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개선 마친 두산그룹,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 성공 ‘와신상담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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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수요예측에서 2,530억원 주문 ‘흥행’
굴뚝산업→반도체·SMR 등 첨단산업으로
대규모 구조조정 4년 만에 체질 개선 성공
1분기 부채비율 154.6%, 재무건전성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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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회사채 시장에서 릴레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20년 탈원전 정책 직격탄으로 벼랑 끝에 몰리며 채권단 관리에 놓였던 때와 상반된 모습이다.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그룹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는 두산이 대규모 구조조정 4년 만에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에 이어 두산퓨얼셀 회사채도 ‘인기’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두산퓨얼셀(BBB)은 회사채 총 400억원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2,4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트랜치(만기)별로는 1.5년물 150억원 모집에 500억원, 2년물 250억원 모집에 1,950억원이 몰렸다. 모두 목표 물량을 훌쩍 넘는 매수 주문을 받은 것이다.

공모 희망 금리 수준은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3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30b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다. 1.5년물은 -75bp, 2년물은 -86bp에서 물량을 채웠다. 시장이 평가한 두산퓨얼셀의 채권 가격보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두산그룹 회사채를 매수하려는 기관이 많았다는 의미다.

수요가 몰리자 두산퓨얼셀은 1년 6개월물 330억원, 2년물은 470억원으로 증액해 총 800억원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두산퓨얼셀 민평금리와 비교하면 이번 회사채 발행금리는 4%대 중반 수준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관사는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며 오는 11일 발행할 예정이다.

두산퓨얼셀의 지주사인 ㈜두산도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두산은 당시 1년 6개월물(200억원), 2년물(200억원) 모집에 총 2,53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특히 1년 6개월물과 2년물은 각각 -95bp, -90bp 등 밴드 하단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모집 물량을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이 회사채 시장에 나온 건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 지난 3월 열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모집액 2배 수준인 1,22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아 54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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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에 허덕였던 두산, 굴뚝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전환 시동

지난해만 해도 두산그룹은 1,23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이미 3,070억원을 발행하며 존재감을 다시 키우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두산의 신용등급 상향이 흥행의 성공 요소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채 발행 직전 두산의 신용등급이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로 올라간 점이 기관의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두산이 BBB+ 신용도 지위를 되찾은 건 2020년 이후 처음이다.

두산 입장에서는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두산은 지난 2020년 탈원전 정책에 따른 발전 시장 침체를 비롯해 지금은 매각된 두산건설의 부실로 인해 단기채(전단채, CP 등) 차환이 막히며 유동성 위기에 봉착, 결국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갔다. 이후 2022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3조원의 긴급 자금 수혈을 요청하면서 관리 체제를 졸업할 수 있었다.

당초 채권단은 구조조정 기간이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했으나 두산은 1년 11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며 조기 졸업했다. 업계에서 ‘구조조정 모범 사례’로 회자될 정도다. 당시 두산그룹 전체의 금융 부채는 약 18조4,808억원(부채비율 365.5%)에 달했는데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비용 절감 등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등 재무개선 계획 대부분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구조조정 이후 위용이 예전같진 않았지만 두산은 빠르게 경영 정상화 작업을 이어갔다. 두산중공업의 사명을 변경한 것도 정상화의 일환이다. 두산중공업은 재도약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두산에너빌리티라는 새로운 사명을 확정 짓고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의 본질적인 핵심 가치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후 주력이던 원전 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해상풍력과 가스터빈,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의 대전환을 추진했다. 건설, 기계 등 굴뚝 산업에서 첨단 산업 중심으로의 체질 개선을 향한 첫걸음이자, 두산의 재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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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이 끌고 두산에너빌리티가 밀고, 부활에 방점

두산 부활의 대목은 실적 추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두산은 4조4,623억원의 매출과 3,4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그룹에 위기가 닥치기 전인 2019년 1분기 수준(4조4,830억원, 3,551억원)을 대부분 회복한 모습을 보였다. 두산그룹의 부채비율도 올해 1분기 기준 154.6%로, 지난 2021년 1분기 281.4%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이 같은 재도약의 선봉에는 두산밥캣이 있다. 두산밥캣은 사실상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로 통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두산그룹 포트폴리오 중 두산밥캣 등 건설기계 부문의 비중이 51%에 달하며, 두산밥캣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그룹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이에 반해 총차입금은 그룹 전체 차입금의 18% 수준으로 재무적 부담이 작다. 지난해엔 매출 9조8,000억원과 영업이익 1조4,00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클럽 가입에 성공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두산밥캣은 실적 도약을 발판으로 글로벌 건설장비 업체 ‘톱 10’에 진입했고, 두산그룹이 채권단 관리를 받을 당시 울며겨자먹기로 팔았던 모트롤 등 알짜회사도 다시 사들였다. 여세를 몰아 핵심 시장인 북미 지역 공략을 위해 멕시코 신공장 착공에도 나섰다. 두산이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마련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신공장이 가동되면 로더 제품의 생산능력은 지금보다 20%가량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기업인 두산테스나도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이 예상돼 자본 시장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두산테스나는 외형 확장에 힘입어 지난 2월 이미지 센서 반도체 기업인 엔지온을 인수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은 917억원으로 두산이 테스나를 인수했던 2022년 1분기(439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고난의 세월을 보냈던 두산에너빌리티도 그룹의 부활을 견인했다. 원전 사업이 다시 호황을 맞으면서 국내에서 원전 설비를 공급하는 유일한 대기업으로서 원전 확대 정책의 최대 수혜 기업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시장의 가스터빈 수주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의 SMR 수주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최대 SMR 설계업체인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의 프로젝트 참여가 대표적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가 짓는 370억 달러(약 51조원) 규모의 SMR 건설 프로젝트에 원자로, 증기발생기튜브 등 주기기를 납품할 예정으로, 공급 물량만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