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일하지 않는 난민들’ 취업 장려 위해 복지 줄이자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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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난민들 취업률 끌어올리려 2002년부터 지원금 삭감 정책 추진
저숙련 노동력 수요에 따라 지역별로 정책 효과 크게 갈려
가구별 가처분 소득 줄자 범죄율 늘고 교육 수준 떨어지기도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세계 곳곳이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각국이 난민들의 노동시장 참여를 위해 복지 혜택을 제한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결과적으로 정책 시행 초기엔 취업 의사를 대폭 늘리는 데 기여했지만, 저숙련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적은 지역 등에선 고용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난민들의 자녀 교육과 노동 시장 내 성과, 범죄율 등 관련 지표엔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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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덴마크, 난민 지원금 삭감 단행

전 세계적으로 이민자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반(反)이민 정서가 퍼지는 가운데 많은 정부는 자국에 입국한 난민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오기 위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이들이 채택한 방법 중 하나는 난민들에 대한 복지 혜택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실제로 고용과 이들의 소득, 노동시장 참여율 등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 일각에선 노동시장에 편입될 생각이 없거나 노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에 놓여 있는 이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부모가정이나 비숙련 노동자 등이 우려의 주 대상이었다.

이에 크리스틴 더스트만(Christian Dustmann) 영국 UCL(University College London) 경제학과 교수와 라스 호이고르 안데르센(Lars Højsgaard Andersen)·라스무스 랜더소(Rasmus Landersø) 록울 재단(Rockwool Foundation) 연구교수는 덴마크 정부가 미취업 난민 이민자들에게 주던 현금 지원을 축소한 결과를 연구했다.

‘스타트 에이드(Start Aid)’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02년 7월 도입됐다. 덴마크 정부는 스타트 에이드에 대해 “덴마크에 사는 난민과 이민자들이 사회에 더 잘 통합되고 빨리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정책에 따라 덴마크에 거주하는 모든 난민에게 주던 지원금이 40% 삭감됐다. 정책 시행 직전 덴마크에 자리 잡은 이들과 정책 시행 이후 이민 온 이들은 지원금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두 그룹을 비교해 정책의 인과 관계를 추론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정책 도입 직후엔 이들의 평균 노동 소득과 고용율이 각각 두 배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지속적이지 못했다. 아래 왼쪽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5년이 지나자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양새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해당 정책이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난민들이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일자리 유형에 대한 수요가 보장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용주가 지불하는 임금보다 생산성이 낮을 가능성이 있는 저숙련 노동자들의 경우엔 일자리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덴마크처럼 고도로 자본주의화되고 평균 임금이 높은 선진국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이어 아래의 오른쪽 그래프는 노동 수요가 낮은 지역(회색 사각형)과 수요가 높은 지역(검은색 동그라미)의 고용률에 해당 정책이 미친 영향을 분석했는데, 저수요 지역에선 1년이 지나자 고용 효과가 사라진 반면 고수요 지역에선 5년에 걸쳐 상당한 효과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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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도입 이후 기간별 고용률의 변화(좌), 저숙련 노동 수요에 따라 구분한 지역별 정책 효과(우)/출처=CEPR

저숙련 노동 수요 적은 지역에선 정책 효과 미미

연구진은 각 지역의 노동 수요 상황이 난민들의 고용률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봤다. 노동 수요가 적은 지역에선 지원금 삭감 정책 이후 불안정한 저질 일자리의 고용이 늘어난 반면 수요가 많았던 지역에선 양질의 일자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노동 고수요 지역에선 정책 도입 후 5년간 난민들의 평균 노동 소득이 거의 40% 증가했고, 공공 지출은 60% 줄었다. 반면 저수요 지역에선 노동 소득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을뿐더러 공공 지출도 눈에 띄게 감소하진 않았다.

이번 연구는 정책 도입의 효과가 지역의 노동 수요에 상당 부분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을 직접적인 인과관계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이는 난민을 여러 지역에 균등하게 거주시키는 정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는 지역에 이들을 보내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아래 그래프는 해당 정책이 자녀가 있는 가구의 평균 가처분 소득에 준 영향을 분석한 것이다. 정책 도입 이후 일부 성인 가구는 훨씬 더 빨리 고용됐지만 이런 경우는 전체 난민의 일부에 불과했다. 이를 제외한 양육 가정은 약 1,400달러(약 187만원)였던 평균 가처분 소득이 정책 도입 이후엔 800달러(약 107만원)로 줄었다. 소득이 미국의 빈곤 기준선(750달러, 약 100만원)에 필적하는 수준인 그룹의 비율도 정책 도입 전엔 0에 가까웠지만 지원금 감축 정책 이후엔 50% 수준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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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도입 시기 전후로 1인당 지원금 액수의 변화(좌), 가처분 소득의 변화(우)/출처=CEPR

전반적 가구 소득 감소, 범죄율 및 자녀 교육 수준 등에 악영향 미쳐

이처럼 가구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면 아이들을 포함한 가구 구성원들에게 예상외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범죄율, 자녀의 교육적 성취, 소득, 시험 점수, 언어 능력, 복지 등 여러 부문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아래 표는 정책 도입 직전 덴마크 거주 자격을 받은 이들과 정책 도입 후 덴마크에 안착한 이들을 비교한 것이다. 개혁 전, 개혁 후, 두 그룹의 차이 기준으로 (1)은 정착 1~5년 뒤 어른의 범죄율, (2)는 정착 1~5년 뒤 청소년의 범죄율, (3)은 학교 교육을 받는 년수, (4)는 정착 15~16년 이후의 소득(1,000달러·134만원 기준), (5)는 9학년 기준 전체 인구 평균 대비 시험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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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도입 전과 후, 두 시기의 차이를 각각 분석한 표/출처=CEPR

이를 보면 지원금을 줄인 것이 거의 모든 분야에 악영향을 줬음을 알 수 있다. 성인 난민의 경우엔 덴마크에 정착한 이듬해 범죄율이 부쩍 늘었는데, 대부분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치는 등의 생존형 범죄였다. 청소년 범죄율은 정책 도입 직후 즉각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폭 증가했다. 이 같은 부작용 문제의 선두엔 절도 및 폭력 범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정책 도입 첫 5년 사이 덴마크의 성인 및 청소년 범죄율은 각각 5%포인트, 12%포인트 올랐다.

정책 도입 시기 학교에 다니고 있던 그룹의 경우 상위 교육과정으로의 진입률이 떨어지면서 평균 학력이 6개월 줄었다. 여기엔 16~17세 청소년들이 가족 소득에 도움이 되기 위해 학업 대신 취업을 선택한 배경이 있다. 이처럼 아동들의 학력 수준이 떨어지면서 장기적으로는 노동 소득에도 큰 감소가 있었다.

이 모든 부작용들을 계산한 결과 지원금 감축 정책이 발효된 뒤 15~16년 사이 난민 가정별로 평균 12,000달러(약 1,600만원)의 수익 감소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필요한 지역에 해당 노동력을 공급한 효과에만 초점을 맞춘 단기 평가에선 분명한 효과를 보였다.

덴마크의 스타트 에이드 정책은 여전히 많은 나라들이 지향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이 목표가 부분적으로는 성과를 냈음에도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상당히 컸음을 보여준다. 또한 연구는 난민들처럼 노동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그룹을 위해선 보다 섬세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스타트 에이드는 분명 정책 초반엔 고용률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 그러나 저숙련 노동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지역에선 효과가 없었다. 결국 저숙련 노동자들이 일할 곳이 없다는 건 난민들을 노동시장으로 통합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는 노동 정책이 성공하려면 공급 인센티브와 수요 조건 사이 균형이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더욱이 복지 혜택을 줄여 노동시장 편입을 늘리려는 개혁은 아동들에게도 악영향을 줬다. 자녀 교육과 범죄율 등에 해당 정책이 미친 악영향은 장기적으로 난민들이 노동시장에 편입돼 발휘하는 긍정적 효과를 압도했다. 비단 이번 연구는 덴마크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지만, 연구 결과는 다른 맥락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할 듯하다.

원문의 저자는 크리스틴 더스트만(Christian Dustmann) 영국 UCL(University College London) 경제학과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Intended and unintended consequences of welfare cuts for refugee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