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높은 물가만이 위험 아니다”, 금리 인하 시점 저울질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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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 상원 은행위원회서 금리 인하 시그널 
"노동 시장 냉각 확인, 인플레이션 높이는 원천 아냐"
정책 억제력 늦게 줄이면 경제와 고용 약화 진단도
높아진 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한국은행도 신호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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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사진=연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고금리를 너무 오랜 기간 유지하면 경제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려면 앞으로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지속할 수 있다는 경제 지표가 더 나와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이날 뉴욕증시는 다시 한번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리 인하 임박했나, 파월 의장 “고금리 오래 유지하면 경제 위태”

파월 의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반기 연례 연설에서 “정책 억제력을 너무 늦게 또는 너무 적게 줄이면 경제 활동과 고용이 과도하게 약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연 5.25~5.5%의 높은 기준금리를 너무 늦게 혹은 적게 인하할 경우 자칫하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의 둔화를 우회적으로 우려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노동시장을 냉각시키는 데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 상승만이 우리가 직면한 유일한 위험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책 입안자들은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와 관련한 시장의 섣부른 기대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또한 이날 의원들로부터 연준의 은행들에 대한 규제안인 소위 ‘바젤 III 엔드게임’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파월 의장은 “일정 기간 수정된 제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 이사회 구성원들의 강력한 견해”라며 의견 수렴 기간이 60일 정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규제안은 지난해 연준과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금융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보유해야 하는 자본을 대형 은행 기준으로 기존보다 평균 16% 이상 인상하는 안을 담았다. 그러나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과도한 규제라며 철회 요구가 빗발치자 5% 이상 인상으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파월 의장 발언 직후 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4.13포인트(0.07%) 오른 5,576.98,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5.55포인트(0.14%) 상승한 18,429.29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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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별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 동향/출처=트레이딩이코노믹스

美 노동시장 식고 있다, 9월 금리인하 기대감 상승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고용지표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와 더욱 주목된다.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전월 21만8,000명 대비 둔화하며 20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12개월간 평균 증가폭인 22만 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노동시장에 초과 수요가 생길 경우 이는 고스란히 물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처럼 노동시장이 식고 있다는 지표는 연준의 금리인하와 관련해 긍정적 신호로 작용한다.

더욱이 미국의 노동시장은 당초 예상한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식어가고 있다. 실제 이보다 앞선 4~5월의 고용지표도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4월 고용 증가 폭은 16만5,000명에서 10만8,000명으로, 5월 고용 증가 폭은 27만2,000명에서 21만8,000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4~5월을 합산한 하향 조정 폭은 무려 11만1,000명에 달한다.

6월 실업률도 5월 4.0%에서 소폭 상승한 4.1%를 나타내 지난 2021년 11월(4.1%)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역시 4월(3.4%)보다 0.1%p 낮은 전년 동월 대비 3.3%를 나타내며 두 달 연속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오는 11일(현지시간) 6월 CPI 상승률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3.1%로 석 달 연속 둔화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이에 앞서 인플레이션 둔화세 지속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고, 특히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 온 만큼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FFR)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가능성을 71.0%로 점쳤다.

한국은행 금리 인하, ‘환율’ 가장 큰 고민

이에 따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게 됐다. 특히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2%대를 기록하면서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하며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한 3월 3.1% 상승 후 4월 2.9%, 5월 2.7% 등 석 달 연속 2%대이자, 상승폭이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다. 이창용 총재는 5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트렌드가 잘 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역대 최대로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와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대출은 금리 인하를 제한하는 요소다. 한미 금리 격차는 2.0%p고, 가계대출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기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상반기에만 16조1,629억원 증가했다.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금리 인하 기대를 꺾는 요인이다. 환율 변동성 문제는 금통위 통화 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정할 때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한은은 최근 달러화 강세로 인해 변동성이 커진 외환시장에 주목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원·달러 환율은 4월 16일 장중 1,400원대를 기록한 이후 1,350원대까지 내려갔지만, 다시 상승하면서 현재 1,380원대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점은 한은의 고민거리다.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미 금리 역전차가 확대되면서 현재 1,300원 후반대인 환율이 외환위기 수준인 1,400원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은은 통화정책과 관련해 최근 디스인플레이션 흐름과 성장, 금융안정 간의 상충관계를 충분히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