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태영건설, 거래 재개 첫날 급등 “경영 정상화 탄력 붙나”
한국거래소, '태영건설 상장 유지' 결정
자본잠식 해소, 감사의견 '적정'
자산매각·주식거래 재개 모두 ‘순항’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진행하고 있는 태영건설의 경영 정상화 작업에 탄력이 붙었다. 알짜 보유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한 데 이어 주식시장 거래까지 재개됐다. 자본잠식으로 거래가 정지된 지 7개월 만이다. 태영건설은 앞으로 적극적인 수주 활동 등을 통해 사업 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태영건설, 7개월 만에 주식거래 재개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부터 거래가 재개된 태영건설의 주식은 오전 9시 40분 기준 5,81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 거래일 대비 23.62%가 올랐다. 기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워크아웃 신청 과정에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워크아웃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자산손상 및 추가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면서다. 이에 2023년 재무제표 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감사보고서 감사의견 미달, 완전자본잠식 등 2가지 사유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태영건설은 상장폐지 사유 해소를 위해 기업개선 계획서를 제출해 2025년 4월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 올해 무담보 채권자 출자전환, 지주사의 영구채 발행 등으로 자본을 확충하면서 상반기 말 기준 자본잠식 상태도 벗어났다. 또 지난달 27일 재감사를 통해 2023년 감사보고서에 대한 ‘적정’ 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 2개를 모두 해소했다. 거래소에 주식거래 재개를 위한 심사 자료를 제출했고 지난 23일 거래소로부터 심의대상 적격 판정을 받고 일주일 만에 거래 재개 승인을 받았다.
에코비트·여의도 사옥 매각 등 유동성 확보 고삐
그간 태영건설은 건설 경기가 아직 부진함에도 보유 자산을 빠르게 매각하고 기존 사업장의 분양과 입주, 부동산 PF 사업장 준공 등을 통해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계획을 이행해 왔다. 태영그룹은 산업은행과 기업개선 계획을 위한 이행약정(MOU)을 맺은 직후 자산매각에 나섰고, 지난 8월 폐기물 처리회사인 에코비트 지분 전량을 2조700억원에 매각하는 대형 딜도 성사했다. 이 중 태영그룹 몫은 지분구조상 절반인 1조350억원이다.
이를 통해 태영건설은 재무 부담을 대거 덜어냈다. 이어 태영인더스트리, 평택싸이로 등을 정리했고 블루원 소유의 골프장 디아너스CC 등 보유 부동산도 매각했다. 그 결과 태영건설은 상반기 별도기준 자산총계 자산 총계 2조7,556억원, 부채 총계 2조3,508억원, 자본 총계 4,048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자본 총계가 –5,617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6개월여 만에 경영 정상화 기반을 다진 셈이다.
하반기 들어서는 서울 중구 세운5구역 재개발 사업지분 및 시공권을 GS건설에 넘겼고, 여의도 본사 사옥인 태영빌딩도 SK디앤디의 자산운용사가 설립한 CR리츠에 2,251억원에 매각했다. 태영건설은 사옥 토지 및 건물을 담보로 1,900억원의 자금을 차입한 상황이라 이를 상환한 이후 잔액을 쥐게 된다. 최근에는 부품 제조회사 오트로닉에 루나엑스CC도 넘겼다. 여기에 테이크호텔 광명 등 남은 자산 처분 작업도 진행 중이다.
워크아웃 신청 1년 만에 성과, 조기졸업 가능성도
업계에서는 잇따른 자산 매각과 주식 거래 재개로 태영건설의 재무적 구조조정이 사실상 완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무건전성 회복에 속도가 붙으면서 신용등급도 회복된 상태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태영건설에 대해 종전 ‘CCC’ 등급에서 ‘BBB-’로 상향 조정했다.
워크아웃 개시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복귀하면서 주식 거래가 재개된 만큼, 각종 수주 및 영업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문가들은 시장 신뢰가 향후 자금 조달에서 유리하게 작용해 경영 정상화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이제 굵직한 계열사나 보유자산 매각은 거의 다 진행됐다. 아무래도 시장에서 관심 있는 우량자산, 매물들이라 경기 영향을 덜 받은 거라고 본다”며 “3년 약정기간 기업개선계획을 잘 이행해 지속적으로 기업 정상화를 위한 성과를 내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