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M&A·펀드레이징 추진하는 큐텐그룹, 환불 지연 사태 해결책 될까
큐텐그룹, 티메프 사태 수습 위해 자금 모집 나서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 영향 불가피 전망
구영배 큐텐 대표 “티메프와 무관”, 선 긋기 총력
큐텐이 계열사 티몬·위메프의 정산·환불 지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펀드레이징에 나선다. 일부 재무적투자자(FI)가 펀딩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사태를 수습할 정도의 펀딩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전날 지분매각 의사를 밝힌 가운데 원매자의 관심을 끌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큐텐 일부 재무적투자자, 펀딩 검토 착수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큐텐의 일부 FI가 펀딩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FI 가운데 큐텐 펀딩에 의사를 가진 곳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확정된 사안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귀띔했다. 큐텐의 펀딩은 티몬·위메프의 정산·환불 지연 사태로 인한 그룹 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전날 구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인수합병(M&A)과 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에게 미정산한 판매대금 규모는 최소 1,7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6월과 7월 미정산 판매대금도 합산할 경우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큐텐은 최근 금융당국에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통해 오는 8월 중 5,000만 달러(약 700억원)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미정산금 문제 해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큐텐의 자금조달 가능성에 시선이 모이는 가운데 펀딩을 두고 FI들의 셈법도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큐텐의 주주 명부에 따르면 보통주 기준 1대 주주는 구영배 대표(53.77%), 2대 주주는 몬스터홀딩스(MONSTER HOLDINGS LP, 32.24%)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큐텐의 현재 일부 주주가 과거 티몬의 주주 현황과 같다는 점이다. 2대 주주인 몬스터홀딩스의 경우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과거 티몬의 대주주였다. 큐텐 지분 0.50%를 갖고 있는 NHN(NHN CORPORATION) 역시 과거 티몬의 지분 1.28%를 보유한 주주였다.
글로벌 투자사도 큐텐 주식을 취득하며 선제적인 투자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최대주주인 몬스터홀딩스의 뿌리가 사모펀드일 뿐만 아니라 현재 큐텐의 3대 주주는 글로벌 자산 및 펀드 솔루션 회사인 제드라(ZEDRA TRUST COMPANY SINGAPORE LIMITED, 10.68%)다. 제드라는 소규모 금융 및 투자 회사를 인수하거나 유망 펀드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 물류 대기업인 YCH 그룹의 물류 벤처 투자사 SUPPLY CHAIN ANGELS PTE(0.02%)를 비롯해 글로벌 투자사 KKR MONSTER AGGREGATOR(0.51%), AEP-TIGER(0.51%)도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큐텐그룹 존속 불확실, 지분 매각도 난항
큐텐과 이해관계가 얽힌 FI로는 메티스톤에쿼티파트너스, KKR, 앵커에쿼티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코스톤아시아 등이 있다. 이들은 지분교환 및 채권투자 등으로 큐텐홀딩스 주주 및 투자자로 합류했는데, 주주가 된 배경이 상이한 만큼 FI별 입장도 제각각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KR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티몬 M&A 과정에서 큐텐의 보통주를 받았다. 이들은 큐텐 보통주 기준 2대주주(25.65%)다. 위메프 주주였던 IMM인베스트먼트는 M&A 과정에서 채권자로 합류했다.
또 다른 PEF 운용사 메티스톤은 큐텐의 우선주 지분율 41.57%를 확보하며 주요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코스톤아시아는 2020년 말 큐텐이 발행한 3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하면서 주요 투자자가 됐다. 이 EB는 큐텐홀딩스 주식 및 물류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주식으로 교환 가능하다. 이들 중 일부 FI는 큐텐 이사회에 참여하며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박규헌 메티스톤 대표, 박용진 코스톤아시아 상무, 윤원기 IMM인베스트먼트 전무 등이다. 큐익스프레스에도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와 캑터스PE, PA얼라이언스 등의 FI가 투자했다.
이들 FI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이커머스 업황 자체가 중국계의 등장으로 출혈 경쟁이 이어져 수익성이나 건전성을 담보할 수 없고, 이로 인해 IPO(기업공개) 부문의 투자심리도 악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로 큐텐그룹의 존속마저 불확실해졌다. 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에 따라 펀딩 참여 여부가 상이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업황 때문에 FI의 대규모 펀딩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분매각에도 난항이 예고된다. 큐텐은 이번 사태를 차치하더라도 재무 사정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큐텐은 2021년 94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적자 경영을 이어왔고, 2019년, 2020년에도 각각 영업손실이 756억원, 1,168억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스닥 상장 물건너가나, 풍전등화 큐익스프레스
큐익스프레스의 상장 작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큐익스프레스는 물류사업을 영위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된다고 평가받지만, IPO에 나설 경우 모회사의 경영 상황이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큐텐은 올해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준비해 왔다. 큐텐이 이커머스 관련 사업을 확장하면 큐익스프레스가 이를 활용, 안정적인 물류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큐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게 평가받겠다는 복안이다. 큐텐이 티몬·위메프·인터파크쇼핑 등 복수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인수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큐텐은 복수의 FI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첫 투자는 2019년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받았다. 크레센도는 당시 큐익스프레스 우선주를 인수하는데 600억원을 투입, 이 투자로 큐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는 2,000억원 수준으로 급등했다. 2021년 코스톤아시아의 EB 인수에 이어 같은 해 캑터스PE도 500억원어치의 큐익스프레스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그 결과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3,000억원까지 상승했다.
복수의 FI로부터 자금을 조달했지만 연이은 M&A을 단행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다. 이때 활용한 것이 큐텐과 큐익스프레스 지분이다. 큐텐은 지난 2022년 티몬을 인수하며 현금 대신 큐텐 지분 일부와 큐익스프레스 지분으로 교환 가능한 EB를 교부했다. 콜버KKR, 앵커에쿼티파트너스, PS얼라이언스 컨소시엄이 주주로 합류한 것도 이 시점이다.
이듬해 진행된 위메프 M&A에도 같은 방식이 활용됐다. IMM인베스트먼트는 2019년 위메프에 1,200억원을 투자했는데, 큐텐이 위메프를 인수할 당시 투자금 대부분을 주식매매대금 채권으로 받았다. 당시 위메프 최대주주였던 원더홀딩스도 이때 큐텐 주주가 됐다. M&A 당시 기업가치가 하락해 투자금 손실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FI들이 큐익스프레스에 물린 자금만 5,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들은 아직 사채를 주식으로 교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싱가포르기업청(ACRA)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큐익스프레스의 주요주주는 큐텐(65.8%)과 구영배(29.3%)로 구성돼 있다. 나머지는 1% 이하의 지분만 보유하고 있다. 우선주는 크레센도가 퀸홀딩스(91.8%), 리벤델인베스트먼트(8.2%) 두 개의 펀드를 통해 전량 나눠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CB와 EB 물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파장이 큐텐 전체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위기감을 느낀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와 그룹 사이에 선을 긋고 있다. 28일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대신 마크 리 재무최고책임자(CFO)가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큐익스프레스 측은 “정산 지연 사안과 큐익스프레스의 비즈니스는 직접 관련이 없다”며 “지난해 기준 큐텐 계열사 크로스보더 물량은 전체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