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값이 금값”, 치솟는 과일 가격 여파에 생산자물가 2개월 연속 오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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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생산자물가지수 121.80
감귤 값 전월 대비 48.8% 급등
정부, 수입 관세 인하로 물가 안정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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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맞아 수요 증가를 기록한 과실류를 중심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생산자물가지수가 2개월 연속 상승세를 거듭했다. 특히 겨울철 대표 제철 과일로 꼽히는 귤과 사과 등이 모두 큰 폭의 상승세를 그리자 정부와 기업들은 대규모 수입 과일 유통으로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신선식품 가격 상승률 10%로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1.80으로 전월(121.19) 대비 0.5%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석 달 만에 반등에 성공한 후 두 달 연속 오름세를 거듭한 결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는 1.3% 오른 수준이다.

품목별 전월 대비 등락률에서는 농림수산품이 3.8% 상승하며 전체 생산자물가지수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축산물은 1.3% 내렸지만, 농산물과 수산물이 각각 8.3%, 0.2% 오르면서다. 농산물 중에서는 감귤 값이 48.8%로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그렸고, 지난해 4분기부터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사과는 7.5% 상승했다. 사과의 경우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115.4%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과실류의 가파른 가격 상승 여파에 신선식품 가격 상승률은 10.0%를 기록, 지난해 12월(13.9%)에 이어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유지했다. 지난해 봄 이상기온으로 인한 출하량 감소가 설 명절로 인한 수요 증가와 맞물리며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한은의 성명이다. 유성욱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지난해 전반적인 작황 부진으로 사과 등의 생산이 대폭 줄었다”며 “사과나 배 등 상대적으로 장기 보관이 가능한 품목들의 저장 물량이 많지 않아 가격이 오르면서 제철 과일인 귤 등의 대체 수요 증가로 이어졌고, 그 결과 모든 과실류의 가격이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공산품은 0.1% 올랐다. 제1차 금속제품(-1.0%)과 음식료품(-0.3%) 등이 내렸지만, 석탄 및 석유제품(0.5%)과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0.9%) 등이 오른 탓이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정보통신 및 방송 서비스(1.6%), 사업 지원 서비스(1.1%), 부동산 서비스(0.2%) 등이 일제히 오르며 전월 대비 0.6%의 상승 폭을 나타냈다. 세부 품목 가운데선 D램 반도체(17.0%), 산업용 도시가스(10.0%) 등 가파른 오름세를 그렸고, 철강 절단품(-6.5%)과 돼지고기(-4.0%) 등은 하락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수입품까지 포함한 가격 변동치를 나타낸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과 비교해서는 0.5% 상승했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는 1.4% 떨어졌다. 원재료(-1.5%)가 소폭 하락한 가운데, 중간재(0.6%)와 최종재(0.8%)가 오르며 원재료 하락분을 모두 상쇄했다. 국내 출하 제외 및 수출 포함 총산출 기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나타낸 총산출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올랐다.

검역 등 현장 상황 반영 미비한 관세 인하 조치, “물가 안정 효과 제한적”

명절 직전 사과와 배 계약재배 및 농협 물량 7만4,000톤(t)을 공급하는 등 대대적인 농산물 수급 안정 대책을 펼쳤던 정부는 이후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관세 면제와 인하, 저율관세할당 도입 방침을 밝히며 물가 안정을 위한 수입 농산물 유통 확대를 선언했다. 정부는 총 1,351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고 수준의 관세 지원을 통해 갈수록 치솟는 국산 농산물의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비교적 이른 시일 내 효과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설 명절 연휴를 기점으로 수입 과일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다. GS리테일 산하 기업형 슈퍼마켓 GS더프레시에 따르면 이달 13일과 14일 수입 과일 매출은 일주일 전(6일~7일)과 비교해 약 31.4% 증가했다. 오렌지가 168.5%로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했고, 포도(102.6%)와 파인애플(70.0%) 등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GS더프레시 관계자는 “사과와 배 등 국내 과일 가격이 치솟은 상황에서 색다른 수입 과일을 찾는 수요가 맞물리며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관세 면제 또는 인하 혜택이 특정 품목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검역 과정이 까다로운 사과나 배 등은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여타 과일의 수입 확대에도 가격 안정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사과의 경우 수입을 위해서는 8단계의 검역을 거쳐야 한다. 잎이나 줄기, 꽃, 열매가 불에 타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변하는 ‘과수화상병’이나 껍질에 검은색 반점을 만들고 과육을 갈변시키는 ‘탄저병’ 등이 국내에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해외에서 생산된 사과가 8단계의 검역을 통과해 국내 소매 시장에 풀리기까지는 최소 4~5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사실상 수입이 불가능하거나, 수입되더라도 상품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설 대목 직전에 정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농산물 공급 물량을 대폭 확대하면서 가격이 조금 떨어지기도 했지만, 물량이 소진되자마자 곧바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애당초 작년 생산량이 적었던 만큼 올해 과일이 생산되는 가을까지 높은 가격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