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방위비 분담 협정 서명, 2026년 분담금 8.3%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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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앞두고 양국 관계 부정적 영향 최소화
물가 상승률 연동, 연간 증가율 상한선 재도입
韓 국회 비준 동의 절차 위해 조속히 국회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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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4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서명하고 있다/사진=외교부

한국과 미국이 오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한국이 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는 ‘제12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서명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양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에 협상을 시작해 단기간에 협상을 마무리했다. 다만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경제 규모나 재정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일본, 독일 등에 비교해 높은 수준인 데다 1조원이 넘는 미집행액이 있는 상황에서 증액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4월 공식 협의 착수, 8차례 협의 끝에 합의

4일 외교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제12차 한미 SMA에 서명했다. 이날 국방부 국제정책관과 주한미군사령부 기획참모부장 간 해당 협정의 ‘이행약정’에 대한 서명도 이어 진행됐다. 서명된 협정은 국내 마지막 남은 절차인 국회 비준 동의를 위해 조속한 시일 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 비준을 거쳐야 정식 발효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SMA는 의회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는 행정 협정으로 분류된다.

한·미 양국은 지난 4월 공식 협의를 시작한 이후 약 5개월간 8차례에 걸친 협의 끝에 협정 본문과 이행 약정에 최종 합의했다. 협정은 2026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오른 1조5,192억원으로 정했다. 또 2030년까지 매년 분담금을 올릴 때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하고 연간 증가율 상한선을 재도입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이번 협정을 통해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제공하고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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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은 머니 머신, 100억 달러 받을 것”

이번 제12차 협상은 현행 협정의 만료 기간이 2년 가까이 남은 상태에서 한·미 정부는 이례적으로 조기에 협상을 시작해 단기간에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방위비 분담 문제가 양국 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즉, 5일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하면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대폭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바이든 정부와 맺은 협정을 깨고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집권하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를 지출하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선거 과정에서도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말하는 등 선거운동 내내 방위비 대폭 인상을 거론해 왔다. 연간 100억 달러는 한국이 2026년 지불하기로 한 액수의 9배 가까운 금액이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인 2019년부터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파행을 거듭했다. 2019년 9월 협상에서는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전년도 분담금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하면서 2020년 분담금이 결정되지 못했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한 2021년 분담금은 2020년 대비 13.9% 증가한 1조 1,833억 원으로 합의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와의 협상 결렬로 공백 상태였던 2020년 방위비 분담금은 2019년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하며 1조389억원을 지불했다.

韓 방위비 분담금 1991년 이후 15배 이상 증가

일각에서는 방위비 분담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주한 미군의 규모는 2만8,500명으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주로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군사시설, 탄약이나 정비 수송 등의 군수지원,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를 포함한다. 한국은 1991년부터 특별협정에 따라 분담금을 지불했는데 도입 이후 현재까지 15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등 한국의 경제 규모나 정부 재정 수준, 주둔 미군의 병력 규모를 따지면 대표적 미군 주둔 국가인 일본·독일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해에만 약 3조4,000억원을 주한미군에 직⋅간접 비용으로 지원했다. 지난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에서는 물가상승률이 아니라 국방비 인상률을 연동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는 다년도 협상을 체결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이 급증했고 실제로 2024년 분담금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현재 쌓여있는 미집행액도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정부는 2026년 분담금 인상률 8.3%의 근거로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 6.2%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증원 소요 △군사 건설 분야의 건설관리 비용 증액 상승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담금 연평균 증가율을 물가상승률로 합의했음에도 첫해 분담금은 최근 5년 간의 분담금 연평균 증가율을 적용했다. 또한 반복적인 미집행액과 불법 전용 문제에도 군사 건설 분야 비용을 또다시 증액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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