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운영사 F&F, 빅텐츠 인수 2년 반 만에 매각 “드라마 접고 엔터 사업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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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 2022년 235억원 투자해 ‘빅텐츠’ 인수
인수 2년 만에 빅텐츠 매출 89.7% 감소
'패션+컨텐츠' 시너지 효과도 미미, F&F엔터에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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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텐츠가 제작해 방영한 드라마 작품/사진=빅텐츠

의류 브랜드 MLB, 디스커버리 등을 만드는 F&F가 드라마 제작사 빅토리콘텐츠(빅텐츠)를 인수한 지 2년 반 만에 매각했다. 패션 사업과 콘텐츠 사업 간 의미 있는 시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사모펀드(PEF)와 다수의 투자조합에 지분을 되팔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F&F ‘빅텐츠’ 매각, 디비PE 품으로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빅텐츠는 지난달 27일 최대주주 F&F와 특수 관계자인 조윤정 빅텐츠 대표이사가 보유 주식 전량(185만1,474주)을 PEF 디비프라이빗에쿼티 외 4인에게 양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양수도 총액은 389억원이다. F&F는 빅텐츠 주식 134만6,969주(지분율 42.83%) 전량을 283억원에, 조윤정 대표는 50만4,505주(16.04%)를 106억원에 매각했다. F&F와 조 대표 모두 주당 매각가는 2만1,000원이다.

오는 11월 중 잔금 납입이 완료되면 빅텐츠의 최대주주는 디비프라이빗에쿼티(27.08%)로 바뀐다. 티모투자조합1호, 케이에스투자조합, 에스제이투자조합, 제이아이투자조합도 각각 52억원씩 투자해 지분 7.95%씩 확보한다. 이로써 F&F가 빅텐츠 인수에 들인 돈과 다시 매각해서 쥔 돈의 차액은 48억원 정도다. 증권가에선 세금 등을 감안하면 실제 매매 차익은 더 적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F&F·빅텐츠, IP 접목 시너지 효과 부족

이번 매각을 두고 업계에선 F&F가 기대했던 사업 다각화 효과를 내지 못하고 빅텐츠를 처분했다는 평이 제기된다. F&F가 빅텐츠 주주로 들어선 시기는 2022년 3월로, 패션에 이어 콘텐츠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당시 F&F는 구주 인수와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신주 인수로 235억원을 들여 빅텐츠 지분 절반가량을 확보했다. 조 대표로부터 주식 25만 주를 75억원(주당 3만원)에 인수했고, 에스엘컴퍼니로부터 23만 주를 48억원(주당 2만1,000원)에, 메리츠증권으로부터 10만8,969주를 20억원(주당 1만9,000원)에 사들였다. 또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빅텐츠 신주 75만8,000주를 91억원(주당 1만2,000원)에 인수했다.

F&F는 빅텐츠 인수 후 같은 해 11월 지분 100%를 출자해 연예인 매니지먼트업과 K팝 사업을 할 F&F엔터테인먼트도 설립했다. 패션,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취지였다. 지난해 8월에는 코넥스 상장사던 빅텐츠를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시켰다. 김창수 F&F홀딩스 회장 겸 F&F 대표이사가 빅텐츠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하며 직접 사업을 챙길 정도로 애정이 남달랐다.

F&F는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사업에 능숙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기업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등 패션과 다소 무관한 IP 라이선스를 확보한 뒤, 이를 활용해 의류 등 패션용품을 제조·판매하며 연간 조 단위의 수입을 얻고 있는 것이 대표적 예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회사 매출의 40% 내외가 중국·홍콩 등 중화권에서 발생할 정도다. F&F는 이 같은 브랜딩·유통 역량을 드라마·엔터 등 IP를 기반으로 한 산업에 고스란히 접목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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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빅텐츠

기대 이하 성장, 연간 드라마 1편 제작에 그쳐

그러나 빅텐츠는 F&F에 인수된 후 예상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국내 드라마 시장 업황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지난해와 올해 빅텐츠가 제작해 방영한 드라마는 각 한 편에 그쳤다. 이 여파로 빅텐츠의 올 반기 매출도 8억원으로 급감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9.7% 감소한 수치다.

그사이 조 대표가 갖고 있던 잔여 지분 매각이 이어졌다. F&F는 지난해 빅텐츠가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면서 최대주주로서 올해 8월까지 1년간 주식 매각을 제한하는 보호예수를 설정했는데 기간이 끝나자마자 조 대표 지분과 함께 통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빅텐츠 주가는 9월 초 1만1,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경영권 변경 소문이 돌며 매매계약 체결 전날 29% 넘게 올랐고 체결 당일에도 17% 상승해 2만1,100원(종가)까지 올랐다. 2일 기준 빅텐츠 주가는 8.40% 상승한 2만1,950원으로 마감했다.

F&F 측은 빅텐츠 지분 매각과 관련해 “드라마와 음악으로 이원화됐던 콘텐츠 사업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음악 위주로 전개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교적 순항 중인 엔터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F&F엔터는 올 반기 매출 14억원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55억원을 기록하는 등 기대 이하의 재무 성과를 내고 있으나, 올해 초 SBS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티켓’을 통해 데뷔시킨 유니스의 성장 잠재력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또 F&F엔터는 내년 초 남자 아이돌도 데뷔시킬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달 SBS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리그’를 방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