후 양국의 격차는 계속 벌어져 2022년에는 한국이 일본의 1.2배 수준에 이르렀다. 30년 전인 1992년에는 일본이 4만434달러로 2만6,214달러를 기록한 한국의 1.5배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한국의 임금이 급등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韓 대기업 임금 589만원, 日의 483만원 앞질러
OECD 조사에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17일 경총은 2002년과 2022년 한국과 일본 기업의 임금 격차를 분석한 ‘한·일 임금 현황 추이 국제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인 이상 기업에 종사하는 상용 근로자의 월 평균임금을 비교한 결과, 2002년 한국은 179만8,000원으로 일본의 385만4,000원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0년 뒤인 2022년 한국은 399만8,000원을 기록하며 379만1,000원의 일본을 앞질렀다.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한국이 일본을 추월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최근 20년간 한국이 일본보다 더 크게 확대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업 근로자 월 평균임금은 2002년 228만4,000원에서 2022년 588만4,000원으로 상승했다. 이 기간 임금 인상률은 157.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은 160만8,000원에서 339만9,000원으로 오르면서 111.4% 인상률을 기록했다. 반면 일본의 경우 대기업은 같은 기간 483만6,000원에서 443만4,000원으로 감소했고, 중소기업은 310만6,000원에서 326만9,000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임금 상승률을 보면 중소기업은 7%를 기록한 데 반해 대기업이 -6.8%로 역성장했다.
경총은 2002∼2022년 한·일 양국의 실근로시간 변화까지 감안하면 임금 인상률의 차이는 더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월평균 근로시간(초과근로시간 제외)이 20년 새 13.8% 감소하는 동안 월 평균임금(초과급여 제외)은 122.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시간당 임금도 2002년 9,954원에서 2022년 2만5,661원으로 157.8% 올랐다. 반면 일본은 같은 기간 근로시간과 임금에 변동이 거의 없었고 시간당 임금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일본 대기업의 경우 시간당 임금은 9.7% 감소했다.
이와 함께 한·일 양국의 경제성장률과 기업 규모별 임금 인상 폭을 비교한 결과 2002∼2022년 한국 대기업의 시간당 임금 인상률은 183.1%로 1인당 명목 GDP(국내총생산) 증가율 154.2%를 30%P 가까이 웃돌았다. 반면 일본은 이 기간 1인당 명목 GDP가 8.8% 증가했지만, 대기업 시간당 임금은 9.7% 하락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한국과 일본의 시간당 임금 인상률이 각각 152.5%, 8.9%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양국 간 차이가 크지만 각국의 1인당 명목 GDP 증가율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한국 대기업의 임금 인상률이 높은 탓에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도 일본에 비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대기업 임금을 100으로 할 때 중소기업 임금수준은 한국이 57.7, 일본은 73.7이었다. 지난 2002년에는 한국이 70.4, 일본이 64.2이었다. 20년 새 대기업 대비 한국 중소기업 임금 수준은 12.7%P 감소했지만, 일본은 9.5%P 증가했다. 한국의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일본보다 더 확대된 것이다.
韓보다 잘 사는 대만의 평균 초봉은 135만원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과 규모가 유사한 대만과 비교해도 한국의 임금 수준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의 국민소득이 이미 한국을 추월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대만 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대졸 재직자 평균 초봉이 3만1,000대만달러(약 13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5,000대만달러(약 22만원) 증가한 금액이다. 특히 대졸 취업자의 24.9%가 초봉을 전년도 최저임금인 2만5,250대만달러(약 109만원) 수준으로 받는다. 초봉이 높은 업종을 보면 대졸자의 경우 의약·위생학 전공자가 3만8,000대만달러(약 165만원), 석사는 정보통신·과학기술 분야 전공자가 6만 대만달러(약 261만원)로 조사됐다.
경총은 한국의 고임금 구조를 두고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와 이중구조가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만큼 임금이 높은 대기업들은 임금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청년 일자리 확대와 중소 협력사의 경영 여건 개선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 3월 24일에는 국내 약 4,200개 회원사에 권고안을 보내 “올해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최소화해 달라”며 “대신 청년 고용을 늘리고 중소 협력사의 경영 여건 개선에 힘써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실적이 좋지 않아도 노동조합이 관성적으로 높은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요구하면 응하지 않는 게 적절하다”며 대신 호실적을 성과급 형태로 보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실제로 한국의 높은 임금 수준이 노동생산성과 경영 환경을 악화시켜 국내 기업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저해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주요 10개국(중국, 미국, 브라질, 인도, 멕시코, 오스트리아, 일본, 폴란드, 싱가포르, 독일)과 제조업의 단위노동비용을 비교한 결과 2010부터 팬데믹 이전인 2018년까지 한국의 단위노동비용이 연평균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0대 진출국들의 단위노동비용은 연평균 0.8% 감소했다. 이는 즉 한국의 1인당 노동비용이 1인당 노동생산성에 비해 빠르게 올라 제조원가 경쟁력이 약화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