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해보험 이어 청호ICT까지, JC파트너스 ‘평판 리스크’ 심화
청호ICT, 코스피시장 상장폐지 확정
거래소에 이의신청했지만 결국 퇴출
JC파트너스, 연이은 투자 실패에 울상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파트너스가 연이은 투자 실패로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 고유자금을 투입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청호ICT가 결국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예금보험공사 주도로 강제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MG손해보험에 이어 청호ICT까지 문제가 생기며 평판 리스크가 심화하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 청호ICT 상폐 결정
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6일 청호ICT에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앞서 거래소는 청호ICT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2020년 사업년도)과 횡령 발생 건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거래소는 청호ICT를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으로 결정하고 1년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당시 ‘감사의견 거절’에 의한 상장폐지 사유는 지난 2022년 5월 4일자로 해소됐다. 회계법인이 2020년 사업 연도에 대한 감사의견을 ‘거절’에서 ‘적정’으로 정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대성삼경회계법인은 내부통제 미비, 자산회수 가능성에 대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사의견을 거절했다가 이후 재감사를 거쳐 ‘적정’에서 변경했다.
다만 횡령 사건 발생에 따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는 남아 있었다. 지난 2021년 4월 5일 청호ICT는 당시 대표이사였던 엄모씨의 40억원대 횡령 혐의를 발견해 고소했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다음날인 4월 6일엔 전현직 임원 17명을 184억5,000만원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는 내용을 추가 공시했다. 이에 거래소는 지난해 7월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고 이를 회사에 통보했다. 청호ICT는 즉각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는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의 투명성 등을 고려해 상장폐지 결정을 확정했다.
상폐 사유 해소에 베팅했지만, 자금 회수 ‘적신호‘
JC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청호ICT는 금융자동화기기(ATM), 키오스크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지대섭 전 회장이 1977년 설립한 청호ICT는 국내 ATM 시장의 토대를 닦은 기업 중 하나로 1990년 7월 코스피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창업주 일가 경영진이 2020년 회사를 매각하면서 부침을 겪기 시작했다. 이에 4년간 회사의 대주주는 창업주 지배회사인 청호엔터프라이스에서 글로벌파마→아쉬세븐→대운에너지솔루션으로 바뀌었다.
JC파트너스가 청호ICT의 최대주주 자리에 앉은 건 지난해 일이다. JC파트너스는 2019년 인수한 AMT를 통해 작년 3월 청호ICT 지분 일부를 인수한 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지분을 늘려갔다. 이후 청호ICT의 추가 자금 조달에도 자금을 대며 지분 25.22%를 확보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JC파트너스가 블라인드 펀드나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청호ICT 지분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고유자금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JC파트너스는 지분 100%를 보유 중인 제이앤에이티홀딩스를 통해 청호ICT의 신주를 인수했다. 이와 관련해 IB(투자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JC파트너스가 출자자의 돈이 아닌 회사의 자금을 직접 투입한 것은 청호ICT가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고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데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JC파트너스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당시 설정한 1년의 보호예수는 이미 풀린 상황이지만, 당분간 투자금 회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JC파트너스, AMT 엑시트로 돌파구
JC파트너스의 악재는 청호ICT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 건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MG손해보험이 대표적이다. JC파트너스는 예보 주도로 강제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MG손해보험에서도 한푼도 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예보가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P&A는 자산과 부채 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인수하는 절차로, 기존 주식 가치는 실질적으로 ‘0원’이 된다.
더욱이 JC파트너스는 예보 주도의 강제 매각을 막기 위해 제기한 소송 항소심에서도 최근 패소했다. 1·2심 법원이 모두 예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MG손해보험 매각 과정에서의 법적 리스크도 상당 부분 해소된 상황이다. 현재 예보는 MG손해보험 매각 절차를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잠재 후보군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서를 받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근 JC파트너스가 AMT 경영권을 매각한 것도 연이은 악재에 따른 행보란 분석이 나온다. IB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JC파트너스는 청호ICT와 별도로 설립한 PEF를 통해 보유한 AMT 지분 45%를 매각했다. 총 매각금액은 360억원으로, JC파트너스는 이 중 펀드로 보유한 160억원을 회수했다. 작년 청호ICT에 AMT 지분 22.75%를 182억원에 넘겼다는 것을 고려하면 총 회수 규모는 342억원이다.
이번 매각으로 AMT는 800억원의 밸류에이션을 평가받았는데, 이는 지난해 청호ICT가 AMT 지분 25%를 인수했던 당시와 같은 수치다. 당시 청호ICT는 202억원을 투자해 JC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던 AMT 지분 22.75%와 기타주주 3인이 들고 있던 2.25% 등 총 25%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청호ICT는 1년 만에 투자금을 그대로 회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