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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화폐는 바보들의 게임이다. 거품은 머잖아 터질 것이다' - 대중(大衆)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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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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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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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인터넷 커뮤니티 여론을 확인해봐주던 직원에게 전달 받은 내용 중엔

SIAI에서 가르친다는 AI 그거 별 거 없다. 비트코인 사기라고 그랬는데 지금 가격 봐라. 비트코인도 못 맞추는데 무슨 AI 가르칠 자격이 있나

라는 내용의 댓글도 있었다.

주변에 MBA에 강의들어가는 교수들을 만나보면 학생들이 수업 중에

이런 거 모르겠고, 그냥 내일 비트코인 가격 오르는지만 가르쳐 주세요

라는 학생들도 있어서 자기도 그럴 때 수업 분위기 맞춰줄 생각에 100만원 남짓을 넣어놨다는 우스개를 들은 적도 있다.

가상화폐는 바보들의 게임이다. 거품은 머잖아 터질 것이다

실제로 가상화폐 커뮤니티에 하루 종일 붙어있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상식 있는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위시한 가상화폐가 실체 없는 거품,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한 환상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최소한 위의 우스개를 나눈 교수들 모임에서는 그런 냉소의 시선이 공유되리라고 생각한다. CBDC라는 이름의 정부 발행 디지털 화폐는 살아남을지 몰라도, 실체 없는 가상화폐가 법정 화폐를 대체하려면 각 국 정부와 싸워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려면 계엄령 정도가 아니라 정부 전복이 일어나야 한다. 심지어 스테이블 코인도 직원 월급 주려면 하다못해 이자라도 벌어와야 할텐데, 수십억 달러의 자본을 가진 기관이 법정 화폐를 대체할 목적으로 뒤에서 버티고 있지 않는 이상, 신규 유입되는 투자자들에 의지해서 먹고사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에 지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역대급 코인 붕괴 왜 발생했나…루나 사태 A to Z | 한국경제). 참고로 법정 화폐를 유지하기 위해 각 국 정부는 막대한 비용을 쓴다. 실패한 나라들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기도 하고, 달러화 같은 기축 통화에 연동하면서 통화 정책의 독립성(화폐 발행 권력)을 포기해야 한다.

가상화폐에 투자하신 분들은 더 비싼 가격에 자기 상품을 팔아야 하니 코인 비관론자들에게 온갖 음해 공격을 뒤집어 씌울 것이다. 나 역시도 SIAI 설립 초기에 코인 투자자들이 모인 몇몇 커뮤니티들에서 온갖 사기 왜곡으로 엄청난 마녀 사냥을 당하다가 '너네 덕분에 SIAI가 홍보됐다, 고맙다'고 맞받아 치니까 그제서야 홍보해 줄 필요 없다, 아예 언급도 하지 마라는 식의 댓글들이 달렸다는 보고를 받기도 했었다. 최근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막후 실세인 일론 머스크가 코인 옹호론자라는 이유로 또 가격이 뛰던데, 그 분들이 미국 정부의 법정 화폐인 달러 패권을 약화시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진 않을 것이다. 그랬다가는 정부 부처들 뿐만 아니라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 사이에서도 말들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미국이 150년을 투자해서 쌓아올린 달러 패권에 생채기 내는 중국도 저렇게 두들기는데, 자국 대통령이 모험을 하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 둘까? 트럼프 대통령도 당선될 때까지는 코인 세력의 지지가 필요했을지 몰라도, 백악관에 들어가서까지 자기의 정치적 입지를 갉아먹는 선택을 해야할 이유가 없다.

오늘 본 기사에서 아래의 문구를 봤다. (출처: “트럼프發 인플레 피할 수 없어… 美 금리 상승할 것”)

가상 화폐는 바보들의 게임이다. 거품은 머잖아 터질 것이다

UC버클리 경제학과의 아이첸그린 교수님의 인터뷰 답변 중 한 구절인데, 내가 석사 시절에 계량경제학에서 시뮬레이션으로 넘어가지만 않았어도, 박사 가면서 경제학에서 금융수학으로 갈아타지만 않았어도, 아마 저 분 스타일의 경제학자가 됐지 않을까 싶은, 마음 속 깊은 곳의 지향점 같은 분이라 가끔 홈페이지에 요즘은 뭐하시는지 찾아보기도 하는 그런 분이다.

앞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민간' 가상화폐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심지어 지금보다 가격이 더 올라서 날 조롱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가격 문제를 넘어서, 수백조에 달하는 코인 사기로 전세계적인 이슈가 됐던 테라·루나 코인 발행 초기에 한국의 코인 투자자들이 간만 보다가 투자하기 시작했던 이유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협찬(“권도형 구금됐는데?”…MLB 경기장에 ‘테라’ 전면 광고 버젓이 게시) 들어가고 난 후 부터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분들이 믿는 '외부의 권위'라는 것이 고작 MLB같은 자기들이 들어본 '유명한 플랫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 경제 전문가들이 아니라 야구 협회가 코인 투자하는 기준이 된다니?

비트코인도 못 맞추는데 무슨 AI 가르칠 자격이 있나

한국 사회에서 인터넷 여론이라는 것이 저런 분들 수준의 사고력을 가진 분들로 형성된다면 나 같은 콘텐츠를 가진 사람들이 굳이 한국어로 대중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배포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런 분들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봤던 댓글 하나를 보고 한국어로 이런 콘텐츠 만드는 걸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었던 사건이 있다.

어느 모바일 야구 게임 관련 글이었는데, 간단히 소개된 글만 봐도 참 잘 만들었구나 싶었다. 게임 그래픽과 기능, 완성도 등을 보면서 기획서가 그려지고 얼마나 많은 인력이 붙었을까 머리 한 쪽이 계산을 하던 중에

X발, 게임 잘 만들면 뭐함? 영어라서 X 같아서 1분 만에 지웠음

라는 댓글을 보고, 원효대사 해골물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것이 대중이다.

MLB가 코인 투자를 믿고 할 수 있는 '외부의 권위'가 되고, 모바일 게임을 잘 만들어도 영어라서 욕하고 1분만에 지우고, 비논리적으로 움직이는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을 맞출 수 있어야 AI 가르칠 자격이 되고... 그간 이런 사고 방식의 사람들에게 수학, 통계학 도구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과학을 설명하고 있었으니...

어차피 한국 교육 수준과 우리 SIAI 교육간의 격차가 너무 커서 따라올 수 있는 한국인도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해할 수 있는 인력이라면 영어로 써 놨어도 언어적인 장벽을 스스로 넘겠지라는 생각도 들어서 SIAI Korea 운영을 접는데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었다. 예전에 '뭘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코딩은 배우냐, 코딩 알아야 되냐' 혹은 '코딩 잘 하면 AI도 코딩이니까 다 잘하는거 아니냐'는 깝깝한 인식으로 질문 하는 사례를 봐도 그렇고, 단순히 개발자용 코딩 수준을 넘어 AI/Data Science 학습에 언어가 장벽이 되는 사람들이 딱 저 게임 앱 지운 사람과 동질한 그룹의 인력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영어권에서 받는 문의 메일들은

  • 자기가 수학 박사 학위자인데 2년 학위 과정 중 수학 수업들 면제 받고 1년 만에 빨리 졸업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냐
  • 석사 학위를 STEM으로 하기는 했는데 수학을 많이 까먹은 상태여서 자신이 없다, 그래도 MBA 대신 MSc 도전해보고 싶은데 혹시 수학 공부를 더 시켜주는 학위 전 과정이 있거나, 추천해줄만한 과정이 있나
  • 기출 문제를 보니 응용력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커리큘럼인 것 같아서 상대적으로 수학 실력은 덜 중요할 것 같은데, 필요한 수학, 통계학 지식이 어느 정도인가

같은 질문들이다.

한국어로 받은 메일과 영어로 받은 메일에 담긴 질문자들의 이해도가 어느 정도 차이나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상화폐는 바보들의 게임이다? 한국에서 비트코인이 제일 흥행하는 이유

지난 2023년 12월, 블룸버그에서 아래의 기사가 났다. (한국어 사용자를 위해 번역된 뉴스1 기사 링크로 대체)

한국 원화 기반 코인 거래가 달러 기반 코인 거래보다 많단다.

지난 몇 년간 윤석열 정부가 '밸류업'이라고 대기업들에게 각종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강요했는데, 취지에는 백번 공감하고 나 역시도 실탄이 넉넉히 쌓이고 사회적 영향력이 더 생기면 행동주의 사모펀드를 직접 운영하면서 대기업 총수들의 전횡을 '금융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은 같지만, 한국 정부가 어떤 종류의 '밸류업' 정책을 내놔도 코인으로 넘어간 한국인 투자자들을 다시 한국 주식 시장으로 돌려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2006년 여름에 모 외국계 금융기관의 ELW 데스크에서 1달 남짓 인턴을 한 적이 있다. 콜/풋 옵션과 유사한 상품이지만 시장 진입 조건인 기초 자금1,500만원이 면제된 시장이었는데, 하루는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서 대신 전화를 받았다가 입에 담기도 힘든 험한 욕을 하면서 재직하던 회사가 팔았던 ELW 상품의 가격을 올려라고 소리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어지간한 상장사 IR부서는 그런 '욕받이' 담당 직원이 1~2명씩 있던데, 아마 그런 이유로 그 회사 ELW 팀에도 그런 담당자를 1명 고용했었나보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우연히 ELW 시장 자료를 찾던 중에 거래가 싹 사라졌길래 뭔 일이 있나 봤더니, 문제가 생기는 일이 많아서 콜/풋 옵션처럼 1,500만원 기초 자금 요건을 적용했더라. 시장 자체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기초 자금 1,500만원 미만인 투자자, 가격이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욕받이' 전화를 하는 투자자들만의 시장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분들이 '동전주', 혹은 멸칭으로 '짤짤이'라고 불리는 코스닥 소형주에 투자하다가 세력들 놀음에 줄줄이 돈을 잃던 중에 코인 시장이 딱 그 분들이 가진 아래의 선호를 맞춰줬다.

  •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 기업이 아니라 커뮤니티가 가격을 결정한다
  • 가격 변동폭이 매우 심해서 도박 심리를 잘 반영해준다

코인 시장이 실체 없는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그 분들의 힘은 '지식', '기술'이 아니라 '물량'으로 표현되는 '커뮤니티'다. 전세계 어디를 가나 인터넷 기반의 대중 문화가 고급 지식을 소비하기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겠지만, 한국이 비트코인 시장에서 인구 대비 저렇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에서 한국의 '물량', '커뮤니티'가 가진 성향과 규모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한국인은 들쥐 같다" 미군 발언 - 이 발언으로 국내에 반미 감정이 확산됐어야 '들쥐'가 아닐까, 대중이 자기 반성에 들어가야 '들쥐'가 아날까?)

'물량'이 중요한 정치권, 방송·연예계, 소비재 상품 영역(과 가상화폐 업계)에 계신 분들은 저런 성향에 맞춘 발언을 통해 지지를 구하는 것이 생존의 문제일 것이다. 그 분들은 누가 무슨 말을 하면 그 내용보다 그 사람이 '우리 편인가'가 중요하고, 그 내용이 '우리 편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인가', 그래서 그 사람이 '우리 편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자료로 쓴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쪽 업계에 계신 분들은 자기가 '끌어들이고 싶은' 지지 세력에게 맞춰 '발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식 가격을 끌어올리고 싶은 분들은 자사 주식, 자기가 투자한 주식이 특정 테마에서 '대장주'가 되도록 언론에 뿌리는 보도자료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주식 투자 커뮤니티에서 선동을 이끈다. 그런 선동으로 세력을 모을 수록 그 회사의 주식 시장 '체급'이 올라간다. 그런 선동, 세력 놀음은 도저히 못하겠고, 옳고 그름이 중요하다면 어쩔 수 없이 '물량'과 유리(遊離)된 영역에서 살아야 한다. 그러니 어용 학자를 제외한 연구직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중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SIAI는 그런 옳고 그름이 중요한 분들, 지식을 찾는 분들을 위한 곳이다. 설립 모토인 'Rerum cognoscere causas'는 '사물의 가장 근본 원인을 갈구하는 사람'을 뜻한다. '뭘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코딩 알아야 되냐'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아니라 'AI/Data Science 배우고 싶은데 대충 가르치는 곳 말고, 어려워도 제대로 가르치는 학교, 그래서 공부하고 나면 (학위증 1장이 아니라 실제로) 내 체급을 지식인으로 올려주는 학교, 그래서 하버드 같은 곳을 가고 싶지만 거긴 합격하기도 어렵고, 하버드는 아니어도 온라인으로라도 제대로 가르치는 학교'를 찾는 분들을 위한 곳이다.

마녀사냥을 당하던 시절에는 어떻게 대응해야할까는 고민도 많았는데, 몇 년간 사업하며 '들쥐'의 성향과 사고방식, 생각의 범위, 지식에 대한 접근 방식 등등을 뒤늦게나마 알게 됐고, 그들의 인식이 고작 MLB 협찬 수준의 '유명한 외부의 권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들의 판단 잣대는 '유명함?'이고 그 표현에는 '물량 있음?' 이 내재되어 있다. 대중은 그렇게 '물량'에 이끌려서 선동되고, 자기 힘으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2,3류 인재들이 모인 조직도 '초등학생도 알아듣는' 보고서를 써야 하는 조직은 망한다 에 정리된 기업 의사 결정 구도를 따른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런 걸 모르고 사업했었다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SIAIGIAI 조직 밑으로 넣고 SIAI Korea 사업부를 접는 것에 더해서 한국 회사마저도 GIAI 산하로 넣은 것도, 마녀 사냥 공격을 피하기 위한 방어 수단이다. 난 '물량'이 목적인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물량'을 빌려오고 고급 '콘텐츠'를 팔아 그들과 유리(遊離)되는 방법을 선택했다. 예전에 박사 연구실에 있던 브라질 동료가 자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서 도저히 자국민들의 선택을 이해 못 하겠다던데 그 친구더러

You will never be able to understand them. Because you've never been that stupid

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요즘 마녀사냥하던 분들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Am I getting stupid? 라고 질문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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