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정책 걸림돌은 ‘기업지배구조’, 주주 충실의무도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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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학회, 밸류업 주제로 ‘경제토론’ 설문조사 진행
“기업가치 제고 위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반영 검토해야”
밸류업 저해하는 디스인센티브 제도 손질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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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의 원인이 열악한 기업구조로, 높은 수준의 상속세가 기업 밸류업을 저해하며 우수기업을 키우기 어렵기 만드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학계에선 속히 이를 개선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경제학회 “K디스카운트 원인은 기업지배구조”

30일 한국경제학회는 ‘K디스카운트 밸류업’을 주제로 패널위원 94명 중 27명이 참여한 ‘경제토론’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에 대해 열악한 기업지배구조를 꼽은 응답자가 4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응답자들은 상장기업의 낮은 수익성과 낮은 성장성(30%), 낮은 주주환원(22%)을 지목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기업지배구조란 경영자가 주주에게 충성하도록 하는 모든 장치를 의미한다”며 “주주를 위한다면 수익성을 높여야 하고, 마땅한 투자계획이 없을 땐 주주환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 구성원들의 44%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대해선 밸류업을 저해하는 상속세 인하, 최대주주할증 개선 등의 ‘디스인센티브 제도’를 꼽았다. 더불어 밸류업 우수 기업에 대한 세금 인센티브(19%), 상장기업의 자발적 참여 유도(19%) 등의 응답도 많았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속세와 같은 디스인센티브가 미치는 영향은 다른 여타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공시·이행에 비해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배당 관련 정부 정책은 투자성향과 배당 성향 등을 통한 자율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응답이 43%로 가장 높았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투자자의 배당주 수요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은 26%를 나타냈다. 배당 확대 기업에 대한 기업 법인세 세액공제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응답은 22%였다. 대주주 경영권 보호강화에 대해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대답이 59%로 가장 많았다. 한국에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 사항으로는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까지 반영하는 응답이 37%로 가장 높았다.

소액주주 보호 위해 상법 개정해야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소액주주를 위한 상법 개정이 고질적인 기업지배구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하도록 법을 바꾸는 방식이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지난 2월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소액주주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도록 (법적 강제력을 지닌) 경성 규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대주주의 사익 추구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자사주 제도 개선을 제시하기도 한다. 자사주는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다시 취득해 보관한 주식으로, 금고주(treasury stock)로 불린다. 올해 금융당국은 상장법인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제한하기로 했다.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데 자사주가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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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정책에도 증시 성적은 하위

밸류업 정책은 저평가된 우리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증시를 부양하고 자산시장을 통한 국민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증시가 여전히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쏟아낸 처방들이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특히 최근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온 밸류업 대책은 상장기업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스스로 세워 자율 공시하도록 했을 뿐 중요한 알맹이가 빠져 물음표가 붙는다. 유인책으로 꼽힌 자사주 소각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같은 세제 혜택이 빠진 탓이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밸류업 정책에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사실상 기업 IR을 강화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으로, 실제로는 정부 대신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활동이 동력을 받아 더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당국은 구체적인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세제 지원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지만 여당의 총선 참패로 인해 현실화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 일본 등에서 혁신 기업들이 잇달아 등장해 증시 판도를 바꾸는 동안 산업구조 재편과 기술 혁신이 더딘 한국은 수년째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 그대로다. 혁신 기반 신산업을 중심으로 기업 실적이 개선돼야 증시 체질 개선도 이뤄지는 만큼 기업 하기 좋은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이를 방치한 채 정부가 주도하는 대증 요법으로는 한국 증시를 떠나가는 투자자를 붙잡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