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통화 정책 고도화로 한층 정확해진 환율 변동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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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 모델 ‘환율 변동 예측’ 정확성, 90년대부터 획기적 향상
‘인플레이션 목표 관리 제도’ 도입으로 시장 신뢰 상승
중앙은행 통화 정책 고도화로 정확도 더욱 높아질 것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환율 변동 예측에 무용지물로 평가되던 거시경제 모델의 예측 정확도가 21세기 들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의 통화 정책이 인플레이션 목표 관리(inflation targeting, 연간 인플레이션 목표하에 행해지는 통화 정책)를 수용하면서 경제 주체들의 자의적인 의사 결정 가능성을 최소화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 정책이 고도화될수록 환율 변동 예측의 정확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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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주요 변수 적용한 거시경제 모델, 달러화 환율 변동 정확히 예측

거시경제 모델은 환율 변동 예측에 부적합하기 때문에 거시경제 변수들을 사용한 정확한 예측도 불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 찰스 엥겔(Charles Engel)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University of Wisconsin – Madison) 교수와 스티브 박영우(Steve Pak Yeung Wu)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조교수는 △실질 금리 △기대 인플레이션 △무역 수지 △글로벌 리스크 △유동성 수요 등의 변수들을 포함시킨 거시경제 모델이 G10(G7에 스웨덴,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가 추가된 11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환율 변동을 과거보다 획기적으로 정확히 예측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이 기존 모델의 예측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중요하게 사용한 변수들은 통화 변수 monetary variables)와 비통화 변수(non-monetary variables)를 포괄하는데, 먼저 미국과 상대국들의 실질 금리는 달러화 환율과 직접 연결되는 통화 지표 중 하나다. 연구진은 미국 내 실질 금리 인상은 달러화 가치 절상과 외화 가치 절하로 이어진다는 거시 경제 이론과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두 번째 통화 변수는 기대 인플레이션인데 거시경제 모델에 인플레이션율 상승을 적용하자 달러화 절상으로 이어지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 결과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긴축 정책을 사용할 것이라는 시장과 경제 주체들의 확고한 믿음이 통화 절상으로 이어진다는 신 케인스 경제학 이론(New Keynesian macroeconomic paradigm)과 상통한다.

미국의 무역 수지도 환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무역 수지 적자는 달러화 약세로 이어지는데 특히 미국이 대외 부채 부담을 덜기 위해 달러화 약세를 정책적으로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급증한 현 상황에서는 무역 수지 적자의 달러화 절하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보통 채권 시장 스프레드(bond market spreads)로 측정되는 글로벌 리스크가 고조된 기간에는 달러화가 본연의 안전성으로 인해 가치가 상승한다. 또한 달러 표시 유동 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 재무부 채권(US Treasury assets)의 편의 수익(convenience yield, 안전성의 대가로 주어지는 낮은 금리로 인한 수익을 의미)도 증가해 달러화 가치 절상을 견인한다.

이밖에 연구진은 환율이 장기적으로 양국의 구매력 평가 지수(Purchasing Power Parity, PPP) 수준에 수렴한다는 이론도 변수에 포함시켰으나 이 효과는 모델에서 의미 있는 수준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목표 관리 정책 도입으로 시장 ‘자의적 반응’ 최소화

19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거시경제 모델의 환율 변동 예측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변수들이 뚜렷한 상관관계를 입증하지 못하거나 부정확한 예측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모델의 정확성은 각국 통화 정책의 변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향상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에는 중앙은행들이 명확한 인플레이션 목표하에 통화 정책을 집행하지 않아 시장과 경제 주체들이 자의적인 해석하에 의사 결정을 할 여지가 많았다. 인플레이션 상승 확률이 높은데 중앙은행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시장이 믿으면 실질 금리 하락 효과로 연결돼 수요 증가와 인플레이션 상승, 통화 약세로 귀결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1970년대 후반 폴 볼커(Paul Volcker)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의장 재임 기간부터 인플레이션 목표 관리 기반의 통화 정책이 수립되고 이를 다른 선진국들도 수용하면서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거시경제 모델의 예측력을 향상시킨 가장 큰 요인은 각국 통화 정책의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많은 선진국들이 인플레이션 목표 관리 정책을 도입해 시장의 근거 없는 예측으로 인한 의사 결정 여지를 줄여 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에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스웨덴 등이, 2001년에 노르웨이가 해당 제도를 도입했고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도 1999년부터 인플레이션 대응을 강조하는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90년대 통화 정책 개선과 유로화 도입 이후 예측 정확성 획기적 향상

이런 영향으로 연구진이 거시경제 모델을 통해 얻은 달러화의 G10 통화 대비 환율의 시기별 예측치는 해당 시기부터 방향성 및 정확도 면에서 실제 환율 데이터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 1월부터 2023년 8월 사이 예측 정확도는 획기적인 향상을 기록해 이전 시기의 부정확성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실제로 연구진이 모델링을 통해 산출한 유로-달러 간 환율 예측치와 실제 환율 추이는 상당히 유사한 패턴을 보였는데 1999~2000년에 일어난 달러화 절상과 2001~2008년의 절하, 2008, 2010, 2013년의 급격한 절상 및 2013년 이후 지속되는 달러화 강세 효과 등이 모두 일치했다. 2020년 이후 환율 변동도 2021~2023년 사이 일어난 ‘V자’ 변동을 포함해 매우 정확한 예측력을 보였고 유로 외 다른 통화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결과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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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 모델 예측 환율과 실제 환율 추이 비교
주: 기간(X축), 달러 환율 변동 로그값(Y축), 대호주 달러(좌상단), 대캐나다 달러(중상단), 대유로(우상단), 대영국 파운드(좌중단), 대뉴질랜드 달러(중중단), 대노르웨이 크로네(우중단), 대스웨덴 크로나(좌하단), 실제 환율 로그값(청색선), 모델 예측 환율 로그값(갈색선)/출처=CEPR

모델의 예측 정확성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향상을 보였는데 1973년 이후 20년 단위의 표본 집단을 1년 단위로 옮겨가며 회기 분석(regression analysis)한 결과 초기 표본들은 예측 정확성이 현저하게 낮았으나 점차 ‘F-통계량’(F-Statistics, 모델의 정확성 지표)과 ‘R 제곱값’(R-Squared Values, 변수 간 상관관계 지표)이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내 모델 예측치와 실제 데이터가 가장 최근 20년 표본에서는 최고 근사치를 기록했다. 양 지표는 초기 정체 상태를 지나 1980년대와 90년대 들어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였는데 이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목표제 기반의 통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시기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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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단위 표본 집단 회귀 분석 모델의 F-통계량 및 R 제곱값 추이
주: 기간(X축), F-통계량(좌측 Y축), R 제곱값(우측 Y축), 대호주 달러(좌상단), 대캐나다 달러(중상단), 대독일 도이치 마크(우상단), 대영국 파운드(좌중단), 대뉴질랜드 달러(중중단), 대노르웨이 크로네(우중단), 대스웨덴 크로나(좌하단), 패널 고정 효과(국가 간 특성 고려)(중하단), 패널 풀링(국가 간 특성 무시)(우하단), F-통계량(청색선), R 제곱값(갈색선)/출처=CEPR

통화 정책 신뢰 얻으며 실질 금리와 인플레이션 영향 정확히 반영

연구진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거시경제 모델의 환율 변동 예측 정확성을 실제로 향상시켰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 실질 금리 변동, 상대국 실질 금리 변동, 미국 인플레이션, 상대국 인플레이션 등 통화 변수들의 t-통계량(t-statistics)을 측정했다. t-통계량은 각 변수들이 환율 변동 예측 정확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미국 실질 금리와 인플레이션 변수와는 음의 상관관계를 갖고, 상대국 변수에는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연구 결과 조사 대상국 모두에서 해당 변수들의 t-통계량은 초기에는 통계적인 상관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수준인 2를 넘지 못하거나 역방향의 움직임까지 보이다 80~90년대 들어 지속적인 상승을 기록하는 것이 확인됐다. 통화 정책이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통화 변수인 실질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환율 변동에 정확히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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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지표(금리 변동, 인플레이션) t-통계량 추이
주: 기간(X축), t-통계량(Y축), 대호주 달러, 대캐나다 달러, 대독일 도이치 마크, 대영국 파운드, 대뉴질랜드 달러, 대노르웨이 크로네, 대스웨덴 크로나(좌→우, 상→하 순서), 미국 실질 금리 변동(청색), 상대국 실질 금리 변동(갈색), 미국 인플레이션(녹색), 상대국 인플레이션(주황색)/출처=CEPR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통화 정책이나 글로벌 리스크, 유동성 수요 등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변수들로 인해 불완전한 면이 있지만 거시경제 모델이 환율 변동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하는 것을 증명해 모델 자체에 근원적 결함이 있다는 인식을 뒤집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21세기 들어 모델의 정확성이 급격히 향상된 것은 각국의 통화 정책이 시장의 근거 없는 예측을 최소화할 만큼 명확하고 투명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통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는 만큼, 거시경제 모델의 환율 예측 정확성도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원문의 저자는 찰스 엥겔(Charles Engel)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University of Wisconsin – Madison)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Exchange rate models are better than you think, and why they didn’t work in the old day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