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이사회, ‘경영진 감싸기’에 사외이사 겸직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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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손태승 사태' 관련해 내부통제 미작동 지적 
경영진 문책, 지배구조 쇄신 등에 이사회 역할 강조
지주사와 자회사 이사 겸직 구조, 경영진 견제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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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부정 대출 사태와 관련해 이사회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내부통제의 중역을 수행할 사외이사의 면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다수의 사외이사들이 그간 쉬쉬한 정황이 ‘내부고발’ 등으로 드러났는데, 우리금융 사외이사가 이례적으로 지주 및 주요 자회사에서 겸직을 하면서 자초한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장, 우리은행 금융사고에 ‘이사회 역할론’ 제기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우리금융 부정대출과 관련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경영진의 늑장 대처를 정조준했다. 전날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반부패·청렴 워크숍’을 열고 직원들에게 “과거 금품수수나 부정청탁 같은 적극적인 부패행위뿐 아니라 비효율적이고 소극적인 업무태도, 불투명한 업무처리 방식 등도 척결 대상”이라며 “아무리 훌륭한 내부통제 제도를 만들고 업무혁신의 강도를 높이더라도, 건전한 조직문화가 확고히 정립되지 않으면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원장의 발언 중 ‘소극적인 업무태도, 불투명한 업무처리 방식’은 현 경영진의 금융사고 미보고·미공시를 지적하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총 두 차례 우리금융에 ‘보고·공시 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또 ‘건전한 조직문화의 확고한 정립’은 사외이사의 경영진 견제 역할을 상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부정 대출 사태와 관련해 올해 초 이미 배임, 사기,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와 사실관계를 인지했다. 따라서 적어도 4월 전에 우리은행에 금융사고 보고·공시 의무가 발생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또한 부정 대출에 전직 지주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사실을 인지한 이후에도 이를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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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이사회 및 내부 위원회 구성/출처=우리금융

코너 몰린 우리금융, 이사회가 나서 사태 마무리해야

그동안 금감원은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발표하고 사외이사 간담회를 정례화하는 등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에 있어 경영진 견제와 이사회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그간 금감원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 노력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보고 경영구조 쇄신 등 사안을 매듭지을 공을 우리금융 이사회로 돌리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우리금융 이사회의 역할과 사외이사의 이력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 이사회는 사외이사 7명을 포함해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조병규 은행장의 이사회 참여가 불발되면서 임종룡 회장이 단독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는 과점주주 추천으로 선임된 정찬형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신요환·윤인섭·윤수영·지성배 이사와 지난 3월 22일 주총에서 신규 선임된 이은주·박선영 이사로 구성된다.

문제가 된 건 금융회사의 내부 통제 이슈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외이사의 겸직이다. 현재 윤인섭 이사는 우리아메리카은행, 박선영 이사는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윤수영·정찬형 이사는 우리은행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다. 이러한 지주사·자회사 간 사외이사 겸직은 동종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로, 손 전 회장 재직 당시인 2019년 우리금융지주 설립 때 시작돼 임 회장 임기까지 동일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주 설립 당시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신주와 맞교환하는 포괄적 주식 교환의 과정을 거쳐 자회사로 편입됐고 이때 우리은행의 사외이사였던 박상용·노성태·정찬형 이사가 우리금융 초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며 “경영상 의사결정의 연속성과 지배구조의 안정성 그리고 지주사와 은행 간 원활한 소통의 필요성 등으로 일부 사외이사가 겸직해 왔고 현재도 일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사 임기 종료 앞둔 시점, 경영진에 책임 묻기 어려워

지주사와 계열사 간 사외이사 겸직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동일 금융그룹 내 자회사는 사외이사 겸직이 예외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금융권 일각에서는 자회사의 사외이사가 지주사의 이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금융 내부 횡령 등 금융사고에 이어 전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부정 대출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이사회가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3월 내부통제 관리위원회의 기능을 감사위원회로 통합했다. 감사위원회와 이사회의 내부통제·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결과적으로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데는 실패했다. 특히 감사위원회 구성원인 윤수영·정찬형 두 이사가 우리은행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만큼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정 대출 사태가 공론화된 이후에도 이사회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사회가 경영진을 감싸고 있다는 지적에도 불이 붙었다.

사외이사의 임기와 그간의 이해관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정찬형 이사는 2019년부터 4회째 연임을, 2022년 선임된 윤인섭·신요한 이사는 각 1회씩 연임했다. 윤수영·지성배 이사는 지난해 3월 처음 선임됐다. 올해 3월 선임된 이은주·박선영 이사의 임기는 2026년 3월 주총까지다. 이런 이해관계를 감안하면 이들이 현 경영진, 특히 임종룡 회장에게 적극적으로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