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정부가 수학 교육을 포기하면 학생들은 덜 수포자가 될까?

③정부가 수포자 됐던 나라, 일본도 20년간 ‘유토리 교육’ 실패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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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1990년대 도입한 유토리 교육을 2011년에 공식적으로 폐기한 적 있어
교육 부담을 30% 줄여줬더니 결국 학생들 교육 수준만 크게 저하
이번 국교위 결정은 일본 유토리 교육과 같은 결말을 낳을 것이라는 예측

한국이 지난 20년간 수학 교육을 대폭 축소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일본도 ‘유토리 교육’이라며 중·고교 교육 과정 부담을 크게 줄인 적이 있다. 플라자 협정에 따른 엔고(円高)로 결국 버블이 터지면서 나라가 휘청거리던 1990년, 일본 자민당 내각은 사실상 정권 유지라는 정치적인 목적을 띤 수 많은 선심성 공약들을 던졌는데, 그 중 하나가 ‘유토리 교육’이었다.

정부가 정권 유지 목적으로 나름대로 전격적으로 도전했던 과제였던만큼, 일본 고교의 교육 수준은 크게 떨어졌고, 실제로 일본 학생들의 학력이 급감했다. 학생들이 입시 기계로 전락하는 것이 문제라며 처음에는 초·중등학교 교육 수준을 낮췄고, 이어 고교 교육 수준도 따라서 낮췄는데, 학생들의 교육 수준이 낮아지면서 그 세대를 ‘유토리 세대’ 혹은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르게 됐다. 참고로 ‘유토리’는 한국에서 ‘유도리’라는 표현으로 종종 쓰이는, ‘여유’ 혹은 ‘상황에 맞게 좀 빡빡한 제한을 풀어준’ 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베껴서 성장한 일본이 1990년부터 운영했던 유토리 교육을 2011년에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해당 세대 전체의 생사성 저하가 일본 경제 침체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오랫동안 나왔었다.

일본이 포기한 유토리 교육에 고집하는 한국

이미 2007년부터 토요일 수업을 부활시키면서 사실상 유토리 교육 포기 선언을 했었고, 공식적으로 2011년에 문부과학성이 유토리 교육을 포기한다고 선언하던 당시, 일본 내부에서도 잘못된 정책이라며 그 정책을 입안했던 관계자들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 뒤따랐다. 이어 공립학교 학군제, 한국으로 치면 평준화 고교 정책 도입 이후 고교생들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왔고, 그 세대가 결국 지금의 ‘사토리 세대’가 됐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오는 중이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는 모든 것을 달관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없이, 그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세대를 말한다.

당시 일본은 전체 교육 과정의 30%를 그냥 들어내 버렸고, 수학은 50% 가까이 삭제됐었다.

그간 한국에서 교육 수준 저하가 꾸준히 있었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심화수학’이라는 이름으로 재배정된 수학이 미·적분, 기하학 등의 소위 어려운 수학들이 그래도 교육 과정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내 눈에는 그거 배워서 되겠나 싶었지만 그래도 그걸 해야 중·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으니까, 참고 공부했던 학생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제 그 수학마저 내려놓게되면 일본의 1990년대 유토리 교육과 판박이가 된다. 일본이 무려 30년 전에 도입했다가 20년간의 사회적 실험 끝에 10년도 더 전에 포기했던 그 교육 시스템을 우리가 반복 답습하는 것이다.

어릴 적엔 한국이 일본 베끼기를 한다고 왜색 문화를 제거하자고 말들이 많았다. 당시 그런 문화 활동에 노력하는 것들을 보고 자라신 분들이 지금 국교위에서 교육 과정 결정을 하고 있으실텐데, 너무 제거에 열심이셨던 덕분에 아예 일본이 실패한 사실을 모르고 있으신걸까?

미국도 공립학교들은 완전히 망했다

같은 사건은 미국 공립학교들의 상황에서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서 공립학교 나왔다고 하면, 부모가 자식을 내팽겨쳤다고 생각하고, 학생의 수준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똑같은 상황이 10년 후에 한국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것이다. 사립, 그것도 매우 고가의 사립 교육을 해주는 고등학교들이 생겨나고, 그 학교들은 미국의 명문 사립 고등학교들처럼 연간 5만 달러의 학비와 학부모들에게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내라는 ‘가정통신문’이 나가는 학교들이 될 것이다. 그렇게 교육을 안 받으면 대학을 졸업해도 제대로 취직이 안 되고, 사회적 시선도 부모가 버린 자식, 제대로 교육이 안 된 인재라는 낙인이 찍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국가 전체가 그런 실험을 했다가 20년을 통으로 날렸고, 미국은 소수의 사립 학교들만 살아남는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한국은 어떻게 진화할까?

이미 제주도에는 서울 강남, 반포, 청담 일대의 부자들이 보낸 자식들이 미국, 영국 고등학교 분교를 다니고 있다. 서울 반포에는 부모님이 외국인, 해외 장기 거주 등으로 자격이 제한된 일부 학생들이 다니는 해외 국적 고등학교들도 있다. 송도 신도시에도 같은 학교들이 있고, 부모님이 돈이 많은 애들은 다들 거길 다닌다.

이미 미국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나라에서 정부가 이제 수학 교육에 완전히 발을 뺀다?

한국의 공립 교육은 10년 안에 일본 유토리 교육 상태로 천착할 것이고, 사립 교육은 반대로 미국식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그런 교육 시스템이 미국처럼 사회 계층 구조를 재생산하게 될 것이다.

일본은 유토리 교육을 포기하면서 1980년대 후반에 해당 정책을 입안했던 일부 관료, 정치인들을 가루가 되도록 까는 기사를 오랫동안 냈었다. 한국이 2028년에 저렇게 나라의 미래를 갉아먹는 교육 정책을 도입했다가 2048년에 폐지하면서 2023년에 지금의 결정을 내린 관료,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을 하게 될까?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면 좋겠는데, 아마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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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정부가 수포자 됐던 나라, 일본도 20년간 ‘유토리 교육’ 실패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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