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셧다운’에 평택 아파트값 휘청, 반등 호재도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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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 못 면하는 수도권 아파트
삼성전자 부진 따라 고덕신도시도 먹구름
평택 아파트 7곳 중 6곳은 청약 미달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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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와 매수 심리 위축이 심해지자 경매시장에서 인기 투자처인 수도권 아파트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70%대인 사례도 속출하는 모양새다.

평택 아파트 낙찰가율, 불과 77.7%

11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아파트 낙찰가율은 87.4%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경기 용인 처인구 마평동 A아파트 전용 84㎡는 최근 감정가 2억6,200만원의 73.6%인 1억9,200만원에 팔렸고, 남양주 화도읍 B아파트 84㎡는 지난달 2억3,900만원에 매각됐다. 낙찰가율은 71.6%에 머물렀다. 두 곳 모두 경기 낙찰가율 평균(87.4%)을 밑도는 가격이다.

입지가 좋은 새 아파트도 예외가 아니다. 평택 내에서 주거 선호도가 높은 고덕국제신도시 C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28일 감정가(6억4,500만원)의 77.7%인 5억1,000만원에 팔렸다. 한때 최고가가 7억2,000여만원(2022년 1월)이었던 물건이다. 이처럼 낙찰가율이 내리는 추세지만 여러 차례 유찰된 물건은 시중 급매보다 저렴한 만큼, 저가 매수세가 계속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의정부 장암동 D아파트 전용 42㎡는 지난 6일 감정가(2억1,800만원)의 73.4%인 1억6,000만원에 매각됐는데, 응찰자만 40여 명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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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시 죽백동 우미린레이크파크/사진=네이버 부동산

삼성 후광 약해지자 평택 집값도 줄하락

원래 수도권 아파트는 경매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꼽혀 입찰 경쟁률과 낙찰가율이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올해 9월부터 시중은행이 대출 규모를 줄이는 등 시장 여건이 악화하자 수도권 일대 아파트도 매수세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특히 평택시의 경우 대출 규제에 더해 삼성전자의 부진이 악재로 작용했다. 그간 평택 경제를 뒷받침하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리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돈줄도 막힌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P2, P3 공장의 파운드리 생산 설비를 30% 이상 셧다운한 데 이어, 올해 연말까지 이 비율을 50%까지 늘릴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엔비디아, AMD, 퀄컴 등 대형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해 3분기 조단위 적자를 내는 바람에 원가 절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낮아지자 평택 집값도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분양한 평택시 아파트 7곳 중 한 곳을 빼곤 모두 청약에서 미달을 기록하며 처참한 성적을 보였다. 미분양 물량도 경기도 내에서 가장 많다.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 지역에서 집값 폭락 이후 회복세를 보이는 곳이 늘고 있는 추세지만 평택만은 예외인 셈이다.

죽백동 우미린레이크파크의 경우 2021년 10월만 해도 84㎡ 매물이 6억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8월 3억9,0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 호가도 시세와 비슷한 3억8,000만원~4억 초반에 형성돼 있다. 고덕동의 고덕파라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84㎡가 올해 8월 6억9,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2021년 11월 9억6,000만원 대비 30% 하락한 금액이다. 평택시는 부동산 폭등기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GTX 등 갖가지 호재로 갭투자와 투기 수요가 몰렸던 곳이지만, 현재는 평택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고덕신도시 아파트조차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호재에도 미동 없는 거제 부동산 시장

문제는 앞으로도 평택 집값이 오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첫손에 꼽는 이유는 공급 과잉이다. 평택에는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공급 물량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연간 적정 물량을 뛰어넘어 내년까지 1만3,000여 가구가 예정돼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미분양 적체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집값 상승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한 전문가들은 향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반등에 성공한다고 해도 주변 집값까지 덩달아 반등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거제도 부동산 시장이 그 근거다. 조선업이 호황일 당시 고공행진하던 거제도 집값은 조선사들의 실적 부진과 함께 추락한 상태다. 최근 들어 조선업 수주 물량이 늘고,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되는 등 호재가 발생하고 있으나, 부동산 시장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거제 아주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외지인이 들어오다 보니 현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정도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나 아파트 시장은 급매도 문의가 거의 없다”며 “부동산 경기 좋았을 때 투자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뒀던 다주택자가 급매로라도 처분하고 싶어서 내놓고는 있지만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고현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거제에서도 제일 좋은 아파트로 꼽히는 게 e편한세상거제유로아일랜드하고 e편한세상거제유로스카이인데 유로아일랜드는 아직도 100가구 정도가 비어 있다”면서 “조선업 호황 소식이 들렸을 때 기대감을 가지고 샀던 사람들이 감당하기가 어려워지자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를 감수하고서라도 내놓고 있지만 아파트에 사람이 안 들어오니 상가에 입점하려는 수요도 없다”고 전했다. 실제 2014년까지만 해도 16만8,000명에 달했던 현장 인력은 2021년쯤 절반 가까이 줄었다. 노동 강도가 세고 위험이 큰 데도 임금을 동결하는 등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자 주요 인력들이 다른 사업장으로 빠져나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