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IPO 연기에 우리은행 차익 실현도 차질, 3수 전망도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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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IPO 철회, 기업가치 고평가·수요예측 부진 발목
케뱅 2대 주주 우리殷, 올해 간주처분이익 실현 어려워
M&A 통한 염가매수차익도 '부당대출'로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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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이후 사업 계획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케이뱅크

올해 상장 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를 철회하면서 케이뱅크의 2대 주주인 우리은행도 기대했던 매출을 올릴 수 없게 됐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IPO 성공 시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도 최대 2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여기에 상장 직후 바로 매도 가능한 구주(기존 주주 지분)도 800억~1,000억원에 달했으나 상장 연기와 함께 기대감도 꺾인 모습이다.

케뱅 상장연기, 올해 우리금융 일회성 이익 실현 불가능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달 말에 예정됐던 IPO를 내년으로 미뤘다. 상장 재수에 도전했지만 또 실패한 것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에도 상장에 도전했지만 철회한 바 있다. 희망공모가 범위를 너무 높게 잡다 보니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더구나 상장 시 시장에 내놓는 물량 중 구주매출이 절반 이상인 점도 흥행을 반감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이 얻을 일회성 이익 시기도 미뤄졌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IPO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최대 200억원가량의 당기순이익 증가를 기대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케이뱅크 지분 11.96%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로, 케이뱅크가 계획대로 4,100만 주 규모의 신주를 발행할 경우 우리은행의 지분율은 10.78%로 하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분율 감소에 따른 이익(간주 처분 이익)이 발생한다. 케이뱅크의 신주 발행으로 총자본이 커지는 만큼 우리은행의 지분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21년 케이뱅크가 1조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했을 때도 우리은행은 700억원의 회계상 간주 처분 이익을 거둔 바 있다.

우리은행의 간주 처분 이익은 케이뱅크 희망 공모가 밴드(9,500~1만2,000원)로 단순 계산하면 165억~276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후 세율 26.4%의 법인세 부담을 제외하고 나면 케이뱅크 상장에 따른 올해 당기순이익 상승분은 최종 121억~203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연간 2조~3조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은행 입장에서 큰 금액은 아니지만, 우리은행은 올해 은행권 당기순이익 1위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백억원 차이로 당기순이익 순위가 갈리기 때문이다.

염가매수차익 실현도 먹구름

케이뱅크의 IPO 철회와 함께 구주 매출에 기대감도 당분간 사라지게 됐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IPO 이후 1.98%(약 824만 주)를 곧바로 매각할 수 있었다. 희망 공모가 밴드를 적용하면 782억~988억원의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나머지 지분 8.97%는 6개월 동안 매각할 수 없는데 시세 차익으로는 371억~577억원가량이다. 당장 구주를 매각할 순 없지만 순차적인 매각을 통해 당기순이익을 최대 577억원까지 늘릴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케이뱅크 IPO 무산으로 우리은행은 최대 7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놓치게 됐다.

M&A(인수합병)를 통해 얻을 염가매수차익 실현도 불투명해졌다. 염가매수차익은 A기업이 B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지불한 가격이 B기업의 순자산(자기자본) 공정가치보다 더 낮을 때 A기업이 얻는 회계상 이익을 말한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8월 동양·ABL생명을 1조5,500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으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업계는 최대 9,000억원의 염가매수차익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 6월 말 기준 동양생명의 지분 75.34%에 해당하는 순자산과 ABL생명의 자기자본 총합은 약 2조4,400억원으로, 지불한 금액 대비 9,000억원가량 적다. 염가매수차익이 실현되면 우리금융은 하나금융을 제치고 금융지주 순익 3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염가매수차익 실현에 먹구름이 드리운 이유는 금융당국이 M&A 인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을 품기 직전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에 부당한 방식으로 대출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임기 중인 올해에도 부당대출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상가상으로 우리금융 경영진이 사건 정황을 발견한 이후 금융당국에 늦장 보고했다는 비판마저 나왔다.

결국 우리금융이 기관 제재를 받으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제재가 확정되기까진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국이 그 전에 인가를 내줄 확률도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부당대출과 같은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제재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M&A 인가를 주기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이 인수 확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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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우리금융지주 사옥/사진=우리금융지주

내년 IPO 성공도 장담 못 해

케이뱅크는 공모구조 등을 개선해 내년 초 상장 작업을 재개한다는 계획이지만, 상장을 재개해도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부터 업비트에 지불할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난 탓에 순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 하반기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성장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만약 내년 상장 시 이번 희망공모가 9,500~1만2,000원보다 낮게 설정되면 우리금융이 거둘 간주처분이익도 줄어들게 된다.

우리은행이 당장 이익을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있지만 이 역시 단순하지 않다. 케이뱅크 구주매출에 우리은행이 참여하면 대규모 차익을 얻을 수 있으나 시장에선 우리은행이 구주매출을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기존 주주들 가운데 이번 상장에 보유 주식을 내놓은 곳은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 2021년 증자 당시 참여한 투자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주매출을 하지 않으면 상장 이후에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IPO 이후 케이뱅크의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케이뱅크의 공모가 하한선으로 따져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82배로 카카오뱅크(1.62배)보다 이미 높다. 더구나 KB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 주식을 늦게 처분한 것으로 고려하면 우리은행도 케이뱅크 주식을 매도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가 상장한 후 약 1년 만에 일부 주식을 처분했다. 시간이 지나면 주가는 더 내려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법상 타 회사 지분을 10% 초과해 보유할 수 없는 우리은행은 전략적 협업을 내세워 당국으로부터 예외 사례로 인정받아, 차익 시현을 이유로 쉽게 지분 매각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IPO 진행과정에서도 구주매출에 참여하지 않은 걸 보면 당장의 차익 시현이 급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최근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BIS 보통주 자본비율 하락폭은 미미해 케이뱅크의 지분을 팔아 자금 확보를 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도 “내년 초 있을 케이뱅크 IPO 성과와 우리금융 비은행 자회사들의 시장 정착 및 안정화 여부 등에 따라 지분 처분을 고려하는 등 전략이 급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